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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세기 9:1-17 구름 속에 걸어둔 평화, 그 아픈 다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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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는 인간의 죄를 벌하려는 하나님의 무기가 아니라, 인간의 연약함을 끌어안기로 작정한 신의 거룩한 무장해제입니다.

*

홍수가 휩쓸고 간 자리에 서 봅니다. 하늘은 맑게 개었지만, 땅에서는 비릿한 흙내음과 함께 죽음의 침묵이 배어 나옵니다. 방주에서 나온 노아의 가족들은 과연 기쁘기만 했을까요? 아마 그들의 가슴을 짓누른 것은 ‘살아남았다’는 안도감보다, ‘언제 또다시 심판이 닥칠지 모른다’는 근원적인 공포였을 것입니다. 인간이란 존재는 본래 망각의 동물이라, 언젠가 또 다시 죄를 짓고 서로를 해칠 것이 뻔하기 때문입니다. 그 두려움에 떨고 있는 인류에게 하나님은 뜻밖의 징표를 보여주십니다. 바로 무지개입니다.

우리는 흔히 무지개를 보며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거나 ‘꿈은 이루어진다’는 식의 낭만적인 약속을 떠올립니다. 하지만 성서학자 송민원 교수는 그의 책 《태초에 질문이 있었다》에서 우리에게 낯선 질문을 던집니다. “하나님은 왜 하필 ‘활’을 언약의 증거로 삼으셨을까요?”

히브리어로 무지개를 뜻하는 단어 ‘케셰트(qeshet)’는 본래 전쟁에서 쓰는 살상 무기인 ‘활’을 의미합니다. 고대 근동의 신화에서 신들은 활을 들어 인간을 위협하고 자신의 권위를 세웠습니다. 이것이 우리가 익숙한 ‘수직적 관계’입니다. 위에서 아래로 내리꽂는 명령과 심판, 그것이 신과 인간의 마땅한 관계라 여겨졌습니다. 그러나 창세기 9장의 하나님은 전혀 다른 길을 택하십니다. 하나님은 당신의 전쟁 활을 구름 속에 걸어두십니다. 활시위를 당기지 않은 채, 활등이 하늘을 향하도록 거꾸로 걸어두신 것입니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그것은 ‘전적인 무장해제’ 선언입니다. “다시는 물로 심판하지 않겠다”는 하나님의 다짐은, 인간이 이제 죄를 짓지 않을 만큼 훌륭해졌기 때문이 아닙니다. 오히려 창세기 8장 21절의 탄식처럼, “사람의 마음이 계획하는 바가 어려서부터 악함”을 아셨기 때문입니다. 인간은 여전히 불완전하고, 세상은 여전히 비틀거릴 것입니다. 하지만 하나님은 그 악함을 힘으로 짓누르는 ‘수직적 심판’ 대신, 그들의 연약함을 있는 그대로 끌어안고 함께 견디겠다는 ‘수평적 평화’를 선택하신 것입니다.

광양사랑의교회 성도 여러분, 그리고 삶의 무게에 짓눌려 신앙마저 버거워진 여러분.

우리는 때로 하나님을 나를 감시하고 벌주는 무서운 재판관으로 오해하곤 합니다. 나의 실수와 실패가 하나님의 진노를 사지는 않을까 전전긍긍합니다. 그러나 구름 속에 걸린 무지개를 보십시오. 그것은 하나님께서 스스로에게 채우신 평화의 수갑입니다. 프랑스 철학자 레비나스는 “타자의 얼굴에서 신의 흔적을 본다”고 했습니다. 하나님은 이제 높은 보좌에서 번개를 내리치는 대신, 비를 맞으며 떨고 있는 우리 곁으로 내려와 우리의 이웃이 되고, 비 젖은 대지의 동반자가 되기로 하셨습니다.

