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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편 6:1-10 텅 빈 자리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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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전한 신앙이란 부서진 자리에서 은총의 숨결을 들이마시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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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에 끈적하게 달라붙는 후텁지근한 밤바람과 대기 속에 꽉 들어찬 습한 기운이 잠 못 드는 밤을 예고하는 짙은 여름의 한복판입니다. 사방이 눅눅한 습기로 가득 차 무겁게 내려앉는 이 계절의 밤을 지내다 보면, 우리의 내면 역시 씻겨가지 않는 슬픔과 염려의 무게로 축축하게 젖어 드는 것을 느끼곤 합니다. 삶의 벼랑 끝에서 "과연 내 수고와 믿음이 가닿을 하늘이 있기나 한 걸까"라며 깊은 회의와 마른 신음을 삼키는 밤이 있습니다. 오늘 우리가 고요히 마주하는 시편 6편의 풍경은, 더 이상 도망칠 곳도 없고 버텨낼 기력마저 송두리째 바닥나 버린 한 인간의 가장 처절하고 정직한 신음을 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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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지금 자신의 영혼과 육체가 완전히 해체되는 듯한 극한의 고통 속에 서 있습니다. "여호와여 내가 수척하였사오니 내게 은혜를 베푸소서 여호와여 나의 뼈가 떨리오니 나를 고치소서 나의 영혼도 매우 떨리나이다"(시 6:2-3). 여기에 등장하는 '떨림'은 단순한 정서적 흔들림이 아닙니다. 존재의 가장 깊은 토대이자 중심인 '뼈'마저 마디마디 흩어지는 듯한 실존적 붕괴입니다. 이 고통스러운 밤길을 걸을 때 인간이 내뱉을 수 있는 가장 깊은 탄식은 "여호와여 어느 때까지니이까"(시 6:3)라는 외마디 비명뿐입니다. 아무리 기도하고 몸부림쳐도 하늘은 놋쇠처럼 굳게 닫혀 있는 것 같고, 나를 둘러싼 이웃과 대적들의 싸늘한 눈빛만이 우리를 찌를 때, 우리는 영혼의 아뜩한 어둠을 경험하게 됩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늘 흔들리지 않는 단단함만을 요구하며, 조금이라도 연약함을 보이거나 눈물을 흘리는 것을 패배의 증거라며 차갑게 냉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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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시인은 이 참담한 현실을 그럴듯하게 포장하지 않습니다. 그는 밤마다 눈물로 침상을 적시며, 자신의 요가 눈물에 동동 뜰 만큼 격렬하게 슬픔을 쏟아냅니다(시 6:6). 스페인의 철학자 미겔 데 우나무노는 인간의 가장 깊은 존엄성은 비극적 인생관을 피하지 않고 정직하게 대면하는 고통 속에서 싹튼다고 말했습니다. 눈물은 우리 영혼이 겪는 고통의 삼투압이며, 자아의 완고한 껍질을 녹여내는 가장 신성한 액체입니다. 시인이 밤새 쏟아낸 눈물은, 사실 내가 내 인생의 주인인 척, 흔들리지 않는 강자인 척 버텨내려던 그 오만하고 피곤한 자아의 잔재들을 씻어내는 정화의 강물이었습니다. 혹시 신앙생활을 하면서도 내가 가진 직분이나 종교적 성취를 뽐내느라 영혼이 파리해지지는 않으셨습니까. 더 완벽한 도덕성과 단단한 믿음의 실적을 증명해 내야만 하나님이 나를 사랑해 주실 것이라는 율법의 무거운 강박에 짓눌려 숨 가쁜 나날을 보내고 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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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성경을 읽고 묵상하는 까닭은, 이렇듯 요동치는 시간의 씨실 속에서 하나님이 팽팽하게 드리워 두신 영원의 날실을 발견하여 우리 삶을 가지런히 정돈하기 위함입니다. 묵상이란 내 욕망을 채우기 위해 하나님의 힘을 사용하려던 얄팍한 시도를 멈추고, 그분이 거저 주신 생명과 자비를 있는 그대로 향유하는 거룩한 호흡입니다. 