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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가 5:1-15 작고 비루한 곳에 임한 우주적 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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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작고 초라한 변방 베들레헴으로 찾아오신 아기 예수님은, 힘과 크기를 숭상하는 우리의 헛된 욕망을 무장해제 시키시고 친히 우리의 ‘평화’가 되어주셨습니다.

*

거리마다 화려한 조명이 켜지고 캐럴이 울려 퍼지지만, 왠지 모를 쓸쓸함이 가슴 한구석을 맴도는 계절입니다. 12월의 찬 바람은 옷깃을 여미게 할 뿐만 아니라, 우리 내면의 빈곤함을 더욱 시리게 합니다. 우리는 모두 더 높아지고, 더 커지고, 더 강해지기를 욕망하며 숨 가쁘게 달려왔습니다. 그러나 정작 마음에 남은 것은 안식이 아니라, 언제 추락할지 모른다는 불안감뿐입니다. 이러한 우리에게 미가 선지자는 2,700년의 시차를 넘어 매우 낯선 희망의 지도를 펼쳐 보입니다.

“베들레헴 에브라다야 너는 유다 족속 중에 작을지라도 이스라엘을 다스릴 자가 네게서 내게로 나올 것이라” (미 5:2)

하나님의 시선은 화려한 예루살렘 왕궁이나, 제국의 심장부 로마를 향하지 않았습니다. 지도에서조차 찾기 힘든 작은 마을, ‘떡집’이라는 소박한 이름을 가진 베들레헴을 향하셨습니다. 이것은 역설입니다. 세상은 중심을 지향하지만, 하나님은 변방을 선택하십니다. 크고 강한 것들이 지배하는 세상의 질서를 비웃기라도 하듯, 하나님은 가장 작고 연약한 모습으로, 누울 곳조차 없는 구유의 적막 속에 당신의 몸을 누이셨습니다.

미가서 5장 후반부(10-15절)는 더욱 충격적입니다. 하나님은 구원자가 오셔서 우리의 ‘말과 병거’를 끊고, ‘견고한 성’을 무너뜨리겠다고 하십니다. 우리가 그토록 의지했던 안전장치들, 내 힘으로 쌓아 올린 성공의 성벽들을 허무시겠다는 것입니다. 왜일까요? 그것들이 우리를 진정한 평화(Shalom)로 이끄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하나님을 보지 못하게 가로막는 우상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아기 예수의 오심은 우리가 움켜쥔 무기를 내려놓게 만드는 ‘사랑의 무장해제’입니다.

사랑하는 광양사랑의교회 성도 여러분, 그리고 신앙의 회의와 삶의 무게로 인해 영혼이 지쳐버린 벗들이여.

성탄은 화려한 파티가 아니라, 낮고 천한 곳으로 내려가는 순례입니다. 혹시 지금 여러분의 처지가 베들레헴처럼 작고 초라해 보입니까? 실패했다고, 뒤처졌다고 자책하지 마십시오. 바로 그 비루한 자리가 우주의 주인이신 하나님이 착륙하시는 활주로입니다. 하나님은 강한 자를 부끄럽게 하시고, 약한 자를 들어 쓰시기를 기뻐하십니다.

본문은 남은 자들이 “여호와께로부터 내리는 이슬 같고 풀 위에 내리는 단비 같을 것”(7절)이라고 말합니다. 이슬과 단비는 소리 없이 내리지만, 메마른 생명을 살려냅니다. 이것이 성탄의 신비입니다. 거창한 구호나 시끄러운 행사 대신, 누군가의 언 손을 잡아주는 따뜻한 온기 속에, 소외된 이웃을 향한 조용한 눈물 속에 예수님은 다시 태어나십니다.

“이 사람은 평강이 될 것이라”(5절). 예수님은 평화를 주러 오신 분이 아니라, 그 존재 자체가 평화이십니다. 힘으로 찍어 누르는 거짓 평화가 판치는 세상에서, 스스로 작아짐으로 온 세상을 품으신 그 사랑의 신비를 묵상합시다. 이번 성탄절, 우리의 마음이 베들레헴의 구유가 되기를 빕니다. 가장 낮은 곳에 임하신 하나님의 서늘하고도 뜨거운 은총이 여러분의 삶을 감싸 안으시기를 기도합니다.

