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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가 4:1-3 아픔을 산고(産苦)로 바꾸시는 하나님의 연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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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같은 삶의 한복판에서 절망을 희망의 산고로 바꾸시고, 저는 자와 쫓겨난 자들을 모아 평화의 나라를 이루시는 하나님의 신비로운 섭리를 신뢰하십시오.

*

폭력이 난무하는 시대입니다. 뉴스를 틀면 들려오는 것은 전쟁의 소문과 누군가의 비명뿐입니다. 고대 그리스의 시인 헤시오도스는 인류의 역사를 '황금시대'에서 시작해 결국은 전쟁과 탐욕이 지배하는 '철의 시대'로 전락한다고 한탄했습니다. 2,700년 전, 미가 선지자가 살던 시대 역시 강대국들의 틈바구니에서 생존을 걱정해야 했던 '불안의 시대'였습니다. 그러나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미가는 전혀 다른 세상을 꿈꿉니다. 칼을 쳐서 보습을 만들고 창을 쳐서 낫을 만드는 세상(미 4:3), 곧 '전쟁의 도구'가 '생명의 도구'로 바뀌는 평화의 나라입니다.

이것은 몽상가의 헛된 꿈일까요? 아닙니다. 이것은 역사의 주인이신 하나님의 확고한 의지입니다. 세상은 힘의 논리로 평화를 유지하려 합니다(Pax Romana). 더 날카로운 창과 더 견고한 방패가 평화를 가져다준다고 믿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평화(Shalom)는 다릅니다. 그것은 상대를 제압함으로 얻는 고요가 아니라, 하나님을 경외하는 마음이 우리 안의 미움과 두려움을 몰아낼 때 찾아오는 선물입니다. 우리가 손에 쥔 날카로운 방어기제를 내려놓을 때, 비로소 생명을 경작하는 보습을 잡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여전히 아픕니다. 미가는 시온이 겪는 고통을 '해산하는 여인의 고통'에 비유합니다(미 4:9-10). 지금 우리가 겪는 삶의 시련, 신앙생활을 하면서도 찾아오는 깊은 회의와 절망감은 우리를 죽음에 이르게 하는 병이 아닙니다. 그것은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기 위한 산고(産苦)입니다. 하나님은 우리를 바벨론, 즉 고난의 들판으로 이끌어 내십니다. 놀랍게도 구원은 안락한 성안이 아니라, 그 거친 들판에서 일어납니다. "거기서 여호와께서 너를 구원하여 내시리라"(10절). 고통은 하나님이 우리를 빚으시는 가장 치열한 현장입니다.

사랑하는 광양사랑의교회 성도 여러분, 그리고 삶의 무게로 인해 영혼의 다리를 절고 있는 벗들이여.

미가서 4장이 주는 가장 큰 위로는 하나님이 부르시는 사람들의 면면입니다. 하나님은 강하고 능력 있는 자들을 모아 당신의 나라를 세우지 않으십니다.

"그날에는 내가 저는 자를 모으며 쫓겨난 자와 내가 환난 받게 한 자를 모아..."(미 4:6)

세상에서 상처 입고, 경쟁에서 밀려나고, 죄책감에 시달리며 저는 자들, 바로 연약한 우리를 불러모아 강한 나라를 만드십니다. 우리의 부서짐은 수치가 아닙니다. 그것은 하나님의 은혜가 스며들 틈입니다.

우리가 할 일은 거창한 업적을 쌓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 우리를 모으시는 하나님의 손길에 이끌려, 서로의 아픔을 보듬으며 '여호와의 산'으로 올라가는 것입니다. 우리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으시고 친히 밟아 이기시는(미 4:13) 그분을 의지하십시오. 겨울이 깊으면 봄이 멀지 않습니다. 우리의 아픔을 생명으로 바꾸시는 하나님의 신비로운 연금술 안에서, 오늘 하루도 평화의 씨앗을 심는 거룩한 농부로 살아가시길 빕니다.

평화의길벗_라종렬


***

미가 4:1-13 아득한 사막에서 피어나는 평화의 신기루, 그 장엄한 부름

우리의 삶이 폐허와 같을지라도, 하나님은 상처 입은 자들을 모으시고 칼을 쳐서 보습을 만드시는 ‘압도적인 평화의 꿈’으로 우리를 초대하시며, 우리는 오직 그분의 말씀을 묵상하고 조율될 때 그 신비한 잔치에 참여하게 됩니다.

