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1.15 16:48

책읽기의 혁명 - 18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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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15 - 책읽기의 혁명


가을인가 싶으면 어느새 겨울이라 한다. 하기야 며칠 전 입동이 지났으니 절기 상으로는 겨울이 맞다. 그런데 이렇게 짧게 느껴지는 바람에 가을하면 모두가 독서의 계절이라고 말하는 책읽기에 대한 관심도 어느새 나오는가 싶으면 금새 꽁꽁 추위에 얼듯 멈춰버리는 것도 괜한 계절 탓으로 돌리게 된다. 우리네 책읽기의 습관들을 보면 보편적으로는 읽어야지 하면서 맘만 먹는다거나, 책 한 권 맘먹고 사거나 빌려보려 하면 이래저래 걸림돌들이 예상치 못하게 생기기도 하고, 책 몇 장 읽어가다 또 다양한 유혹들에 이내 책을 덮고 마는 일들이 허다하다.


책읽기가 안되는 이유는 부지기수다. 시간이 없다는 것은 기본이고, 아예 읽어야 할 필요성을 못 느끼는 경우도 많다. 자연히 무슨 책을 왜 읽어야 하는지 모르기 때문에 짧은 영화나 드라마 한편 보는 데는 익숙하지만 고생스럽게 책을 들추는 것은 스마트한 시대에 구태의연하다는 생각도 지배적이다. 환경도 그렇고, 하는 일도 그렇고, 책과 거리가 멀고 정작 읽어서 무얼 하나 하는 생각도 책읽기를 방해한다. 다 뭉뚱그려서 먹고 살기 바쁜데 한가한 사람이나 읽는 것이 책이라고 하면서 책읽기를 한가한 이들의 사치로 폄하해 버리고 만다. 그래서 정작 자녀들에게 책을 읽으라고도 못하고 설령 하더래도 그냥 읽으라고 하지 구체적인 책읽기 지도는 아예 꿈도 못 꾸고 학교나 학원에 맡겨버리는 형국이다.


인생의 전환은 어떤 친구와 스승과 배우자를 만나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그런데 이 세 부류 모두 선택의 폭이 무척 좁다. 친구는 살고 있는 집과 학교 근처에서 만나고, 스승 또한 태어나고 자란 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만난다. 배우자 또한 결국 근거리에 있다고 말한다. 물론 억지로 해외에서 데리고 오는 경우도 있지만 얼마나 고생이 많은가? 그런데 이 세 부류 모두 인생의 전환 내지는 그 내용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임에도 불구하고 선택의 폭이 좁다는 데 아쉬움이 크다. 자라는 환경을 내 마음대로 바꾸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세 부류 유익을 모두 담음과 동시에 그 선택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바로 책이다. 책에는 친구도, 스승도 배우자도 있다. 그것 뿐 아니라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모든 세상을 만날 수 있다. 물론 선택의 한계는 얼마든지 뛰어넘을 수 있다. 우리는 이미 우리글과 더불어 돈이 없어도 책을 볼 수 있는 좋은 여건들이 얼마든지 마련되어 있다.  


역사적인 전환과 문예부흥의 상황이 발생한 배경의 근저에는 문자의 발견과 책읽기가 있었다. 인쇄술과 더불어 좋은 책들이 발간되고 이것이 사람들의 손에 들려지고 읽혀지면서 생각과 사상과 삶의 변혁이 일어난다. 그것은 체제와 역사와 세상을 바꾸는 데까지 나아가는 일들이 역사적 전환기에 어김없이 있었다. <종교개혁>이 그랬고, 다윈의 <종의 기원>이 그랬고, 마르크스의 <자본론>이 그랬고, <한글>의 발견이 그러했으며,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도 그랬다. 이외에도 우리의 근현대사의 개인과 공동체의 전환과 성숙에는 늘 책읽기를 통한 생각과 사상의 전환에서 비롯된다. 물론 칼의 무력앞에 펜이 무너지는 듯 하는 짧은 시간의 역사 속에서는 부질없어 보이더라도 책읽기의 힘은 결코 사라지지 않고 여전히 우리네 생각과 삶의 명맥을 잇게 한다. 이렇게 세상과 국가와 한 민족과 단체 내지는 여타 공동체를 변화시키는 힘이 책읽기에 있다면 그 시작은 한 사람으로부터 시작되고 당연히 책읽기는 그 한 사람의 인생에 가장 큰 혁명을 주는 요소라 할 수 있다.


인문학적 열풍이 불고 책읽기가 장려되는 것 같아 좋다. 하지만 그런 바람에도 여전히 책과 가까워지지 않는다면 지금의 삶에서의 전환은 꿈도 꿀 수 없음을 알아야 한다. 설령 다른 수단으로 전환이 된다 하더라도 그것은 사상누각에 불과한 헛된 것임을 이내 깨닫게 될 것이다.


책읽기를 두려워 마라. 어디서부터 무엇을 어떻게 읽어야 할지 물론 좋은 분들의 지도를 따라 읽으면 더없이 좋겠지만 모두가 다 그런 지도를 받을 수도 없을터, 그런 분 찾다가 또 핑계할 수 있기 때문에 그냥 읽으라 하고 싶다. 정말 문제가 있는 책들이 간혹 있겠지만 어떤 책이든 읽기 시작하면 말 그대로 책 속에서 길을 찾을 수 있다.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도 어떤 책을 읽어야 하는지도 그래서 나와 세상을 어떻게 이해하고 살아가야 하는지에서 삶의 혁명이 이뤄지는 단계까지 책이 모두 다 안내해 준다고 믿는다. 하여 개인과 가정과 지인들과의 관계들 속에서 책읽기의 혁명이 시작되길 바라며 이 일을 도우려 미력한 바람이나마 일으키려 몸부림치고 있다. 책을 읽을 이유는 읽지 않고, 읽을 수 없는 이유보다 훨씬 더 많다. 톨레레게! 지금 손을 내 밀어 책을 펴고 읽으라!


웃는사람 라종렬
광양시민신문 쉴만한물가 기고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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