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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세기 2:4-25  흙의 비천함을 별의 존귀함으로 바꾸시는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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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흙’이라는 연약한 질료에 하나님의 ‘숨결’이 깃들어 탄생한 신비이며, 서로의 결핍을 ‘돕는 사랑’으로 채울 때 비로소 완성되는 존재입니다.

*

사랑하는 광양사랑의교회 교우 여러분, 그리고 고단한 하루를 마치고 이 글 앞에 마주 앉으신 벗님들, 주님의 평화를 빕니다.

거울 앞에 설 때마다 우리는 낯선 타인을 마주하곤 합니다. 세월의 흐름을 이기지 못해 늘어가는 주름과, 마음 한구석에 쌓인 먼지 같은 피로를 볼 때면 ‘인간이란 참으로 덧없는 존재가 아닌가’ 하는 서글픔이 밀려옵니다. 파스칼은 인간을 일러 “자연에서 가장 연약한 갈대”라고 했습니다. 스치듯 불어오는 바람에도 흔들리고, 작은 상처에도 쉬이 무너지는 것이 우리네 삶입니다.

창세기 2장은 이러한 우리의 연약한 기원을 숨기지 않고 드러냅니다. 하나님은 흙(Dust)으로 사람을 빚으셨습니다. 히브리어로 흙은 ‘아다마(Adamah)’이고, 사람은 ‘아담(Adam)’입니다. 즉 우리는 ‘흙투성이 존재’들입니다. 하지만 성경의 위대한 반전은 바로 여기서 시작됩니다. 하나님은 그 비천한 진흙 덩어리를 발로 차지 않으시고, 무릎을 꿇어 그 코에 ‘생기(Ruach)’를 불어넣으셨습니다. 그 순간, 길가의 먼지에 불과했던 우리는 영원을 사모하는 ‘생령’이 되었습니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합니까? 내가 아무리 보잘것없어 보이고, 내 삶이 진흙탕 속에 뒹구는 것 같아도, 내 안에는 결코 지워지지 않는 하나님의 숨결이 파동 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신앙이란 내가 흙임을 인정하는 겸손과, 동시에 내가 하나님의 숨결을 담은 성전임을 자각하는 자존감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일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이 보시기에 이 ‘생령’에게도 부족함이 있었습니다. 바로 ‘홀로 있음’입니다. “사람이 혼자 사는 것이 좋지 아니하니”(창 2:18). 하나님은 완벽한 낙원인 에덴에서도 ‘관계의 부재’를 결핍으로 보셨습니다. 그래서 지으신 것이 ‘돕는 배필’입니다. 여기서 ‘돕는다(Ezer)’는 말은 단순히 보조자가 된다는 뜻이 아닙니다. 구약성경에서 이 단어는 주로 하나님이 위기에 처한 인간을 구원하실 때(에벤에셀) 쓰였습니다. 즉, 곁에 있는 누군가는 나의 부족함을 지적하는 경쟁자가 아니라, 나의 고독과 결핍을 구원해 줄 하나님의 선물이라는 뜻입니다.

하나님은 아담을 깊이 잠들게 하시고 그의 갈빗대로 하와를 만드셨습니다. 랍비들은 이를 두고 “남자의 머리뼈로 여자를 만들지 않은 것은 남자를 지배하지 못하게 함이요, 발뼈로 만들지 않은 것은 짓밟히지 않게 함이며, 심장 가까운 갈비뼈로 만든 것은 사랑으로 품게 하려 함이다”라고 해석합니다. 나와 마주한 배우자, 동료, 이웃은 내 살 중의 살이요 뼈 중의 뼈입니다.

“두 사람이 벌거벗었으나 부끄러워하지 아니하니라”(창 2:25). 이것이 태초의 아름다움입니다. 서로의 약점과 허물을 훤히 들여다보고도 그것이 공격의 빌미가 되지 않고, 오히려 감싸 안아줄 이유가 되는 관계, 이것이 바로 천국입니다.

오늘 하루, 흙먼지 같은 세상살이에 지치셨습니까? 기억하십시오. 당신은 하나님의 따뜻한 숨결이 머무는 자리입니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보십시오. 당신의 그 연약함을 함께 껴안고 걸어가라고 보내주신 ‘돕는 손길’들이 있습니다. 우리가 서로의 연약함을 있는 그대로 용납할 때, 잃어버린 낙원은 우리 사이에서 다시 꽃피어날 것입니다. 이 은총의 신비가 여러분의 삶을 가득 채우기를 빕니다.

