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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가 7:14-20 깊은 바다에 던져진 한 해, 다시 솟아오르는 은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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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의 끝자락, 우리의 모든 실패와 회한은 하나님의 자비라는 깊은 바다에 수장(수장)되어야 합니다. 우리는 그 용서의 토대 위에서만 비로소 새날을 맞이할 수 있습니다.

*

어느덧 2025년이라는 시간의 강물도 하류에 닿았습니다. 마지막 주일, 예배당 창문으로 스며드는 겨울 햇살에서 왠지 모를 애잔함과 숙연함이 느껴집니다. 숨 가쁘게 달려온 한 해였습니다. 우리는 무엇을 얻으려 그토록 분주했을까요? 손에 쥐어진 성취의 열매도 있겠지만, 돌아보면 놓쳐버린 것들에 대한 아쉬움과, 의도치 않게 누군가에게 입힌 상처들이 더 크게 다가옵니다.

오늘 우리가 펼친 미가서의 마지막 본문은 마치 한 해의 끝에 선 우리의 기도를 대신하는 듯합니다. 미가는 숲 속에서 홀로 거주하는 양 떼처럼 위태로운 이스라엘을 위해 하나님께 탄원합니다. “원하건대 주는 주의 지팡이로 주의 백성 곧 갈멜 속 삼림에 홀로 거주하는 주의 기업의 양 떼를 먹이시되…”(14절).

지난 일 년, 우리는 마치 ‘갈멜 속 삼림’에 홀로 있는 양 같았습니다. 풍요로운 바산과 길르앗을 꿈꾸었으나, 현실은 거친 가시덤불과 외로움의 연속이었는지도 모릅니다. 기술은 날로 발전하고 세상은 더욱 화려해졌지만, 정작 우리 영혼은 고립감을 호소했습니다. 이때 필요한 것은 인간의 전략이 아니라, ‘주의 지팡이’입니다. 목자 되신 주님의 돌보심만이 헝클어진 우리의 삶을 정돈할 수 있습니다.

하나님은 미가의 간절한 기도에 응답하십니다. “네가 애굽 땅에서 나오던 날과 같이 내가 그들에게 이적을 보이리라”(15절). 하나님은 미래를 여실 때 언제나 ‘기억’을 소환하십니다. 출애굽의 그 날처럼, 홍해를 가르시던 그 능력으로 다가오는 2026년에도 우리 앞의 장애물들을 무너뜨리시겠다는 약속입니다. 세상의 열강들은 자신들의 힘을 부끄러워하며 입을 막게 될 것입니다(16절).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주눅 들었던 성도들에게 이보다 더 큰 위로가 어디 있겠습니까.

그리고 마침내 미가서는 그 이름의 뜻(미가: 누가 여호와와 같은가?)처럼 웅장한 찬양으로 마무리됩니다.

“주와 같은 신이 어디 있으리이까 주께서는 죄악과 그 기업의 남은 자의 허물을 사유하시며 인애를 기뻐하시므로 진노를 오래 품지 아니하시나이다” (미 7:18)

이것이 복음입니다. 우리가 믿는 하나님은 진노를 영원히 품지 않으시는 분입니다. 심판하되 아주 멸하지 않으시고, 징계하되 다시 싸매시는 분입니다. 그분의 본심은 심판이 아니라 ‘인애(Hesed)’, 곧 변함없는 사랑이기 때문입니다.

특별히 19절의 말씀은 2025년을 보내는 우리 가슴에 사무치게 다가옵니다. “다시 우리를 불쌍히 여기셔서 우리의 죄악을 발로 밟으시고 우리의 모든 죄를 깊은 바다에 던지시리이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한 해를 정리한다는 것은 단순히 달력을 교체하는 일이 아닙니다. 그것은 ‘찌꺼기’를 처리하는 영적 작업입니다. 지난 일 년 동안 우리 영혼에 덕지덕지 붙은 죄책감, 수치심, 후회, 미움이라는 오물들을 처리해야 합니다. 우리는 그것을 스스로 씻어낼 능력이 없습니다. 오직 하나님만이 그 죄악들을 발로 밟아 으깨시고, 다시는 떠오르지 못하도록 망각의 바다, 그 깊은 심해에 던져버리실 수 있습니다.

하나님이 바다에 던지신 것을 우리가 굳이 다시 낚시질하여 건져 올리지 마십시오.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두십시오. 실패는 하나님의 은혜 안에서 해석될 때 더 이상 실패가 아니라 성숙의 밑거름이 됩니다.

