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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편 141:1-10 저녁 연기처럼 피어오르는 기도

참된 경건은 화려한 제물을 드리는 것이 아니라, 우리 입술의 말을 정화하고 마음이 악한 것들에 기울지 않도록 스스로를 경계하며, 오직 주님께 시선을 고정하는 ‘지향(Intentionality)’의 싸움입니다.

*

해질 무렵, 하루의 노동을 마치고 서쪽 하늘을 붉게 물들이는 노을을 바라본 적이 있으십니까? 그 장엄한 침묵 속에서 우리는 비로소 분주했던 일상을 내려놓고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게 됩니다. 오늘 시편 141편을 노래한 다윗도 아마 그런 저녁의 시간, 혹은 인생의 어두운 밤을 지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다윗은 지금 위기 속에 있습니다. 밖으로는 악인들이 놓은 올무와 함정이 그를 위협하고, 안으로는 죄의 유혹이 마음을 두드립니다. 이때 다윗은 하나님께 이렇게 호소합니다.

“나의 기도가 주의 앞에 분향함과 같이 되며 나의 손 드는 것이 저녁 제사 같이 되게 하소서”(2절).

고대 이스라엘에서 분향은 향기를 피워 올려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행위였습니다. 다윗은 자신이 드리는 기도가 단순히 허공에 흩어지는 소리가 아니라, 하나님이 흠향하실 만한 거룩한 향기가 되기를 갈망합니다. 이것은 기도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우리에게 일깨웁니다. 기도는 내 욕망의 목록을 관철시키는 수단이 아니라, 나의 존재 자체를 태워 하나님께 드리는 헌신입니다.

광양사랑의교회 성도 여러분,

하나님께 향기로운 삶이 되기 위해 시인이 가장 먼저 단속하려 했던 것이 무엇인지 주목해 보십시오. 바로 ‘입술’입니다.

“여호와여 내 입에 파수꾼을 세우시고 내 입술의 문을 지키소서”(3절).

말은 마음의 알맹이가 밖으로 나오는 통로입니다. 말이 거칠어지면 마음도 거칠어지고, 말이 거짓되면 영혼도 탁해집니다. 우리는 너무나 쉽게 타인을 판단하고,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퍼 나르며, 냉소적인 말로 누군가의 가슴에 생채기를 냅니다. 시인은 알았습니다. 입술의 문단속을 하지 않고서는 결코 경건에 이를 수 없음을 말입니다.

더 나아가 그는 “내 마음이 악한 일에 기울어 죄악을 행하는 자들과 함께 악을 행하지 말게 하시며 그들의 진수성찬을 먹지 말게 하소서”(4절)라고 간구합니다.

여기서 ‘진수성찬’은 악인들이 누리는 풍요와 성공을 의미합니다. 세상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성공한 사람들을 부러워합니다. 그들의 식탁은 화려해 보입니다. 하지만 시인은 단호히 거절합니다. 정의롭지 못한 방법으로 얻은 빵은 달콤할지 몰라도, 결국 영혼을 병들게 하는 독임을 알기 때문입니다. 악과 타협하여 얻는 안락함보다는, 차라리 의인에게 책망을 듣는 편을 택하겠다는 그의 고백(5절)에서 우리는 서릿발 같은 영적 기개를 봅니다. 쓴소리를 ‘머리의 기름’처럼 귀하게 여기는 태도, 이것이 바로 성숙한 신앙인의 모습입니다.

우리는 연약합니다. 결심하고 또 결심해도, 눈앞의 이익 앞에서 마음이 흔들리고, 억울한 일을 당하면 입에서 독한 말이 튀어나옵니다. 도처에 사냥꾼의 덫처럼 우리를 넘어뜨리려는 유혹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8절의 고백을 붙들어야 합니다.

“주 여호와여 내 눈이 주께 향하며 내가 주께 피하오니 내 영혼을 빈궁한 대로 버려두지 마옵소서.”

결국 신앙은 ‘시선의 싸움’입니다. 거친 파도가 일렁이는 세상 한복판에서도 주님께 시선을 고정하는 것, 그것이 우리를 살게 합니다. 상황이 어려울수록, 마음이 소란할수록 눈을 들어 주님을 바라보십시오. 주님은 당신을 바라보는 자의 영혼을 결코 빈궁한 채로 내버려 두지 않으십니다.

