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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야 9:8-10:4 무너진 자리의 은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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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전한 신앙이란 오만의 성채를 내려놓고 말씀 앞에 엎드려 가난한 이웃의 신음에 응답하는 생명 사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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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마솥더위의 기운이 온 대지를 달구어, 가만히 서 있어도 이마에 땀방울이 맺히고 숨이 턱턱 막히는 7월의 찌무룩한 하루입니다. 장마가 남기고 간 대기 속의 눅눅한 습기와 정체전선의 무거운 공기가 온몸을 가위눌림처럼 내리누를 때면, 우리의 정서 역시 씻겨가지 않는 삶의 피로와 알 수 없는 영적 갈증 때문에 시뜻하게 늘어지곤 합니다. 세상에서 뒤처지지 않으려 자아의 굳고 단단한 성벽을 높이 쌓아 올리면서도, 한편으로는 깊어가는 고독과 신앙에 대한 짙은 회의감 때문에 남몰래 숨죽여 울고 계실 성도 여러분, 그리고 팍팍한 삶의 모퉁이에서 참된 진리와 평화의 길을 묻고 계신 모든 분의 심령 위에, 상한 갈대를 꺾지 않으시고 꺼져가는 등불을 끄지 않으시는 주님의 다사로운 평화가 임하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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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야 9장 8절에서 10장 4절의 풍경은, 스스로 힘을 길러 하늘 끝까지 도달하려던 이스라엘의 완고한 자만심과 그들이 일구어낸 번영 이면에 감추어진 도덕적 파국을 예리하게 고발합니다. 예언자는 외세의 침략으로 벽돌이 허물어지고 뽕나무가 베어지는 시련 앞에서 이스라엘이 어떻게 반응했는지를 냉정하게 기록합니다. "벽돌이 무너졌으나 우리는 다듬은 돌로 쌓고 뽕나무들이 찍혔으나 우리는 백향목으로 그것을 대신하리라." 참회하고 성찰하기보다 오히려 더 강하고 화려한 것으로 대체하겠다는 이 선언은, 위기 앞에서 인간이 얼마나 집요하게 자기 확장의 욕망을 붙들고 늘어지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타인의 고통을 짓밟으면서까지 자기 존재의 안전과 기득권을 억척스럽게 증명해 보이려는 이 마성적인 충동 앞에서, 예언자의 목소리는 낮고 단호하게 울립니다. 흙먼지 속에서 터전이 허물어지는 것은 사실 스스로 주인이 되어 세상을 지배하려던 헛된 집착을 내려놓으라는 하나님의 눈물겨운 초대장입니다. 그러나 이 정직한 참회의 초대를 거절한 채 제 힘으로 다듬은 돌을 깎아 올리며 오만하게 버텨내려 할 때, 우리의 자아는 점점 더 팽팽하게 굳어질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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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아의 팽팽함에 사로잡힌 이들이 도달하는 최종적인 타락은, 마침내 사회의 사법 체계와 법률마저 가난한 자들을 사냥하기 위한 도구로 수단화하는 비극입니다. "불의한 법령을 만들며 불의한 말을 기록하며 가난한 자를 불공평하게 판결하여 내 백성의 가련한 자의 권리를 박탈하며 과부에게 토색하고 고아의 것을 약탈하는 자는 화 있을진저." 이 서슬 퍼런 꾸짖음이 오늘 우리의 가슴을 은결들게 만드는 것은, 그것이 머나먼 고대 이스라엘의 이야기만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익이 온 우주의 유일한 질서이자 주인 노릇을 하는 세상에서는, 사람들이 더 이상 하나님의 형상으로 존중받지 못하고 자본의 이익을 남기기 위한 소모품으로 전락합니다. 재개발이라는 이름 아래 삶의 터전에서 속절없이 쫓겨나 자기 땅에서 유배당한 나그네가 되어버린 이웃들, 하루아침에 일터를 잃고 벼랑 끝으로 내몰려 신음하는 이들의 아픔을 우리는 너무나 가볍게 방관하곤 합니다. 프랑스의 기독교 사상가 시몬 베유는 "고통받는 타자의 신음소리를 온 영혼으로 경청하는 것만이 인간이 인간다움을 회복하는 가장 고귀한 윤리적 사건"이라고 말했습니다. 