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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31 - 프레임(Frame) 전쟁


영어 프레임(frame)은 우리말로 ‘틀’이라고 번역될 수 있다. 그런데 인지언어학자 레이코프(Lakoff)가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라는 책에서 프레임이라는 용어가 지닌 파급효과를 정치 영역에 적용하여 큰 반향을 얻은 후, 여러 영역에서 이 단어는 이해하고 사고하는 틀이자 해석하는 방식이란 특별한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레이코프가 미국의 진보 세력이 계속 선거에 지는 이유를 이 프레임 효과로 설명한 후, 프레임이란 용어와 개념의 적용효과가 정치계와 사회에 알려져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그래서 요즈음 ‘frame’의 한국어 음역 ‘프레임’은 ‘바라보는 방식을 형성하는 정신적 구조물’이란 뜻으로 종종 통용되고 있다. 동일한 것도 어떤 프레임을 가지느냐에 따라 이해가 달라지기도 하고, 어떤 프레임으로 질문하느냐에 따라 그 답이 달라지기도 한다. 자연히 각종 설문조사나 지지도 조사, 정치적 논쟁과 설득에까지 프레임은 중요하게 거론된다. 어떤 프레임이냐에 따라 그 결과가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코넬 대학교 심리학과 연구팀은 올림픽 동메달리스트들의 행복 점수가 은메달리스트보다 더 높게 나타났다는 의미 있는 연구를 했다. 이는 이 두 그룹의 비교 프레임이 ‘노메달’이냐 ‘우승’이냐 라는 것이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어떤 틀로 보느냐에 따라 생각이나 해석, 그리고 평가와 방향이 달라지게 되는 것이다. 특히 현대인들이 정치ㆍ사회적 의제를 인식하는 과정에서 본질과 의미, 사건과 사실 사이의 관계를 정하는 직관적 틀이 바로 프레임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정치계에서는 선거 전략상으로도 프레임은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되는데, 정치적 상황을 유리하게 이끌 때에도 프레임은 유용한 도구가 된다. 조지 레이코프의 프레임 이론에 따르면, 전략적으로 짜인 틀을 제시해 대중의 사고 틀을 먼저 규정하는 쪽이 정치적으로 승리하며, 이 제시된 틀을 반박하려는 노력은 오히려 해당 프레임을 강화하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어떤 사실과 사건에 대해서 인식의 틀을 가지는 것은 그것을 해석하는데 큰 영향을 미친다. 인간은 좋든 싫든 모두다 나름의 틀을 형성하게 된다. 어려서부터 경험하거나 배운 환경의 영향을 받아서 나도 모르게 습관처럼 우리의 뇌리에 깊이 뿌리 내리는 틀은 쉽게 바뀌지 않으면서 사람과 사건과 여타의 것을 인식해서 인식의 지경을 넓히거나 높이 쌓아 간다. 이렇게 틀이 확대 되어서 패러다임이 되고 그러한 패러다임이 모아지게 되면 세계관이나 가치관으로 정리된다고 할 수 있다. 이런 경우에는 프레임은 순기능을 한다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프레임을 왜곡된 형태로 사용하는 역기능적인 부분이다. 레이코프가 지적했듯이 전략적으로 짜인 틀을 제시해서 대중의 사고 틀을 먼저 규정해서 이슈나 문제들에 대해서 틀에 가둬 버리는 경우가 그렇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가장 심각하게 그리고 비열하게 이 프레임을 이용하는 이들은 정치인들이다. 소위 ‘빨갱이’와 ‘좌파’라는 말로 자신들의 노선이나 방향과 맞지 않으면 상대를 적으로 간주하고 이 틀에 가둬 버린다. 그래서 어떤 정치, 경제, 문화, 종교, 사회, 교육등 모든 분야에서 이 프레임으로 상대를 먼저 가두면 아무리 아니라고 하면 할 수록 더욱 ‘빨갱이’ 프레임에 휘말리게 된다. 거기다가 하이에나같은 언론은 이런 자극적인 용어들을 확대재생산 내지 뻥튀기해서 아님말고 식으로 잘근잘근 씹어서 개인이든 집단이든 언어적 학살을 서슴지 않는다.

거년의 세월호 때에는 뜬금없는 구원파라는 소유주를 들먹이면서 국정원과의 연관성이 의심될 상황에서 마치 사이비 교주의 만행인양 여론몰이를 해가며 교주의 체포로 모든 일이 마무리 될 것처럼 몰아갔다. 지난 대선에서는 댓글을 다는 국정원 직원을 찾았을 때에 ‘감금’이라는 용어로 민주주의 근간을 흔들만한 선거부정을 가렸다. 동일한 수법으로 이번에는 교육부의 국정교과서를 추진하기 위한 TFT팀을 적발한 현장에서도 또다시 ‘감금’프레임을 들먹이다. 급기야 국정교과서를 반대하는 무리들이 북한의 지령을 받아 운동하는 식의 ‘빨갱이’ 프레임 카드를 여지없이 드러냈다. 거기다가 저들의 프레임을 위한 슬로건으로라면 지금 우리 아이들은 북한에서 가르치는 것과 똑같은 역사를 배우고 있다고 선동한다. 이러한 전횡을 막기 위해서 야당은 프레임에서 벗어나려고 변명이나 다른 프레임을 들이 대지만 선점된 프레임을 깨기 보다는 오히려 더 강화 내지는 휘말려 휘둘리고 마는 어처구니 없는 싸움에 기선 제압은 커녕 존폐위기로까지 몰리는 형국이다. 자유당 시절에도 동일했다.  결국 그 끝은 쫓겨나는 일로 마무리 되었던 것을 어찌 잊으랴.


작금의 형국들은 프레임을 선점한 듯 보이긴 하지만 이면에 그들의 불안함이 엿보인다. 부정을 가리기 위해서 인위적인 프레임을 들이대면서 자신들의 불안을 감추기 위해서 발악하면 발악할 수록 권력을 지킬 수 있을지 몰라도 사람을 잃고 말 것이다. 측근이 보기에 어느 날 자신도 그와 같은 프레임에 휘말려 토사구팽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그것을 깨닫지 못한 이들은 부나방 신세 내지는 사냥개 신세를 피할 수 없는 것이다. 어찌 되었던 지금은 이 비극적인 현실 앞에서 의식이 깨어있으면서도 우직하게 휘둘리지 않는 진실의 틀을 부여잡고 흔들림 없이 이 전쟁을 견뎌내야 할 시간인 듯 싶다.


웃는사람 라종렬

광양시민신문 쉴만한물가 기고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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