평화의길벗_라종렬


***

미가 5:1-15 변방의 작음에서 시작되는 장엄한 평화, 그 고요한 방문

참된 평화는 권력의 병거와 마병을 통해서가 아니라, 베들레헴이라는 ‘작음’ 속으로 스스로를 낮추어 찾아오시는 하나님의 압도적인 은총을 통해 비로소 우리 일상의 폐허 위에서 움트기 시작합니다.

*

안녕하십니까? 성탄의 계절이 다가오지만 우리 시대의 풍경은 여전히 ‘신산(辛酸)스럽습니다.’ 화려한 성탄 전등이 거리를 수놓아도, 그 빛이 닿지 않는 삶의 그늘에선 여전히 많은 이가 고립과 불안의 추위를 견디고 있습니다. 우리는 습관적으로 성공과 크기의 신화를 쫓으며 '더 높이, 더 빨리' 달리는 세상의 북소리에 발을 맞추느라 영혼의 멀미를 앓곤 합니다. 그러나 미가 선지자는 오늘 우리에게 전혀 다른 세계의 지도를 펼쳐 보입니다.

“베들레헴 에브라다야, 너는 유다 족속 중에 작을지라도…” (미 5:2). 하나님은 예루살렘이라는 화려한 중심지가 아니라, 보잘것없는 변방 베들레헴을 당신의 역사가 시작되는 통로로 택하셨습니다. 새로운 역사는 언제나 이처럼 변방의 작음에서 시작되는 법입니다. 하나님은 우리가 세상이 말하는 ‘큰 나무’가 되지 못했다고 책망하지 않으십니다. 오히려 그분은 스스로 연약해지심으로, 상처 입고 짓밟힌 ‘남은 자’들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십니다. 이것이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를 감싸 안는 압도적인 은총의 본질입니다.

주님은 평화를 위해 오셨습니다. 하지만 그 평화는 세상이 자랑하는 '말과 병거' 혹은 '견고한 성읍'을 통해 주어지지 않습니다(미 5:10-11). 오히려 주님은 우리로 하여금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높이 쌓아 올린 자아의 성벽과 우상을 허물라고 하십니다. 우리가 자신의 유능함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고, 하나님의 부력(浮力)에 온전히 몸을 맡길 때 비로소 세상이 줄 수 없는 안녕(Shalom)이 시작됩니다. 주님은 지금도 가장 취약한 자의 모습으로 우리 곁에 오고 계십니다. 그 연약함을 사랑으로 부둥켜안는 것이 곧 하나님을 맞아들이는 성탄의 실천입니다.

사랑하는 광양사랑의교회 성도 여러분, 신앙에 대한 회의나 삶의 무게로 인해 마음이 굳어질 때, 조용히 말씀의 등불을 밝히십시오. 말씀 묵상(Hagah)은 굳어진 우리 마음 밭을 갈아엎는 정신의 쟁기날입니다. 날마다 주님의 세미한 음성에 우리 영혼을 조율할 때, 비로소 우리는 척박한 현실 속에서도 생명의 훈풍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우리가 대단한 성취를 이루어서가 아니라, 주님이 이미 우리를 ‘하나님의 작품’으로 여기시기에 우리는 충분히 존엄합니다. 이 성탄의 계절, 우리에게 이미 당도한 그 가없는 사랑을 가만히 향유하십시오. 변방의 작은 고을 베들레헴에서 시작된 그 평화의 노래가, 오늘 여러분의 일상 속에서 아름다운 꽃으로 피어나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하나님의 은혜는 겨울 한복판에 돋아나는 작은 새순과 같습니다. 비록 여리고 약해 보이지만, 그 속에는 굳은 지각을 뚫고 올라와 온 세상을 초록으로 물들일 장엄한 생명의 힘이 담겨 있습니다.

평화의길벗_라종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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