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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편 140:1-13 독이 묻은 말들의 숲을 지나며

폭력과 혐오가 난무하는 세상에서 우리가 악에게 잡아먹히지 않는 유일한 길은, 악에 맞서 똑같은 괴물이 되는 것이 아니라 고난받는 자들의 편에 서시는 하나님의 정의를 신뢰하며 ‘정직한 자’의 품격을 지키는 것입니다.

*

세상이 참 소란스럽습니다. 뉴스를 틀면 누군가를 향한 날 선 비난과 혐오의 언어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물리적인 폭력만이 폭력이 아닙니다. 인격에 흠집을 내고, 존재를 부정하며, 타인을 절벽 끝으로 내모는 말들의 전쟁터가 바로 우리가 사는 세상입니다. 독일의 철학자 하이데거는 “언어는 존재의 집”이라 했는데, 오늘날 그 집은 곳곳이 무너져 내리고, 그 틈새로 독사가 혀를 날름거리듯 악의적인 말들이 스며들고 있습니다.

오늘 시편 140편의 시인 다윗은 바로 그 ‘말들의 전쟁터’ 한복판에 서 있습니다. 그는 지금 절박합니다.

“뱀 같이 그 혀를 날카롭게 하니 그 입술 아래에는 독사의 독이 있나이다”(3절).

그를 둘러싼 악인들은 우발적으로 행동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마음속으로 악을 꾀하고, 매일 싸움을 걸어오며(2절), 사냥꾼이 덫을 놓듯 교묘하게 올무와 줄을 놓고 기다립니다(5절). 마치 우리가 사회생활을 하며, 혹은 관계 속에서 느끼는 막막함과 다르지 않습니다. 나를 넘어뜨리려는 의도가 뻔히 보이는 상황, 억울함을 호소할 곳 없는 고립무원의 처지가 시인의 탄식 속에 배어 있습니다.

광양사랑의교회 성도 여러분,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어떻게 반응합니까? 대개는 두 가지입니다. 두려움에 질려 숨거나, 아니면 나도 똑같이 독을 품고 그들을 물어뜯으려 달려드는 것입니다. 니체는 “괴물과 싸우는 사람은 그 싸움 속에서 스스로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고 경고했습니다. 악을 이기기 위해 악한 방법을 차용하는 순간, 우리는 이미 악에게 패배한 것입니다.

시인은 그 위태로운 경계선에서 눈을 들어 하나님을 찾습니다. 그리고 아주 놀라운 고백을 합니다.

“내 구원의 능력이신 주님, 전쟁의 날에 주님께서 내 머리를 가려 주셨습니다”(7절).

여기서 ‘머리를 가려 주셨다’는 표현은 고대 전투에서 투구를 씌워 급소를 보호해 주신다는 생생한 이미지입니다. 빗발치는 비난의 화살과 모략의 창끝이 내 영혼의 가장 깊은 곳, 나의 존엄성을 해치지 못하도록 하나님께서 친히 방패가 되어 주신다는 확신입니다. 이것이 신앙인의 배짱입니다. 세상이 나를 아무리 흔들어도, 하나님이 내 머리를 감싸고 계시니 나는 안전하다는 믿음, 바로 거기서 평정심이 나옵니다.

우리의 기도는 원수를 갚아달라는 복수의 외침에 머물러서는 안 됩니다. 시편 140편의 결론은 명확합니다.

“내가 알거니와 여호와는 고난 당하는 자를 변호해 주시며 궁핍한 자에게 정의를 베푸시리이다”(12절).

하나님은 힘센 자들의 횡포를 두고 보지 않으십니다. 그분은 언제나 억울한 자, 약한 자, 목소리를 잃은 자들의 곁에 계십니다. 그러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악인들과 똑같이 흙탕물 싸움을 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성품을 닮은 ‘정직한 자’로 남는 것입니다.

“진실로 의인들이 주의 이름에 감사하며 정직한 자들이 주의 앞에서 살리이다”(13절).

여기서 ‘주의 앞에서 산다(dwell in Your presence)’는 말은 하나님의 얼굴을 마주하며 산다는 뜻입니다. 악인들은 숨어서 덫을 놓지만, 의인들은 햇살 같은 하나님의 시선 아래서 떳떳하게 살아갑니다.