오늘 밤, 여러분의 기도가 저녁 제사 때 피어오르는 향기처럼 주님께 상달되기를 바랍니다. 입술에는 파수꾼을 세우고, 마음은 악한 길에서 돌이켜, 오직 주님만을 바라는 그 맑은 영혼 위에 하나님의 평화가 깃들기를 빕니다.

평화의길벗_라종렬


***


시편 141:1-10 입술의 파수꾼과 무덤의 침묵 : 연약한 영혼을 향한 헤세드의 약속

입술의 파수꾼(시 141:3)을 세워 악한 말과 욕망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키고자 하는 기도는, 연약한 인간을 궁극적인 피난처이신 하나님의 변치 않는 긍휼(헤세드)의 품 안으로 이끄는 정직한 몸부림이자 영원한 순례이다.

*

시편 141편의 기도는 절박한 외침으로 시작합니다. 그의 기도는 마치 향 연기와 같고(시 141:2), 높이 든 손은 저녁 제사와 같습니다(시 141:2). 이는 자신의 가장 내밀하고 절실한 상태를 꾸밈없이 하나님께 올려 바치려는 순례자의 몸짓입니다. 우리가 하나님과 만난다는 것은 복잡한 이론이나 관념이 아니라, 우리의 가장 솔직한 심정을 그분께 토로하는 데서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이 고백의 중심에는 자신의 입술에 "파수꾼"(시 141:3)을 세워달라는 간절한 요청이 있습니다. 왜 이토록 입에 대한 경계를 구하는 것일까요? 악은 거대한 외부의 폭력뿐 아니라, 우리 안에서부터 자라나는 자기중심성부주의한 말을 통해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말이 사람과 사람 사이를 이어주는 다리가 될 수도 있지만, 때로는 관계를 단절시키는 칼날이 되기도 합니다. 돈이나 지위 같은 세상의 욕망에 영혼이 길들여질 때, 우리의 말은 진실성을 잃고 결국 우리 자신에게 해를 끼치는 폭력이 됩니다.

우리는 스스로의 힘으로 이 유혹의 심연에서 벗어날 수 없는 연약한 존재입니다. 시인은 악인들이 파놓은 덫(올무)과 함정(시 141:9)에서 벗어나길 간구하는데, 이 덫은 단순히 외부의 위험을 넘어, 우리의 영혼을 탐욕과 이기심의 폐쇄회로 속에 가두는 내적인 속박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욕망을 좇다가 길을 잃고, 세상의 유혹에 이끌려 허우적대는 길 잃은 양과 같습니다.

이러한 연약함 속에서 시인이 발견한 역설적인 희망의 길은 "의인의 책망은 내 머리의 기름 같으니 내가 거절하지 아니하겠나이다"(시 141:5)라는 고백에서 선명히 드러납니다. 우리를 꾸짖는 쓴소리가 때로는 가장 귀한 위로일 수 있습니다. 이는 스스로의 죄와 허물을 직시할 때 비로소 내적 성숙이 시작됨을 아는 지혜입니다. 우리가 고난을 통해 자기 한계를 깊이 깨닫고, 그 시련을 오히려 삶의 유익으로 삼아 하나님의 율례를 배우게 되는 것과 같습니다.

우리의 삶은 무덤 어귀에 흩어진 뼈처럼(시 141:7) 허무하고 무력하게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신앙은 모든 것이 끝났다고 여겨지는 절망의 심연 속에서도 빛을 보는 철저한 낙관주의입니다. 우리가 넘어지고 비틀거릴 때, 하나님은 우리를 향한 변치 않는 사랑과 긍휼(헤세드)을 거두지 않으십니다. 우리가 무엇을 행해야 하는지를 강조하기보다, 먼저 우리에게 다가와 "내가 너와 함께 있겠다"고 약속하시며, 우리의 연약함을 당신의 은총이 흘러드는 통로로 삼으시는 분이 바로 우리가 믿는 하나님이시기 때문입니다.

평화의길벗_라종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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