평화의길벗_라종렬


***

창세기 2:4-25 흙에서 피어난 시(詩), 타자의 숨결로 완성되는 생(生)

우리는 티끌 같은 연약함을 지닌 존재이나 하나님의 생기(Ruach)로 숨 쉬는 기적이며, 홀로 됨의 쓸쓸함을 넘어 서로의 ‘곁’이 되어줄 때 비로소 하나님의 형상을 온전히 드러내는 ‘참사람’으로 빚어집니다.

*

안녕하십니까? 세상을 덮은 부박(浮薄)한 소음과 숨 가쁜 속도에 밀려, 때때로 우리 영혼이 어디쯤 와 있는지 가늠하기조차 어려운 나날입니다. 거대한 우주의 침묵 앞에 서면 인간이란 존재는 ‘창백한 푸른 점’에 불과한 초라한 실존임을 문득 깨닫게 됩니다. 신앙의 길 위에서 회의가 안개처럼 밀려올 때, 창세기 2장의 말씀은 우리에게 정답이 아닌 ‘따뜻한 숨결’로 다가옵니다.

성경은 하나님이 땅의 흙으로 사람을 빚으시고 그 코에 ‘생기’를 불어넣으셨다고 증언합니다(창 2:7). 한동일 선생은 "인간은 숨을 쉴 수 없을 때 불행해진다"고 했습니다. 우리의 존재는 스스로 일궈낸 성취가 아니라, 하나님이 불어넣으신 그 숨을 ‘덕분에’ 나누어 마시며 이어지는 우주적 기적입니다. 히브리어로 아담은 ‘흙’(Adamah)에서 왔습니다. 어느 시인이 노래했듯 흙에 불안을 더하면 인간이 되고, 인간에게서 불안을 빼면 다시 흙이 됩니다. 우리가 넘어지고 흔들리는 것은 우리가 흙으로 지어진 연약한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그 초라한 흙더미를 당신의 손으로 직접 만지시며 ‘끙끙 앓으시는’ 사랑으로 빚어내셨습니다.

하나님은 아담의 정체성을 완성하시기 위해 그를 ‘동산지기’로 부르셨습니다. 노동을 뜻하는 히브리어 ‘아보다’(Avoda)가 ‘예배’와 어원이 같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깊은 통찰을 줍니다. 우리의 일상은 세상을 장악하려는 투쟁이 아니라, 하나님이 만드신 창조의 리듬 속에 머물며 생명을 돌보는 거룩한 예배여야 합니다. 하나님은 인간이 홀로 있는 쓸쓸함을 보시고, 그의 ‘갈비뼈’를 취해 여자를 만드셨습니다(창 2:8). 카먼 조이 아임스는 여기서 ‘돕는 배필’(Ezer)이란 종속적인 존재가 아니라, 전쟁터에서 함께 싸우는 ‘동료’이자 ‘대응하는 존재’임을 일깨워줍니다.

잠에서 깬 아담이 하와를 보고 외친 첫 마디는 “이는 내 뼈 중의 뼈요 살 중의 살이라”는 장엄한 사랑의 고백이었습니다(2:23). 인간이 직조해 낸 최초의 문장이 비난이나 명령이 아닌 ‘시(詩)’였다는 사실이 우리 가슴을 울렁이게 합니다. 신앙이란 무엇입니까? 내 힘으로 성벽을 쌓는 고독한 투쟁이 아니라, 주님이 마련하신 ‘관계의 오아시스’에서 타자의 신음에 응답하며 서로의 곁이 되어주는 일입니다.

광양사랑의교회 성도 여러분, 혹시 삶의 무게에 눌려 “나는 왜 없지 않고 있는가”라는 근원적 외로움에 몸서리치고 계십니까? 우리가 해야 할 유일한 일은 무거운 종교적 의무를 짊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고요히 말씀을 전 존재로 소화하며 우리 영혼을 주님의 마음에 조율하는 것입니다.

주님은 우리가 완벽해지기를 기다리지 않으십니다. 오히려 깨진 그릇 같은 우리 삶의 틈새로 당신의 은총을 스며들게 하십니다. 비루한 현실일지라도 주님이 우리를 위해 예비하신 ‘쉴만한 물가’가 반드시 있음을 신뢰하십시오. 우리가 하나님의 작품(Poiema)임을 기억하며, 오늘을 명랑한 순례자로 살아가십시다.

하나님의 은총은 밤하늘을 수놓은 무수한 별빛과 같습니다. 그 빛은 스스로의 위엄을 뽐내기 위해 빛나는 것이 아니라, 칠흑 같은 어둠 속에 길을 잃은 나그네의 발등상을 비추기 위해 낮은 곳으로, 더 낮은 곳으로 조용히 내려앉는 지극한 환대입니다.

평화의길벗_라종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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