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미가 7:1-13 어둠 속에 앉을지라도 주께서 나의 빛이 되시나니

.

모든 신뢰가 무너지고 관계가 파탄 난 ‘절망의 끝자락’에서, 성도는 시선을 들어 하나님을 바라봄으로써 다시 일어설 힘을 얻습니다. 어둠은 끝이 아니라 하나님의 빛을 만나는 장소입니다.

*

황량한 들판에 서 있는 기분입니다. 여름의 뜨거웠던 열기는 식었고, 풍성했던 수확의 계절도 지났습니다. 미가 선지자의 탄식은 늦가을 잎 떨어진 나무처럼 스산하기 그지없습니다. “재앙이로다 나여!”(1절). 그는 마치 여름 과일을 딴 후와 포도를 거둔 후 같아서, 먹을 송이도 없고 마음에 사모하는 처음 익은 무화과도 없다고 고백합니다. 영적인 기근, 도덕적인 흉년입니다.

미가가 목격한 세상은 ‘신뢰’라는 사회적 자본이 완전히 바닥난 곳입니다. 경건한 자는 끊어졌고, 정직한 자는 사라졌습니다. 사람들은 서로를 돕는 이웃이 아니라, 그물을 치고 서로를 사냥하는 사냥꾼이 되었습니다(2절). 지도자들과 재판관은 뇌물을 좇고, 권력자들은 욕망을 거리낌 없이 드러냅니다. 가장 끔찍한 것은 가장 내밀하고 안전해야 할 관계의 파괴입니다. 이웃을 믿을 수 없고, 친구를 의지할 수 없으며, 심지어 품에 누운 아내에게조차 입을 다물어야 합니다. 아들이 아버지를 멸시하고 며느리가 시어머니를 대적하니, “사람의 원수가 곧 자기의 집안 식구”(6절)인 지경입니다.

이 참담한 고립감, 어디서 많이 본 풍경 아닙니까? 2,700년 전의 텍스트가 오늘 우리의 현실을 거울처럼 비추고 있습니다. 무한 경쟁 사회 속에서 타인은 지옥이 되었고, 우리는 군중 속의 고독을 씹으며 살아갑니다.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당하고, 정의가 굽어지는 현실을 보며 우리는 냉소주의자가 되기 쉽습니다.

그러나 바로 이 절망의 가장 밑바닥에서, 미가는 위대한 반전을 노래합니다.

“오직 나는 여호와를 우러러보며 나를 구원하시는 하나님을 바라보나니 나의 하나님이 나에게 귀를 기울이시리로다” (미 7:7)

‘오직 나는(But as for me).’ 세상 모두가 불신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릴 때, 예언자는 시선을 돌려 하나님을 ‘우러러’ 봅니다. 여기서 ‘우러러본다’는 것은 막연한 기대가 아니라, 파수꾼이 새벽을 기다리듯 온 존재를 집중하여 하나님을 갈망하는 태도입니다. 세상이 어두울수록 빛이신 하나님은 더욱 선명해집니다.

미가는 자신의 처지를 부정하지 않습니다. 그는 엎드러졌고, 어둠 속에 앉아 있습니다(8절). 그러나 그는 선포합니다. “나의 대적이여 나로 말미암아 기뻐하지 말지어다 나는 엎드러질지라도 일어날 것이요 어둠에 앉을지라도 여호와께서 나의 빛이 되실 것임이로다.” 신앙은 결코 넘어지지 않는 것이 아닙니다. 넘어진 자리에서 다시 일어나는 탄력성입니다. 어둠 속에 앉아 있는 시간은 패배의 시간이 아니라, 하나님의 눈동자와 마주하는 은밀한 기도의 시간입니다.

하나님은 당신의 백성을 변호하시고, 광명한 곳으로 인도하시며, 마침내 ‘의(Righteousness)’를 보게 하실 것입니다(9절). 무너졌던 울타리는 다시 건축될 것이며(11절), 세상의 경계는 확장될 것입니다. 물론 그 땅은 그들의 행위의 열매로 말미암아 황폐하게 될 것이라는 경고(13절)도 잊지 않으십니다. 심판과 구원은 동전의 양면처럼 함께 옵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그리고 삶의 무게에 짓눌린 벗들이여.

