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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야 2:1-22 칼이 보습이 되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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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전한 신앙이란 스스로 쌓은 성채를 내려놓고 하나님의 풀무불 안에서 새로 빚어지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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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를 가득 채운 무겁고 습한 한여름의 열기가 대지 위를 짓누르는 7월의 저녁입니다. 눅눅한 바람이 살갗에 닿을 때면, 습한 기운만큼이나 무겁게 가라앉는 마음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 남몰래 긴 숨을 내쉬게 됩니다. 이사야가 바라본 환상 속에도 그런 무게가 있었습니다. 성전 산이 모든 산 위에 뛰어나게 설 것이라는 선포 앞에서, 이사야는 동시에 인간이 저 높은 곳에 쌓아 올린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리는 장면을 목격합니다. 백향목이 넘어지고, 바산의 상수리나무가 꺾이며, 높은 탑과 견고한 성벽이 먼지가 되는 그 장면은 심판의 공포가 아니라, 잘못된 방향으로 치달아 온 우리를 돌려세우시려는 하나님의 애끓는 부르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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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늘 더 높아져야 한다고 배웠습니다. 더 견고한 성채를 쌓아 힘을 증명하는 것이 인생의 성공이라 믿으며 달려왔습니다. 그러나 이사야가 선포하는 여호와의 산은 지정학적으로 거대하게 솟아오른 산이 아닙니다. 그 산이 세상에서 가장 고귀한 장소로 우뚝 서는 것은, 거기서 흘러나오는 말씀 때문입니다. 자기를 비워 타인을 살리는 지혜가 머무는 곳이기 때문에 만방이 그리로 모여드는 것입니다. 높이의 경쟁이 아니라, 내려놓음의 역설이 이 본문의 핵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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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하지 않은 질병이나 배신, 내 힘으로는 도무지 통제할 수 없는 삶의 붕괴를 경험할 때가 있습니다. 그때서야 비로소 내가 그토록 집착하던 자랑거리들이 한낱 입김처럼 가벼운 허무였음을 뼈저리게 깨닫습니다. 이사야는 준엄하게 말합니다. "너희는 인생을 의지하지 말라 그의 호흡은 코에 있나니 셈할 가치가 어디 있느냐"(사 2:22). 콧김이 끊어지면 흙으로 돌아갈 우리가 온 우주의 주인인 양 스스로를 숭배하던 어리석음을 깨뜨리라는 경고입니다. 파스칼이 말했듯, 인간은 바람 한 줌에도 스러질 연약한 갈대입니다. 그 연약함을 정직하게 인정하는 자리에서야 비로소 진짜 신앙이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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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헛된 우상을 숭배하느라 지쳐버린 영혼이 가야 할 길은 더 화려한 세속의 길로 내달리는 헛수고가 아닙니다. 내 고단함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나를 부르시는 하나님의 세밀한 숨결 앞에 영혼의 닻을 내리는 묵상의 자리입니다. 참된 묵상이란 내 욕망의 만족을 위해 하나님을 교묘하게 사용하려던 종교적 기만을 멈추는 일입니다. 나를 지키기 위해 쳐두었던 안주의 울타리를 허물고, 이웃의 아픔에 예민하게 감응하는 생명의 새살을 속에서부터 차오르게 만드는 영혼의 숨쉬기입니다. 김교신 선생은 상처에 생긴 딱지를 억지로 떼어내려 하면 오히려 상처가 덧나지만, 안에서부터 단단하고 깨끗한 새살이 밀려 올라오면 묵은 딱지는 저절로 떨어져 나간다고 말했습니다. 말씀 묵상은 바로 우리 내면에 하나님의 자비로운 성품이라는 새살을 돋우는 은총의 여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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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상처 많고 불안한 신앙 여정은 전쟁터에서 사납게 휘둘리던 차가운 강철 칼이 대장간의 뜨거운 풀무불을 거쳐 부드럽고 뭉툭한 보습으로 빚어지는 과정과 같습니다. 세상의 얄팍한 지혜는 우리에게 날카로운 무기가 되어 곁의 이들을 굴복시키라고 다그칩니다. 그래서 우리는 매일 긴장한 채 날 선 무기가 되어 버둥거리다 결국 스스로의 영혼마저 베어버리는 깊은 피로를 안고 살아갑니다. 그러나 위대한 대장장이이신 하나님은 우리를 그 쓸쓸한 전쟁의 도구로 내버려 두지 않으십니다. 십자가라는 거룩한 풀무불 속으로 우리의 딱딱하고 서늘한 자아를 집어넣으십니다. 풀무불 속에서 날 선 고집과 이기심이 붉게 녹아내리는 부서짐을 지나, 장인이신 주님의 손길에 맞추어 우리의 날카로움이 뭉툭하게 구부러질 때, 비로소 우리의 존재는 대지를 상하게 하던 칼에서 얼어붙은 땅을 부드럽게 갈아엎어 수많은 생명의 씨앗을 잉태케 하는 아름다운 보습으로 경이롭게 다시 태어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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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강해지려던 헛된 소란을 멈추고 십자가의 제단 위에 우리 존재를 가만히 내어 맡길 때, 우리의 깨어진 삶은 지친 이웃의 생명을 다사롭게 보듬어 안는 하나님 나라의 생명 도구로 되살아납니다. 그것이 "그들의 칼을 쳐서 보습을 만들고 그들의 창을 쳐서 낫을 만들게 하리니"(사 2:4)라는 말씀이 우리에게 건네는 가장 눈부신 약속입니다. 이 7월, 나를 지키기 위해 곧추 세우고 있던 날 선 생각의 칼날들을 주님의 풀무불 앞에 정직하게 내려놓으시기를 권합니다. 그 내려놓음의 자리에서, 당신은 비로소 보습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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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길벗_라종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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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로 보기

https://youtu.be/jorTZDhDuG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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