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0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창세기 7:1-24 닫힌 문 뒤에서 견뎌내는 침묵의 시간

.

명제: 홍수는 하나님의 분노가 아닌 창조 질서의 비극적 해체이며, 방주의 문을 닫으신 하나님의 손길은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도 우리를 끝내 보호하시려는 은혜의 봉인입니다.

*

사랑하는 광양사랑의교회 성도 여러분, 그리고 인생의 거센 비바람 속에서 홀로 떨고 계신 벗님들, 주님의 평화를 빕니다.

빗소리가 낭만이 아니라 공포로 다가올 때가 있습니다. 창세기 7장의 홍수 사건이 그렇습니다. 하늘의 창이 열리고 깊음의 샘이 터졌습니다. 이것은 단순히 비가 많이 온 기상 이변이 아닙니다. 송민원 교수님의 통찰에 따르면, 이것은 ‘창조의 역순(De-creation)’입니다. 하나님께서 태초에 “물과 물로 나뉘라” 명하시며 세우셨던 질서의 경계가 무너지고, 혼돈(Chaos)의 물이 다시 세상을 집어삼키는 장면입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습니까? 인간의 탐욕과 폭력이 세상의 질서를 파괴했기에, 하나님도 눈물을 머금고 당신의 창조 세계를 태초의 혼돈으로 되돌리신 것입니다. 그러니 홍수는 심판이기 이전에, 망가진 세상을 차마 볼 수 없어 우시는 하나님의 거대한 눈물입니다.

이 긴박한 재앙의 한복판에서 우리의 시선을 붙드는 장면이 있습니다. 노아와 그 가족, 그리고 짐승들이 방주에 다 들어갔을 때입니다. 성경은 아주 짧지만 의미심장한 문장을 기록합니다. “여호와께서 그를 들여보내고 문을 닫으시니라”(창 7:16).

노아가 문을 닫은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이 친히 닫으셨습니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합니까? 세상과의 단절이자, 동시에 완벽한 보호입니다. 하나님이 닫으신 문은 누구도 열 수 없습니다. 그 문이 닫히는 순간, 방주 안은 세상과 구별된 거룩한 공간이 되었지만, 동시에 캄캄한 침묵의 감옥이 되었습니다. 창문 하나 없는 방주 안에서 그들은 바깥의 상황을 알 수 없습니다. 그저 거센 물결에 몸을 맡긴 채, 배가 뒤집힐 듯 요동칠 때마다 멀미와 두려움을 견뎌야 했습니다.

우리의 인생에도 하나님이 문을 닫으시는 것 같은 때가 있습니다. 건강의 문이 닫히고, 사업의 문이 막히고, 관계가 단절될 때, 우리는 방주 안의 노아처럼 칠흑 같은 어둠 속에 갇힌 기분을 느낍니다. 밖에서는 죽음의 물결이 넘실대고, 안에서는 짐승들의 울음소리와 배설물 냄새가 진동합니다. 이것이 구원받은 자의 현실인가 싶어 회의가 밀려옵니다.

그러나 사랑하는 여러분, 기억하십시오. 하나님이 문을 닫으신 것은 여러분을 가두기 위함이 아니라, 혼돈의 물결로부터 여러분을 지키기 위함입니다. 방주(Tebah)에는 동력 장치도, 키(Key)도 없습니다. 내가 내 인생을 조종할 수 없다는 무력감, 그것이 우리를 힘들게 하지만, 바로 그 순간이 하나님께 온전히 ‘항복’하는 시간입니다.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라는 고백이 터져 나올 때, 우리는 비로소 하나님의 일하심을 목격하게 됩니다.

방주가 물 위를 떠다니는(창 7:18) 동안, 하나님은 침묵하십니다. 그러나 그 침묵은 부재(不在)가 아닙니다. 알을 품은 어미 새처럼, 거친 물결 위에서 위태롭게 흔들리는 그 작은 나무 상자를 당신의 손으로 꼭 붙들고 계신 것입니다. 밖은 죽음의 아우성으로 가득하지만, 하나님이 문을 닫아주신 덕분에 그 안에는 생명이 보존되고 있습니다.