이제 우리는 야곱에게 성실을 베푸시고 아브라함에게 인애를 더하시는(20절) 그 언약의 하나님을 의지하여 일어서야 합니다. 2025년의 마지막 주일, 무거운 죄의 짐은 주님의 깊은 바다에 수장시키십시오. 그리고 가벼워진 어깨로, 빈 손으로, 다시 채워주실 하나님의 은총을 기대하며 새해의 문을 두드리십시오.

어둠이 깊을수록 별은 더욱 빛납니다. 주와 같은 신은 없습니다. 그분의 자비가 2025년의 끝과 2026년의 시작을 잇는 튼튼한 다리가 되어주실 것입니다. 평안을 빕니다.

평화의길벗_라종렬


***

미가 7:14-20 심연으로 던져진 허물, 다시 일어서는 생명의 노래

한 해의 끝자락에서 우리가 마주하는 것은 자신의 초라한 잔해가 아니라, 우리의 모든 허물을 깊은 바다에 던지시고 신실한 사랑(헤세드)으로 우리 삶을 새롭게 빚어내시는 하나님의 압도적인 은총입니다.

*

참으로 신산(辛酸)스러운 한 해였습니다. 2025년이라는 시간의 씨실과 날실이 엮어낸 우리 삶의 무늬를 돌아보니, 아름다운 무늬보다는 엉킨 실타래와 얼룩진 자국이 더 많이 보입니다. '이게 아닌데' 하는 탄식 속에 길을 잃기도 했고, 세상의 부박한 소음 속에서 영혼의 멀미를 앓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오늘 미가 선지자는 우리를 대신하여 장엄한 기도를 올립니다. “주님의 지팡이로 주님의 백성을 보살펴 주십시오.” (미 7:14)

우리는 자주 '홀로 족한 자'가 되려 하거나, 자신의 유능함을 증명하느라 탈진하곤 합니다. 하지만 진정한 신앙은 우리의 무능과 파산을 정직하게 인정하는 '항복의 기도'에서 시작됩니다. 하나님은 우리를 홀로 내버려 두지 않으시고, 갈멜 숲속처럼 외진 곳에 고립된 우리를 찾아오시는 ‘신실하신 목자’이십니다. 주님은 우리가 완벽해지기를 기다리지 않으십니다. 오히려 우리의 연약함과 부족함이야말로 하나님의 은혜가 침투하여 영혼의 빛이 들어오는 ‘균열’이 됩니다.

미가서의 마지막은 우리 가슴을 먹먹하게 합니다. “우리의 모든 죄를 바다 깊은 곳에 던지실 것입니다.” (미 7:19) 시인 구상 선생님은 마음의 눈을 뜨는 순간 만유가 말씀임을 깨닫는다고 했습니다. 오늘 우리가 마주한 저 바다의 심연은 단순히 깊은 물이 아니라, 우리의 비루한 욕망과 허물을 남김없이 삼켜 버리는 하나님의 가없는 자비(라훔)의 상징입니다. 하나님은 우리의 죄를 장부책에 기록해 두는 전당포 영감이 아니라, 당신의 자녀들이 야수가 되어 버린 현실 앞에서 ‘끙끙 앓으시는’ 분입니다.

사랑하는 광양사랑의교회 성도 여러분, 혹 신앙에 대해 회의를 느끼거나 지난 한 해의 실패 때문에 주저앉아 계십니까? 회의는 비신앙이 아니라 더 깊은 인식에 이르기 위한 ‘통로’입니다. 2025년의 마지막 주일,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거운 종교적 의무를 짊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 고요히 말씀의 빛 속을 거닐며(하가, Hagah) 우리 영혼을 주님의 마음에 조율하는 것입니다.

주님은 우리의 깨진 가슴 조각들을 모아 다시 성소를 만드실 것입니다. 우리를 억누르던 죄의 빚은 이미 탕감되었습니다. 이제는 낡은 해의 그림자를 털어 내고, 우리보다 먼저 새날의 갈릴리로 가 계신 주님의 손을 잡으십시오. 하나님의 압도적인 은총 안에서 우리는 기어코 다시 시작할 용기를 얻습니다. 2026년이라는 새로운 대지 위로 생명의 훈풍이 불어오고 있습니다.

평화의길벗_라종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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