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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야 7:1-25 숲이 흔들리는 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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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전한 신앙이란 흔들리는 정세와 요동치는 마음 한가운데서, 함께 계신 임마누엘 한 분으로 굳게 서는 생명 사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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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의 태양이 정수리 위에서 이글거리고, 소나기 한 줄금이 지나간 뒤의 대지가 뜨거운 김을 무럭무럭 올려 보내는 칠월의 끝자락입니다. 밤에도 식지 않는 열대야에 뒤척이다 새벽녘에야 겨우 얕은 잠이 들고, 아침이면 밀린 숙제처럼 쌓여 있는 걱정거리들과 다시 마주 앉는 분들이 있습니다. 통장 잔고와 자녀의 앞날과 건강검진 결과지 사이에서, 마음이 바람 부는 숲의 나뭇잎처럼 쉴 새 없이 흔들리는 모든 분의 심령 위에, 흔들리지 않는 반석이신 주님의 다사로운 평화가 깃들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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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소나기가 몰려오기 전, 산등성이의 숲이 일제히 뒤척이는 광경을 보신 적이 있으실 것입니다. 수만 그루의 나무가 제각기 요란하게 흔들리지만, 정작 산 자체는 미동도 하지 않습니다. 바람은 잎사귀를 흔들 수 있어도 산의 뿌리를 옮기지는 못합니다. 오늘 이사야 7장이 우리 앞에 펼쳐 보이는 풍경이 바로 이것입니다. 잎사귀처럼 흔들리는 인간의 마음과, 산처럼 미동도 없는 하나님의 약속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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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전 734년, 예루살렘에 흉흉한 소식이 날아듭니다. 북쪽의 두 나라, 아람과 이스라엘이 손을 잡고 유다를 치러 내려온다는 것입니다. 성경은 그때 왕과 백성의 마음을 이렇게 기록합니다. "왕의 마음과 그의 백성의 마음이 숲이 바람에 흔들림 같이 흔들렸더라"(사 7:2). 아하스 왕은 서둘러 성 밖 윗못 수도 끝으로 나갑니다. 포위전에 대비해 물길부터 점검하려는 것입니다. 그런데 하나님은 바로 그 수로 끝에서 예언자 이사야를 왕 앞에 세우십니다. 네가 지금 붙들려는 것이 고작 물길이냐, 예루살렘의 참된 생명수가 누구인지 아느냐고 물으시는 것처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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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야가 전한 말씀은 뜻밖에도 단순합니다. "삼가며 조용하라... 두려워하지 말며 낙심하지 말라"(사 7:4). 왕의 눈에 태산 같던 두 침략자를 하나님은 "연기 나는 두 부지깽이 그루터기"라 부르십니다. 불은 이미 다 꺼지고 연기만 나는, 아궁이에서 꺼내 버려질 타다 만 막대기 둘. 저들의 계획에 대한 하나님의 판결은 한 문장입니다. "그 일은 서지 못하며 이루어지지 못하리라"(사 7:7). 역사의 결정권은 창칼을 든 자들에게 있지 않고 보좌에 앉으신 분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약속 끝에, 원문으로 읽으면 아름다운 언어유희로 빚어진 한 문장이 놓입니다. "만일 너희가 굳게 믿지 아니하면 너희는 굳게 서지 못하리라"(사 7:9). 믿음이 곧 터라는 것입니다. 붙드는 자만이 붙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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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아하스는 다른 계산을 하고 있었습니다. 보이지 않는 하나님보다 눈에 보이는 앗수르 제국의 군대가 더 믿음직했던 것입니다. 하나님은 그런 왕의 마음을 돌이키시려 성경 어디에서도 유례를 찾을 수 없는 파격적인 제안을 하십니다. "너는 네 하나님 여호와께 한 징조를 구하되 깊은 데에서든지 높은 데에서든지 구하라"(사 7:11). 무엇이든 보여주겠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왕의 대답이 놀랍습니다. "나는 구하지 아니하겠나이다 나는 여호와를 시험하지 아니하겠나이다"(사 7:12). 얼핏 들으면 더없이 경건한 말입니다. 그러나 구하라고 명하신 분께 구하지 않는 것은 겸손이 아니라 거절입니다. 시몬 베유는 "위험은 하나님이 계시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하나님 아닌 것들로 영혼의 허기를 채우는 데 있다"고 썼습니다. 아하스의 경건한 언어 뒤에는 이미 앗수르로 채워진 마음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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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이 본문의 가장 눈부신 반전이 일어납니다. 인간이 징조를 거절하자, 하나님이 친히 징조를 주십니다. "그러므로 주께서 친히 징조를 주실 것이라 보라 처녀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을 것이요 그의 이름을 임마누엘이라 하리라"(사 7:14). 임마누엘 — 하나님이 우리와 함께 계시다. 우리의 불신이 하나님의 사랑을 좌절시키지 못한다는 선언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압니다. 이 징조가 칠백 년의 세월을 건너 베들레헴의 구유에서 마침내 살과 피를 입었다는 것을 말입니다. "보라 처녀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을 것이요 그의 이름은 임마누엘이라 하리라"(마 1:23). 아하스가 밀쳐낸 그 징조를, 하나님은 온 인류의 품에 안겨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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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거절의 값은 치러야 했습니다. 아하스가 방패로 삼은 앗수르는 도리어 유다를 미는 "고용된 삭도"가 되었고, 은 천 개짜리 포도원마다 찔레와 가시가 돋았습니다. 사람이 하나님 대신 붙잡은 것은 언젠가 그 사람을 베는 칼이 됩니다. 그러나 그 황폐한 땅에도 하나님은 마지막 문장을 남겨두셨습니다. 살아남은 자들이 "버터와 꿀을 먹으리라"는 것입니다. 황무지의 식탁, 그러나 그것은 임마누엘이 먹는 바로 그 음식이었습니다. 심판의 한복판에도 하나님은 남은 자들의 밥상을 차리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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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신앙 여정은 바람 부는 산비탈에 선 한 그루 나무와 같습니다. 세상의 바람은 우리의 잎사귀를 흔들고 가지를 휘게 하며, 때로는 우듬지를 꺾어놓기도 합니다. 그럴 때 세상은 속삭입니다. "더 굵은 밧줄로 너를 동여매라. 더 높은 담을 쌓고, 더 많은 것을 쌓아두라." 그래서 우리는 저마다의 앗수르를 찾아 조공을 바치며 삽니다. 그러나 나무를 지키는 것은 밧줄이 아니라 뿌리입니다. 보이지 않는 땅속 깊은 곳에서 반석을 움켜쥔 뿌리 하나가, 보이는 모든 요동을 견디게 합니다. 믿음이란 바로 그 뿌리를 임마누엘의 반석에 내리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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찜통더위 속에서도 어느새 아침저녁 바람 끝이 조금씩 순해지는 이 칠월의 끝, 마음이 숲처럼 흔들리는 날에는 서둘러 밧줄을 찾지 마십시오. 도리어 잠잠히 뿌리를 점검하십시오. "삼가며 조용하라, 두려워하지 말라" 하신 그 음성 앞에 마음을 내려놓고, 나와 함께 계신 임마누엘 한 분을 깊이 신뢰하며, 흔들리는 시대 한가운데서 믿음으로 굳게 서는 평화의 순례자가 되시기를 간절히 축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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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길벗_라종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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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에서 보기

https://youtu.be/W3sVV_hEWX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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