지금 여러분의 상황이 답답하고 막막하십니까? 사방이 꽉 막힌 것 같아 숨이 차오르십니까? 그렇다면 지금이 바로 ‘방주의 시간’입니다. 억지로 문을 열고 나가려 하지 마십시오. 대신 요동치는 삶의 한가운데서, 나를 위해 친히 문을 닫아주신 그분의 손길을 신뢰하십시오. 물은 언젠가 빠집니다. 그리고 닫힌 문은 때가 되면 하나님께서 다시 열어주실 것입니다.

그때까지 우리가 해야 할 일은 흔들리는 방주 안에서 서로의 체온을 나누며 견디는 것입니다. 이 비릿하고 고단한 기다림의 시간이 결코 헛되지 않음을 믿으십시오. 폭풍우 너머에서 기다리시는 하나님의 무지개를 향해, 오늘이라는 시간을 묵묵히 떠가는 믿음의 항해자들이 되시기를 간절히 빕니다.

평화의길벗_라종렬


***

창세기 7:1-24 거대한 무정함 속에 떠오른 ‘은총의 방주’, 그 고요한 혁명

우리 삶을 잠식하는 폭력(Hamas)의 물결 속에서도, 하나님은 우리를 정죄하기보다 ‘함께 아파하시는 마음(Naham)’으로 먼저 다가와 우리를 당신의 은총인 방주 안으로 초대하시며, 우리는 말씀을 전 존재로 씹어 삼키는 ‘하가(Hagah)’의 시간을 통해 그 안식의 리듬에 당도합니다.

*

안녕하십니까? 세상을 뒤덮은 소란스러운 소음과 숨 가쁜 속도에 밀려, 우리 영혼이 어디쯤 와 있는지 가늠하기조차 어려운 나날입니다. 사람들은 저마다 성공이라는 사다리를 오르기 위해 턱 끝까지 차오르는 숨을 몰아쉬며 달려가지만, 정작 우리 영혼은 쫓기는 듯한 불안 속에 유폐되어 길을 잃곤 합니다. 신앙에 대해 회의를 느끼거나 “세상이 이토록 무질서한데 하나님은 어디 계시는가?”라고 묻는 성도 여러분, 오늘 창세기의 홍수 이야기는 우리를 심판의 공포가 아닌, 창조주의 애끓는 ‘사랑의 언어’ 앞으로 인도합니다.

송민원 교수는 창세기 7장의 배경이 되는 홍수의 원인을 ‘수직적 명령 위반’이 아닌 ‘수평적 관계의 파괴’라는 시선으로 읽어낼 것을 제안합니다. 성경은 당시 세상을 향해 “포악함(Hamas, 폭력)이 땅에 가득했다”고 진단합니다. 여기서 ‘하마스’는 단순히 개인의 성질이 사나운 것이 아니라, 타자를 존엄한 형상이 아닌 수단으로 취급하고 서로의 관계를 깨뜨리는 사회적·구조적 폭력을 의미합니다. 이 비릿한 욕망의 물결이 온 땅을 뒤덮었을 때, 하나님은 그 무너진 질서를 보며 “한탄(Naham)”하셨습니다.

우리는 흔히 하나님의 ‘한탄’을 변덕스러운 후회로 오해하곤 합니다. 하지만 오스왈드 챔버스는 이것이 죄를 간과하실 수 없는 하나님의 공의와, 인간을 향한 가없는 사랑 사이에서 빚어진 ‘심장이 찢어지는 고통’이라고 말합니다. 하나님은 폭력이 가득한 세상을 즉각 멸하기보다, 노아에게 방주를 만들 시간을 주시고 짐승들이 그 안으로 기어 들어오길 기다리셨습니다. 방주는 세상을 정복하는 군함이 아니라, 폭력의 물결로부터 생명을 보존하는 ‘은총의 공간’입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우리가 이 풍랑 이는 세상에서 무너지지 않기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말씀 묵상’입니다. 날마다 주님의 마음이라는 기준음에 우리 영혼을 조율할 때, 비로소 우리는 타자를 경쟁자가 아닌 ‘대응하는 존재’로 긍정하는 ‘원복(Original Blessing)’의 세계에 당도하게 됩니다.