*

우리는 시끄럽고 무정한 세상의 소음 속에 살고 있습니다. 전쟁과 갈등의 소식이 이명처럼 들려오고, 각자도생의 논리가 지배하는 광야에서 우리 영혼은 자꾸만 삭아 갑니다. 미가 선지자가 목도했던 예루살렘의 풍경 또한 그러했습니다. 지도자들은 백성의 가죽을 벗기고, 종교는 이익의 수단으로 전락한 암흑시대였지요. 하지만 그 폐허의 한복판에서 미가는 ‘끝날’에 이루어질 장엄한 비전을 노래합니다. 주님의 산이 모든 언덕 위에 우뚝 솟고, 만민이 그곳으로 몰려와 주님의 길을 배우기를 갈망하는 풍경 말입니다(미가 4:1-2).

가장 눈부신 대목은 역시 “칼을 쳐서 보습을 만들고 창을 쳐서 낫을 만드는” 장면입니다(미가 4:3). 이것은 단순히 무기 감축을 뜻하는 말이 아닙니다. 타자를 파괴하고 지배하려던 ‘힘의 의지’를 내려놓고, 생명을 돌보고 경작하는 ‘사랑의 의지’로 존재의 문법을 바꾸라는 초대입니다. 우리는 저마다의 가슴에 남을 찌를 칼과 창을 품고 살지만, 주님은 그 거친 것들을 녹여 흙을 일구는 도구로 삼으라 하십니다. 평화는 총칼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져줄 줄 아는 어른의 마음, 즉 ‘지배의 포기’를 통해 우리 곁에 슬며시 찾아옵니다.

광양사랑의교회 성도 여러분, 하나님은 우리가 완벽하기를 요구하지 않으십니다. 주님은 오히려 “발을 저는 자”와 “쫓겨났던 자”, “환난을 받게 했던 자”들을 불러 모아 강한 나라를 만드시겠다고 약속하십니다(미 4:6-7). 히브리어로 긍휼(라훔)은 ‘어머니의 자궁’(레헴)에서 유래했습니다. 하나님은 우리가 깨진 질그릇 같을지라도, 그 상처의 틈으로 당신의 빛을 비추어 보석 같은 무늬를 만드시는 분입니다.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이미 주님의 ‘생명 싸개’ 속에 보호받고 있다는 사실을 신뢰하는 것입니다.

이 놀라운 신비에 눈을 뜨기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말씀 묵상’입니다. 묵상은 단순히 눈으로 읽는 행위가 아니라, 사자가 먹이를 앞에 두고 으르렁거리듯(Hagah) 말씀을 삼키고 소화하는 치열한 과정입니다. 성경은 우리 마음의 묵은 땅을 갈아엎는 정신의 쟁기날입니다. 날마다 정해진 시간에 주님의 마음이라는 기준음에 우리 영혼을 조율할 때, 비로소 우리는 “자기 포도나무와 무화과나무 아래 앉아 두려움 없이 쉬는” 평화의 실체를 맛보게 됩니다(미 4:4).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지금 비록 우리 삶이 해산하는 여인처럼 고통스럽고 바벨론 같은 세상에 사로잡힌 듯 보여도, 구원의 여명은 반드시 밝아옵니다(미 4:9-10). 만군의 주님의 열심이 이 일을 반드시 이루실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제 우리 스스로를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 대하는 세상의 인력에서 벗어나, ‘그대와 내가 있어 참 다행’이라고 노래하는 평화의 순례자가 됩시다. 우리가 말씀의 빛 속을 거닐 때, 광야에는 길이 나고 사막에는 꽃이 피어날 것입니다.

하나님의 은혜는 가뭄으로 쩍쩍 갈라진 논배미를 원망하지 않고 묵묵히 적시는 단비와 같습니다. 그 비가 스며드는 곳마다 굳은 땅은 부드러워지고, 잊혔던 생명의 씨앗은 기적처럼 다시 움트게 될 것입니다.

평화의길벗_라종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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