나를 우주의 중심에 두고 타인을 내 풍요의 도구로 부리려던 태도를 멈추고, 곁에 있는 지치고 헐벗은 이웃을 있는 그대로 환대하고 보듬을 때, 비로소 우리의 파리하고 납작해진 영혼 위에 하늘의 새살이 차오르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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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탐욕과 불의로 시끄러운 세상의 중력으로부터 벗어나 우리를 정결하게 빚으시는 주님의 손길에 닿기 위해, 우리에게 간절히 요청되는 영적 안식이 바로 참된 묵상입니다. 묵상이란 내 옹졸한 이기심을 위로해 줄 달콤한 종교적 점괘를 수집하는 관념의 놀이가 결코 아닙니다. 참된 묵상은 우리가 움켜쥐려던 뽕나무와 백향목의 헛된 그늘을 말려버리고, 말씀이라는 거친 숫돌 위에 나를 얹어 이기적인 자아의 껍질을 아프게 갈아내는 자기 참회의 여정입니다. 구상 시인은 그의 시에서 "내 눈에 끼었던 무명의 백태가 벗겨지는 순간 만유일체가 말씀임을 깨닫습니다"라고 노래했습니다. 우리가 매일 소중한 시간을 바쳐 말씀의 숲속에 조용히 침잠할 때, 욕망으로 흐려졌던 눈의 백태가 비로소 맑게 벗겨집니다. 세상이 으스대는 화려한 다듬은 돌과 백향목의 바벨탑이 얼마나 허망한 입김에 불과한지 꿰뚫어 보게 되며, 오직 가난한 이들의 눈물을 닦아주시는 하나님의 애끓는 심정에 우리 삶을 기꺼이 비끄러매게 됩니다. 우리가 믿는 하나님은 벽돌이 무너진 우리의 부서지고 남루한 밑바닥을 다 아시면서도 우리를 정죄하여 내치지 않으십니다. 오히려 스스로 무너진 돌이 되시어 성문 밖 십자가에서 온몸을 찢으신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아무 자격도 주장할 수 없는 우리의 허물을 붉은 보혈의 사랑으로 깨끗하게 씻어 가려 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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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상처 많고 고단한 신앙 여정은 한여름 뙤약볕 아래서 묵묵히 서늘하고 넓은 품을 내어주는 늙은 느티나무의 넉넉한 그늘과 같습니다. 세상의 얄팍한 지혜는 숲속에서 살아남으려면 한 줌의 햇빛과 양분을 독점하는 이기적이고 뾰족한 가시나무가 되어 타인의 영역을 침범해야만 강자로 생존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날카로운 가시를 세우며 버둥거리다 금세 존재의 진액을 다 잃고 메말라가곤 합니다. 그러나 위대한 정원사이신 하나님은 우리에게 그렇게 메마르고 사나운 존재가 되라고 요구하지 않으십니다. 주님은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자랑하지도 않지만, 그저 대지 깊숙이 숨은 뿌리로부터 물을 길어 올려 사방으로 넓은 가지를 펴는 소박한 느티나무의 머뭇거림과 쉼을 가장 귀하게 여기십니다. 느티나무가 매서운 비바람에 제 가지를 기꺼이 내어주고 묵묵히 제자리를 지킬 때, 마침내 그 넉넉한 그늘 아래로 지친 순례자들과 날아가는 새들이 모여들어 참된 생명의 안식을 누리게 됩니다. 우리가 내 잘남을 증명하려던 모든 날 선 도구들을 내려놓고 십자가의 반석 곁에 우리 존재를 고요히 안돈시킬 때, 비로소 우리의 상처 많고 남루했던 일상은 세상을 삼키려던 이기적인 어둠을 투명하게 정화해 내며 이웃의 서러운 눈물을 다사롭게 닦아주는 가장 아늑한 하나님 나라의 초막으로 다시 태어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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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초록 기운이 가을을 향해 무르익어 가는 이 7월, 내 힘으로 타인을 제압하려 드는 세상의 거칠고 매정한 질서를 미련 없이 거절하고, 말씀 앞에 고요히 엎드려 내 곁에 있는 지치고 소외된 이들의 다정한 이웃이 되어주는 눈부신 평화의 순례자가 되시기를 간절히 축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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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길벗_라종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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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로 보기

https://youtu.be/yI3ku9PDeo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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