하나님은 노아에게 “너와 네 온 집은 방주로 들어가라”고 말씀하셨습니다(1절). 우리가 완벽해서가 아니라, 주님이 먼저 우리에게 ‘은혜(Hen, 호의)’를 베푸셨기에 우리는 다시 시작할 수 있습니다. 이제 무거운 종교적 강박을 내려놓고, 우리 삶의 혼돈 속에 질서의 빛을 비추시는 주님의 손을 잡으십시오. 한동일 선생이 말했듯, 삶은 우리가 원하지 않은 것들을 원만하게 해결해 나가는 과정입니다. 비록 방주 밖에는 거센 비바람이 몰아치고 있을지라도, 주님이 문을 닫아 보호하시는 그 안식의 공간 안에서 우리는 비로소 찬연한 생명의 노래를 부르게 될 것입니다.

평화의길벗_라종렬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29 창세기 9:18-29 뒷걸음질 쳐 덮어준다는 것 new 평화의길벗 2026.01.12 0
128 창세기 9:1-17 구름 속에 걸어둔 평화, 그 아픈 다짐 평화의길벗 2026.01.11 0
127 창세기 8:1-22 변하지 않는 인간의 악함마저 덮으시는 ‘은혜의 향기’ 평화의길벗 2026.01.11 0
» 창세기 7:1-24 닫힌 문 뒤에서 견뎌내는 침묵의 시간 평화의길벗 2026.01.09 0
125 창세기 6:1-22 폭력의 시대를 건너는 ‘눈물’과 ‘방주’ 평화의길벗 2026.01.08 0
124 창세기 5:1-32 죽음의 행렬 속에서 피어나는 생명의 노래 평화의길벗 2026.01.08 1
123 창세기 4:1-26 폭력의 시대를 건너는 ‘약함’의 힘 평화의길벗 2026.01.07 2
122 창세기 3:14-24 에덴 밖, 거친 땅에서도 살아야 할 ‘생명’의 소명 평화의길벗 2026.01.05 2
121 창세기 3:1-13 상실한 낙원, 그러나 포기하지 않으시는 사랑 평화의길벗 2026.01.04 2
120 창세기 2:4-25 흙의 비천함을 별의 존귀함으로 바꾸시는 사랑 평화의길벗 2026.01.03 1
119 창세기 1:26-2:3 분주함을 멈추고 ‘나’라는 기적을 마주하는 시간 평화의길벗 2026.01.02 6
118 창세기 1:14-25 존재의 기쁨, 그 넉넉한 생명의 품으로 평화의길벗 2026.01.01 2
117 창세기 1:1-13 흑암을 품어 안으시는 하나님의 숨결 평화의길벗 2025.12.31 3
116 시편 150:1-6 마지막 숨결까지, 삶은 축제이어라 평화의길벗 2025.12.31 6
115 시편 149:1-9 어둠을 베는 찬양, 그 거룩한 역설 평화의길벗 2025.12.29 7
114 시편 148:1-14 피조물의 합창, 그 먹먹한 신비 평화의길벗 2025.12.29 9
113 미가 7:14-20 깊은 바다에 던져진 한 해, 다시 솟아오르는 은총 평화의길벗 2025.12.27 7
112 미가 7:1-13 어둠 속에 앉을지라도 주께서 나의 빛이 되시나니 평화의길벗 2025.12.27 9
111 미가 6:1-16 무엇으로 그분 앞에 나아갈까 평화의길벗 2025.12.25 10
110 미가 5:1-15 작고 비루한 곳에 임한 우주적 신비 평화의길벗 2025.12.24 6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 7 Next
/ 7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