사방이 우겨쌈을 당한 것 같고, 아무도 믿을 수 없는 고립무원의 처지에 놓여 있습니까? 그때가 바로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볼 때입니다. 사람에게 실망한 에너지를 하나님을 향한 기도로 바꾸십시오. 우리가 어둠 속에 웅크리고 있는 그 순간에도, 주님은 우리 곁에 앉아 계십니다.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습니다. 아니, 어둠은 빛이 탄생하는 자궁입니다. 부조리한 세상에 낙심하지 말고, “다시 일어나게 하시는 하나님”을 붙잡으십시오. 오늘 우리가 흘리는 인내의 눈물이 마침내 기쁨의 단으로 돌아올 것입니다. 무너진 신뢰의 폐허 위에서도, 하나님을 바라보는 한 사람을 통해 희망의 싹은 다시 움틉니다. 그 한 사람이 바로 당신이기를 축복합니다.

평화의길벗_라종렬


***

미가 7:1-13 폐허의 한복판에서 길어 올리는 '아슬아슬한 희망'

인간의 신실함이 바닥나고 불신이 일상이 된 비루한 현실 속에서도, 하나님은 무너진 우리 실존을 부여잡고 ‘끙끙 앓으시는’ 긍휼로 우리와 함께하시며, 우리는 그 압도적인 은총을 신뢰할 때 비로소 다시 시작할 용기를 얻습니다.

*

참으로 신산(辛酸)스러운 나날입니다. 우리가 발 딛고 선 세상은 미가 선지자의 탄식처럼 "경건한 자가 세상에서 끊어졌고 정직한 자가 사람들 가운데 없도다"(미 7:2)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황량한 벌판 같습니다. 사람들은 저마다 자기 이익이라는 '그물'을 던져 이웃을 사냥하고, 가장 가까운 벗이나 품 안의 아내조차 신뢰할 수 없는 '불신의 사막'을 건너고 있습니다(미 7:5-6). 우리는 성공과 소유라는 ‘판타스마고리아’(환상)에 매몰되어 정작 소중한 사람의 향기를 잃어버렸고, 영혼은 어느덧 부박(浮薄)한 소음 속에 유폐되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예언자 미가는 이 절망의 끝자락에서 놀라운 반전을 시도합니다. "오직 나는 여호와를 우러러보며 나를 구원하시는 하나님을 바라보나니"(미 7:7). 이것은 자신의 의지력으로 일어서겠다는 선언이 아닙니다. 오히려 자기의 무능과 파산을 정직하게 인정하는 자만이 내뱉을 수 있는 '항복의 기도'입니다. 신앙이란 우리가 무엇을 성취하는 투쟁이 아니라, 우리가 스스로를 구원할 수 없음을 자각하고 하나님의 ‘부력’(浮力)에 몸을 맡기는 일입니다.

우리는 하나님을 전능한 통치자로만 생각하지만, 성경이 증언하는 하나님은 당신의 백성들이 야수가 되어버린 현실 앞에서 ‘끙끙 앓으시는’ 분입니다. 히브리적 관점에서 하나님의 '긍휼'(라훔)은 어머니의 '자궁'(레헴)과 뿌리가 같습니다. 하나님은 우리가 완벽해지기를 기다리지 않으시고, 오히려 우리가 넘어진 그 '똥물' 같은 현실 속으로 친히 뛰어들어 우리를 품어 안으시는 분입니다. 우리가 때때로 신앙에 대해 회의를 느끼고 "하나님은 어디 계신가?"라고 묻는 그 질문조차, 실은 우리 속에 새겨진 '영원에 대한 그리움'의 발현입니다.

