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603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20150920 - 가을의 이름들


가을은 이름이 참 많습니다. 그만큼 풍성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어떤 이름을 붙여도 어울릴 뿐 아니라 그 안에 무수한 이야기와 전설들이 가득할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그 가을의 이름들 몇 가지 불러봅니다.


가을은 제일 먼저 ‘독서의 계절’이라고 부릅니다. 푸른 하늘, 무르익어가는 황금 들판, 열매 맺는 나무들, 낙옆, 바람, 그리고 그 사이를 오가는 사람들과 유, 무생물들의 이야기들은 자연스레 문학에 어울리는 그림들입니다. 거기다 여기저기 붙어 있는 풍성한 독서 행사들까지 가을을 독서의 계절로 만들어 줍니다. 그래서 왠지 이 가을을 책 한 권 안 읽고  그냥 지나 가는것은 책에게도 가을에게도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그래서 저는 토스토예프스키의 소설들을 읽어보려고 합니다.


가을은 ‘시의 계절’입니다. 대번에 정호승의 ‘가을의 기도’가 생각납니다.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사랑하게 하소서… 호올로 있게 하소서…] 사랑하면 시인이 된다고 누군가 그랬습니다. 찬바람 부어오면 외롭고 고독해지고, 고독해지면 생각이 많아지게 되고, 생각이 많아지만 시인이 됩니다. 삶을 반추하며 오늘의 나를 살펴보게 되고, 그러면 지금 내 주위에 있는 이들이 얼마나 고마운 존재이며, 살아 있음 그 자체만으로도 감사하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렇게 가을은 우리에게 시상(詩想)과 더불어 사랑과 감사로 기도하게 합니다. 그래서 정호승님은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기도하며 가을의 이름을 노래한 것 같습니다.


가을은 ‘노래의 계절’입니다. 하지만 사계절 중에 가을 노래가 제일 적습니다. 가을을 노래하는 곡은 적지만 가을엔 어떤 음악이든 그 의미를 더 풍성하게 하는 마법을 가진 계절입니다. 시간의 숨결, 서글픈 상념, 허위의 길들, 안일한 만족을 떨쳐 버리고 잊혀져간 꿈들을 다시 찾고자 가을 하늘에 편지를 쓴다고 노래한 김광석의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노래가 일번으로 생각납니니다. <시월의 어느 멋진 날에> 노래는 사랑을 고백하기 위해 가을을 고대하게 만드는 노래입니다. 정치 종교 국가간의 분쟁을 일으키는 탐욕을 버리고 함께 공존하며 평화롭게 살아 가고픈 꿈을 노래한 존 레논의 <Imagine>이라는 노래는 혼탁한 이 가을에 분쟁의 현장에 있는 모두 이들에게 반복해서 들려주고 싶은 노래입니다.


슬럼프로 방탕한 생활을 하다가 새로 태어난 아들에게 좋은 아빠 되기 위해서 가족의 품에 돌아왔는데 어느 날 자신을 기다리던 아이가 추락해서 사망하고 맙니다. 그 아들에게 다 전하지 못한 마음을 담아 만든 노래가 있었습니다. 아들에 대한 그리움으로 노래한 이 노래를 1992년도에 발표하고 난 뒤 10여년 만에 더 이상 이 노래를 부르지 않겠다고 선언합니다. 이제는 그 아들을 떠나 보낼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다시 10년 만에 그는 이 노래를 부릅니다. 오래 전 떠나 보냈다고 했지만 다시 이 노래를 부르는 그의 얼굴엔 여전히 떠난 아들이 가슴깊이 사무쳐 있음을 느끼게 했습니다. 에릭 클립튼의 <Tears in Heaven - 천국의 눈물>이라는 노래에 담긴 사연입니다. [내가 너를 천국에서 만난다면 너는 내 이름을 알까… 천국에서 널 만나면 내 손을 잡아 주겠니… 더 이상 천국에서 흘리는 눈물도 없을 거라고...]


가을은 ‘꽃의 계절’이기도 합니다. ‘낙엽의 계절’이 더 어울리는데 8-9월 무렵 피는 ‘상사화(꽃무릇)’라는 꽃 때문에 이 이름을 먼저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엄밀하게 말하면 ‘상사화’와 ‘꽃무릇’은 개화시기나 원산지 그리고 모양 등이 조금씩 다릅니다. 그리고 꽃에 얽힌 전설도 다릅니다. 상사화는 우리나라에 전설이 있습니다. 어느 스님의 이루어질 수 없는 연모의 정이 상사화가 된 것이고, ‘꽃무릇’의 전설은 일본에 있는데 이루어 질 수 없는 남매의 사랑에 얽힌 꽃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꽃말이 이루어 질 수 없는 사랑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아이러니 하게도 가을은 또 ‘결혼의 계절’이기도 합니다. 누군가에겐 ‘잊혀진 계절’이라고도 하고...


가을의 이름들을 불러보니 이름들이 풍성하긴 했지만 그 안에 담긴 사연들은 모두 고독과 외로움을 떨쳐 버릴 수 없습니다. 풍성한 추석 명절이 코앞인데 문득 많은 이들에겐 그리움이 더 사무치는 계절이 되겠구나 하는 맘이 가을 바람 든 가슴을 더 시리게 합니다. 책, 노래, 시, 꽃이 다 담겨 있는 가을의 고향에서 좋은 소식 가져올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웃는사람 라종렬

광양시민신문 쉴만한물가 칼럼 기고글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5 20161224 - 미움받을 용기 웃는사람 2017.01.07 649
44 20151213 - 뒷모습엔 살아온 삶의 흔적이 남아 있다. file 웃는사람 2016.12.16 663
43 20160625 - 전원 오프(OFF) 웃는사람 2016.06.26 624
42 우리의 시선이 머무는 곳 - 181호 웃는사람 2015.11.22 715
41 책읽기의 혁명 - 180호 웃는사람 2015.11.15 692
40 광인(狂人)이 되어야 사는 세상 _ 179호 웃는사람 2015.11.08 621
39 프레임(Frame) 전쟁 _ 178호 웃는사람 2015.11.08 571
38 역사는 ‘우연’이 아닌 ‘필연’의 연속이다. _ 177호 웃는사람 2015.11.08 574
37 역사를 알면 책 읽기를 멈출 수 없습니다 - 176호 웃는사람 2015.10.18 600
» 가을의 이름들 - 쉴만한물가_172호 웃는사람 2015.09.20 603
35 자식 농사(農事) - 쉴만한물가 171호 웃는사람 2015.09.19 648
34 가을 앞에서 웃는사람 2015.09.19 551
33 트라우마 웃는사람 2015.09.19 479
32 작은 우주 웃는사람 2015.09.19 565
31 메기의 추억 웃는사람 2015.09.19 991
30 고비에서 웃는사람 2015.09.19 524
29 가족처럼(?) 웃는사람 2015.09.19 499
28 소수의견과 극비수사 웃는사람 2015.09.19 499
27 민본애민(民本愛民) 웃는사람 2015.09.19 509
26 20150705 - 대주는 것 웃는사람 2015.09.19 613
Board Pagination Prev 1 2 ... 3 Next
/ 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