독이 묻은 말들이 숲을 이루는 험한 세상을 건널 때, 부디 잊지 마십시오. 하나님께서 여러분의 머리를 덮어 보호하고 계십니다. 악을 악으로 갚지 않고, 끝까지 선으로 악을 이겨내는 품격 있는 그리스도인, 그것이 바로 하나님이 이 어두운 세상에 심어놓으신 희망의 씨앗입니다. 그 거룩한 자존감을 지키며 오늘을 살아내시기를 빕니다.

평화의길벗_라종렬


***


시편 140-1-13 혀 아래 독을 품은 세상에서, 나의 피난처이신 하나님

뱀처럼 독을 품은 혀와 포악한 말(시 140:3)이 난무하는 세상 속에서, 하나님은 연약한 영혼의 변치 않는 피난처이자, 공의(미쉬팟) 와 긍휼(헤세드) 로 우리의 삶을 붙들어 완성하시는 구원의 주체이시다.

*

시편 140편의 기자는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 하나님께 간절히 부르짖습니다. 그를 둘러싼 "악인"과 "포악한 자"의 위협은 단순한 물리적 공격을 넘어, "뱀 같이 날카롭고 혀 밑에는 독을 품은"(시 140:3) 언어적 폭력, 즉 사악한 모함과 비방의 형태로 다가옵니다. 말이 사람과 사람 사이를 이어주는 다리가 아니라, 오히려 상대를 갈라놓는 칼이 되어버린 세상에서, 의로운 자의 영혼은 상처 입을 수밖에 없습니다.

오늘날 세상의 악은 대개 겉모습만으로 쉽게 분별되지 않습니다. 우리의 일상은 화려하고 매혹적인 욕망의 유혹으로 가득 차 있으며, 이 욕망은 이웃을 수단으로 삼고 그들의 존엄성을 유린하는 폭력을 낳습니다. 시인의 적들이 그 혀를 통해 악을 행하며(140:3), 그들의 마음은 늘 남을 넘어뜨리려 계획하고 (140:4), 자신을 세상의 중심에 놓으려 합니다. 이러한 자기중심성은 다른 이의 고통에 둔감해지고, 결국 세상을 "추한 것"으로 변질시키는 근본적인 문제입니다.

신앙에 회의를 느끼거나, 혹은 세상의 불의 앞에서 낙담하는 이들이여, 기억하십시오. 우리의 연약함과 나약한 의지로는 이 뱀처럼 교활한 악의 현실을 극복하기 어렵습니다. 우리는 자주 흔들리며, 고난과 시련 앞에서 쉽게 무력감에 빠집니다. 그러나 시인은 절망의 순간에도 "내가 주께 피하나니"(시 140:12)라고 고백합니다. 이 고백은 인간의 힘이나 의무(해야 할 것)를 강조하기보다, 하나님이 우리의 굳건한 피난처가 되신다는 은총의 확신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하나님은 고통받는 이들의 부르짖음을 기도로 들으시고, 그들의 눈물을 닦아주기 위해 세상의 한복판에 개입하시는 긍휼(헤세드)의 하나님이십니다.

시편 140편의 마지막 절은 우리에게 확고한 희망을 선포합니다. "주님께서 고난 당하는 자를 변호하시며 궁핍한 자에게 정의를 베푸시리이다"(시 140:12). 하나님의 공의(미쉬팟)는 궁극적으로 실현될 것이며, 우리의 싸움은 이미 이겨놓고 하는 싸움임을 믿는 자에게는 어떤 위협도 두려움이 되지 않습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이 사랑과 자비의 약속을 굳게 붙잡고, 정직하고 온유하게 그분의 뜻에 따라 사는 것입니다. 우리의 삶이 비록 작은 조각배처럼 흔들릴지라도, 그 배의 닻은 이미 폭풍우 속에서도 우리를 붙들어주시겠다는 하나님의 신실한 약속(헤세드)에 굳게 내려져 있기 때문입니다.

마치 어둠 속에서 등불을 켠 후 뒤돌아보면, 빛이 있는 곳 어디든 이미 그분과 함께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과 같습니다. 그분은 우리가 걷는 모든 길의 빛이요, 우리의 영원한 고향이십니다.

평화의길벗_라종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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