무지개는 ‘성공의 약속’이 아니라 ‘아픔의 공유’입니다. “너희가 또다시 넘어져도, 나는 너희를 포기하지 않겠다. 내 가슴이 찢어지는 한이 있어도 너희와 맺은 언약을 지키겠다.” 이것이 무지개에 담긴 하나님의 속마음입니다. 그러니 두려워 마십시오. 우리의 어떠함 때문이 아니라, 하나님의 그 아픈 사랑 때문에 우리는 안전합니다. 오늘, 비 갠 하늘을 올려다보며 그 헐거운 은혜에 기대어 다시 한 걸음을 내딛기를 빕니다.

평화의길벗_라종렬


***

창세기 9:1-17 하늘에 걸린 빈 활, 모든 생명을 품으시는 하나님의 '아픈 무지개'

우리는 지배와 정복의 논리가 아닌, 모든 숨 쉬는 것들을 존엄하게 여기시는 하나님의 ‘재창조’의 부름에 응답할 때, 비로소 무너진 관계를 회복하고 생명의 노래를 부르는 ‘무지개 백성’이 됩니다.

*

안녕하십니까? 시간의 파고를 넘어 기적처럼 우리 앞에 당도한 오늘, 광양사랑의교회 성도 여러분께 주님의 평화를 전합니다. 때때로 우리 삶은 거센 폭풍이 지나간 뒤의 황량한 들판처럼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신앙의 길 위에서 회의가 밀물처럼 밀려오거나, “과연 세상이 달라질 수 있을까?”라는 절망의 심연 앞에 서 있는 이들에게, 창세기 9장의 무지개 이야기는 정답이 아닌 ‘따뜻한 약속’으로 다가옵니다.

홍수 이후 노아와 그 아들들 앞에 서신 하나님은 우리에게 익숙한 창세기 1장의 명령을 조금 ‘수정’하여 들려주십니다. 송민원 교수는 이 대목에서 놀라운 통찰을 전해줍니다. 첫 창조 때 주셨던 “땅을 정복하고 다스리라”는 명령이 이곳에서는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대신 하나님은 육식을 허용하시면서도 “피째 먹지 말라”는 준엄한 경계를 세우십니다. 이는 인간의 폭력(Hamas)이 땅을 어떻게 황폐하게 만드는지 보셨던 하나님의 ‘끙끙 앓으시는’ 배려입니다. 여기서 ‘하나님의 형상’은 더 이상 지배의 권한이 아니라, 타자의 생명을 해치지 말아야 할 존엄함의 근거가 됩니다.

우리가 이 아픈 사랑의 문법을 배우기 위해서는 ‘말씀 묵상’의 여정이 필요합니다. 우리가 이토록 말씀을 이드거니 씹어 소화해야 하는 까닭은, 그래야만 이기적 탐욕으로 구부러진 우리 영혼의 기준음을 주님의 마음에 조율(Tuning)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은 심판의 도구였던 활(Bow)을 구름 사이에 걸어두심으로써 무기를 악기로 바꾸셨습니다. 이 무지개 언약은 오직 인간만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성경은 하나님이 “땅 위의 모든 생물”과 언약을 맺으셨다고 거듭 강조합니다. 한동일 선생이 말했듯 우리 존재의 근본은 폭력이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에 있습니다. 하나님은 무지개를 통해 우리에게 당신의 시간을 건네주시며, 이제는 정복자가 아닌 ‘생명의 수호자’로 살아가라 초대하십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삶의 무게에 눌려 길을 잃은 것 같아도 낙심하지 마십시오. 주님은 우리가 완벽해지기를 기다려 찾아오시는 분이 아닙니다. 오히려 깨진 그릇 같은 우리 삶의 틈새로 당신의 빛을 스며들게 하십니다. 우리가 말씀의 등불을 밝히고 서로의 아픔에 공감하는 ‘사랑의 레가토’를 연주할 때, 우리 삶은 세상을 정화하는 가장 강력한 메시지가 될 것입니다. 척박한 현실 속에서도 우리가 하나님의 존엄한 형상임을 잊지 마십시오.

하나님의 은총은 밤하늘의 성좌(星座)와 같습니다. 별 하나는 미약해 보일지라도, 서로의 빛을 반사하며 연결될 때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길을 찾는 순례자들에게 결코 지워지지 않는 ‘생명의 이정표’가 되어주는 법입니다.

평화의길벗_라종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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