사랑하는 광양사랑의교회 성도 여러분, 삶이 뜻대로 되지 않아 "이게 아닌데" 하는 탄식이 나올 때, 그 자리가 바로 하나님의 은총이 유입되는 '틈'임을 기억하십시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거운 종교적 의무를 짊어지는 것이 아니라, 고요히 말씀의 빛 속을 거닐며 우리 영혼을 그분의 마음에 조율하는 것입니다. 묵상은 단순히 글을 읽는 것이 아니라, 굳은 마음 밭을 갈아엎어 우리 속에 잠든 '참사람'의 씨앗을 깨우는 '영혼의 세수'입니다.

비록 지금은 "캄캄한 데 앉아 있을지라도"(미 7:8), 주님은 기어코 우리의 빛이 되어 주실 것입니다. 우리가 이웃의 고통에 공감하며 그들의 '곁'이 되어줄 때, 우리 삶은 세상을 향한 가장 강력한 메시지가 될 것입니다. 척박한 광야 같은 일상일지라도, 주님이 우리를 위해 예비하신 '쉴만한 물가'가 반드시 있음을 신뢰하며, 오늘을 명랑한 순례자로 살아냅시다.

하나님의 은혜는 가뭄으로 쩍쩍 갈라진 논배미를 원망하지 않고 묵묵히 적시는 단비와 같습니다. 그 비가 스며드는 곳마다 굳은 땅은 부드러워지고, 잊혔던 생명의 씨앗은 기적처럼 다시 움트게 될 것입니다.

평화의길벗_라종렬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16 시편 150:1-6 마지막 숨결까지, 삶은 축제이어라 new 평화의길벗 2025.12.31 0
115 시편 149:1-9 어둠을 베는 찬양, 그 거룩한 역설 평화의길벗 2025.12.29 0
114 시편 148:1-14 피조물의 합창, 그 먹먹한 신비 평화의길벗 2025.12.29 1
113 미가 7:14-20 깊은 바다에 던져진 한 해, 다시 솟아오르는 은총 평화의길벗 2025.12.27 0
» 미가 7:1-13 어둠 속에 앉을지라도 주께서 나의 빛이 되시나니 평화의길벗 2025.12.27 1
111 미가 6:1-16 무엇으로 그분 앞에 나아갈까 평화의길벗 2025.12.25 3
110 미가 5:1-15 작고 비루한 곳에 임한 우주적 신비 평화의길벗 2025.12.24 2
109 미가 4:1-3 아픔을 산고(産苦)로 바꾸시는 하나님의 연금술 평화의길벗 2025.12.23 3
108 미가 3:1-12 무너짐, 그 서늘한 은총에 대하여 평화의길벗 2025.12.22 3
107 미가서 2:1-13 막힌 담을 허무는 은총의 선봉장(先鋒將) 평화의길벗 2025.12.22 3
106 미가서 1:1-16 땅을 녹이는 눈물의 소리 평화의길벗 2025.12.20 4
105 시편 147:1-20 별을 세시는 분이 우리의 상처를 싸매실 때 평화의길벗 2025.12.18 3
104 시편 146:1-10 호흡이 끊어지면 흙으로 돌아갈 인생들이 부르는 희망의 노래 평화의길벗 2025.12.17 4
103 시편 145:1-21 비틀거리는 존재들을 위한 중력, 그 거룩한 돌봄 평화의길벗 2025.12.15 2
102 시편 144:1-15 그림자 같은 인생에 찾아오신 '헤세드'의 하나님 평화의길벗 2025.12.14 4
101 시편 143:1-12 영혼의 칠흑 같은 밤을 지나는 그대에게 평화의길벗 2025.12.13 3
100 시편 142:1-7 동굴의 시간, 그 깊은 침묵 속에서 평화의길벗 2025.12.12 3
99 시편 141:1-10 저녁 연기처럼 피어오르는 기도 평화의길벗 2025.12.12 4
98 시편 140:1-13 독이 묻은 말들의 숲을 지나며 평화의길벗 2025.12.11 4
97 시편 139:13-24 내 안의 우주를 마주하는 시간 평화의길벗 2025.12.10 2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 6 Next
/ 6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