세상이 부추기는 성공 신화와 타인의 인정을 구하느라 헐떡이던 가쁜 날숨을 다 내뱉고, 오직 나를 품어 안으시는 하나님의 그 한결같은 사랑의 숨결을 깊이 들이마시는 영혼의 호흡 말입니다. 물과 불 사이를 왕래하며 마침내 단단해지는 무쇠처럼, 우리의 영혼 또한 이 절망의 밤과 희망의 새벽 사이를 오가며 비로소 고요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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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흐느끼던 시인의 기도가 멈춘 바로 그 자리에서, 놀라운 전환이 일어납니다. "행악하는 너희는 다 나를 떠나라 여호와께서 내 울음소리를 들으셨도다 여호와께서 내 간구를 들으셨음이여 여호와께서 내 기도를 받으시리로다"(시 6:8-9). 세상은 큰 소리로 외치고 그럴듯한 실적과 화려한 자격을 내밀어야만 비로소 고개를 돌려 우리를 바라봅니다. 타인의 시선과 인정을 구하는 삶은 결국 나를 그 대상에게 예속시켜 정신적 자유를 잃어버리게 만들 뿐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믿는 하나님은 우리가 내세우는 화려한 스펙이 아니라, 아무에게도 들리지 않는 어두운 골방에서 홀로 흘리는 그 고요한 울음소리에 가장 먼저 귀를 기울이시는 다사로운 분이십니다. 하나님은 뼈가 흔들리고 영혼이 쇠하여 엎드러진 우리의 그 가련하고 비루한 밑바닥을 다 아시면서도 우리를 정죄하거나 외면하지 않으셨습니다. 오히려 우리가 가장 약하여 아무런 자격도 공로도 주장할 수 없는 바로 그때가, 주님의 가멸찬 은혜와 자비가 우리 영혼의 틈새로 아련하게 흘러 들어오는 은총의 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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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내 힘으로 인생의 집머리를 든든히 세워보려던 그 날 선 긴장을 십자가 아래 가만히 내려놓으십시오. 주님은 우리의 눈물을 비웃지 않으시고, 십자가의 그 너른 품으로 우리의 남루함을 남김없이 안으시어 기어코 부활의 새벽빛으로 인도해 가십니다. 우리의 상처 많고 고단한 신앙 여정은 가장 깊고 찬연한 소리를 내기 위해 가혹하게 깎이고 쪼개지는 비파의 오동나무 공명통을 깎아내는 과정과 같습니다. 세상의 얄팍한 지혜는 틈 없이 단단하게 꽉 찬 통나무만이 가치 있고 쓸모 있는 것이라 윽박지릅니다. 속이 가득 차 무거운 나무는 거센 바람이 불어도 흔들리지 않으니 안전할 것이라 자랑합니다. 그러나 속이 꽉 찬 통나무는 바람이 불어도 아무런 울림을 내지 못하는 둔탁한 목재에 불과합니다. 위대한 악기 장인이신 하나님은 우리를 그렇게 쓸쓸하고 무정한 존재로 내버려 두지 않으십니다. 주님은 우리 내면의 불순물과 헛된 자아를 십자가라는 아픈 메스로 사정없이 긁어내시고 파내어, 마침내 텅 빈 공명통을 만드십니다. 우리의 뼈가 흔들리고 영혼이 깎여나가는 고통은 장인의 정교한 조율의 손길입니다. 우리가 내 힘으로 단단해지려던 고집을 멈추고 장인의 손길에 우리 존재를 온전히 내어 맡길 때, 비로소 우리의 그 부서진 상처와 텅 빈 비어 있음은, 주님의 은총의 바람이 스쳐 갈 때 세상에서 가장 다사롭고 찬연한 하늘의 선율을 흘려보내는 아름다운 하나님 나라의 비파로 눈부시게 되살아나게 될 것입니다.


이 눅눅하고 더운 계절, 내 강함을 증명하기 위해 타인과 경쟁하며 스스로를 고갈시키는 세상의 매정한 질서를 미련 없이 거부하십시오. 그저 내 무력함과 부서진 신음을 있는 그대로 올려드리는 호흡의 묵상 자리에 고요히 엎드리며, 내 울음소리를 들으시고 품어 안으시는 그 넉넉한 은총의 닻을 내린 채 곁에 있는 지친 이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눈부신 평화의 순례자가 되시기를 간절히 축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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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길벗_라종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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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에서 보기

https://youtu.be/HLPQpdYYUc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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