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하 30:13-27 부족함 위에 임하는 기쁨
하나님은 우리의 완벽한 준비가 아닌, 그분을 향한 진실한 마음의 중심을 보시고 은혜로 응답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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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때로 우리에게 완벽한 자격을 요구합니다. 세상은 정결함에 대한 강박으로 우리를 옭아맵니다. 우리는 늘 세상의 먼지를 뒤집어쓴 채, 마음의 녹을 닦아내지 못한 채 살아갑니다. 스스로 돌아보아도 '나는 자격이 없다'는 부끄러움이 앞설 때가 많습니다. 그리하여 우리는 종종 신의 거룩한 축제 앞에서 서성거리게 됩니다. 감히 저 문턱을 넘을 수 있을까 망설입니다.
고대 유다 땅, 예루살렘에도 그런 이들이 있었습니다. 히스기야 왕이 오랜 영적 침묵을 깨고 유월절 축제를 선포했을 때, 수많은 이들이 모여들었습니다(역대하 30:13). 그들은 먼저 도시를 가득 채웠던 우상의 제단들을 부수고 기드론 시내에 던져 버렸습니다. 낡은 시대를 장사 지내고 새로운 시대를 열고자 하는 열망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들 가운데는 미처 자신을 성결하게 할 준비를 마치지 못한 이들이 많았습니다(30:17-18). 북쪽 이스라엘, 즉 에브라임과 므낫세와 잇사갈과 스불리에서 온 이들이었습니다. 그들은 율법의 규정을 따르지 못한, '부정한' 이들이었습니다.
그들은 축제에 참여할 자격이 없었습니다. 율법의 눈으로 보면 그들은 거룩한 음식을 먹어서는 안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먹었습니다. 규례의 경계를 넘어섰습니다. 이 아슬아슬한 순간, 히스기야가 그들을 위해 기도합니다. 그의 기도는 율법의 조문을 넘어섭니다. "선하신 여호와여, 사하여 주옵소서. 비록 성소의 결례대로 스스로 깨끗하게 못하였을지라도, 마음을 바르게 하여 하나님 여호와를 찾는 사람은..." (30:18-19, 새번역 인용).
이 기도는 신앙의 핵심을 꿰뚫습니다. 하나님께서 보시는 것은 우리의 완벽한 의례적 준비가 아니라, 그분을 향해 '마음을 바르게 한' 중심입니다. 방향성입니다. 하나님을 향한 그리움입니다. 그리고 하나님은 그 기도를 들으시고 백성을 '고치셨습니다'(30:20). 여기서 '고치셨다'는 말은 단지 병을 고쳤다는 의미를 넘어, 그들의 부정함과 소외됨을 용납하시고 관계를 회복시키셨다는 뜻입니다.
은혜가 율법을 만났을 때, 그 자리에서 터져 나온 것은 정죄가 아니라 치유와 기쁨이었습니다. 이 기쁨이 얼마나 컸던지, 백성들은 7일간의 축제를 마치고도 모자라 다시 7일을 연장합니다(30:23). 이 '큰 기쁨'(30:26)은 의무나 규정으로 만들어낸 기쁨이 아니었습니다. 자격 없는 자들이 받은 환대, 부족함 그대로를 끌어안으신 하나님의 사랑이 터뜨린 환희였습니다. 그들의 찬양과 제사장들의 축복은 마침내 '하늘에 상달'되었습니다(30:27).
광양사랑의교회 성도 여러분. 그리고 어쩌면 아직 신앙의 문밖에서 자신의 부족함을 재며 서성이는 길손 여러분. 우리는 모두 준비되지 못한 자들입니다. 삶의 고단함과 내면의 얼룩으로 늘 '부정하다' 느낍니다. 하지만 하나님은 우리의 완벽함을 기다리시는 분이 아니라, 우리의 부족함 속에서도 그분을 향하려는 마음의 중심을 찾으시는 분입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우리의 연약함을 정직하게 들고 그분의 식탁으로 나아가는 것입니다. 우리의 자격 없음이 그분의 은혜를 가로막는 장애물이 아니라, 도리어 그분의 한없는 사랑과 치유가 임하는 통로가 됩니다. 그곳에서 우리의 가장 큰 연약함이 가장 큰 기쁨으로 변모하는 역설, 그것이 십자가의 복음입니다.
평화의길벗_라종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