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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사기 19:1-10 해가 기울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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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전한 신앙은 미루는 발걸음과 서두르는 발걸음 사이에서 하나님이 정하신 때를 묻고 오늘 한 걸음을 떼는 분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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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하려던 일을 하루만 미뤄 두신 적이 있으십니까. 전화 한 통, 꺼내지 못한 사과 한마디, 언제고 하겠다고 접어 둔 기도 같은 것들입니다. 하루는 가볍습니다. 작은 일일수록 미루기는 더 쉽습니다. 그런데 그 하루가 이틀이 되고 한 주가 되면, 어느 순간 그 일은 내가 고르는 일이 아니라 나를 뒤쫓는 일이 됩니다. 그러다 마침내 손을 댈 때는 대개 가장 나쁜 때, 가장 지친 밤입니다. 미룸의 끝이 여유가 아니라 조급함이더라는 것을 우리는 이미 겪어서 압니다. 그렇게 가장 좋은 시간을 흘려보내고 가장 나쁜 시간만 손에 쥐는 일이 해마다 되풀이됩니다. 오늘 이 말씀을 펴신 한 분 한 분에게, 머뭇거리게도 쫓기게도 하지 않으시는 주님의 고요한 분별이 함께하시기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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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본문에는 닷새 동안 떠나려다 번번이 붙들린 한 사람이 나옵니다. 에브라임 산지 구석에 거류하던 이름 없는 레위 사람입니다. 아내가 친정으로 돌아간 지 넉 달 만에 그는 겨우 길을 나섰고, 베들레헴 처가에서 사흘을 묵었습니다. 넷째 날 아침에도 다섯째 날 아침에도 그는 일어나 떠나려 했지만 장인의 손이 번번이 그를 붙들었습니다. 그러다 해가 기울고 나서야 그는 만류를 뿌리치고 저녁 길로 나섭니다. 해가 기울도록 머문 사람과 해가 기운 뒤에 떠난 사람이 같은 사람입니다. 사사기에서 가장 어두운 이야기가 이렇게 조용한 가정사로 문을 엽니다. 겉보기에는 다툰 부부가 다시 만나는 따뜻한 장면인데, 그 아래로 긴 그림자가 벌써 번지고 있습니다. 오늘 묵상은 그 엇갈린 걸음 하나를 끝까지 따라가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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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뜻밖에 따뜻했습니다. 성경은 그가 "그 여자에게 다정하게 말하고 그를 데려오고자 하여"(삿 19:3) 길을 나섰다고 적습니다. 다정하게 말한다고 옮긴 원문은 그녀의 마음 위에 말한다는 뜻입니다. 요셉이 두려워하는 형들을 달랠 때, 보아스가 룻에게 말을 건넬 때, 하나님이 떠나간 백성을 거친 들로 데려가 위로하시겠다고 하실 때 쓰인 바로 그 표현입니다. 먼저 찾아가 마음에 닿는 말을 건네는 사랑, 복음의 가장 오래된 모양이 여기 있습니다. 하나님은 떠난 사람이 스스로 돌아오기를 팔짱 끼고 기다리지 않으십니다. 다만 그 사랑이 움직이기까지 넉 달이 걸렸습니다. 한 계절이 통째로 흘러간 뒤에야 겨우 일어선 걸음입니다. 좋은 마음도 늦으면 값을 치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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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가의 식탁은 넉넉했습니다. 장인은 "떡을 조금 먹고 그대의 기력을 돋운 후에 그대의 길을 가라"(삿 19:5) 하고, 한 끼가 하루가 되고 하루가 또 하룻밤이 됩니다. 그런데 이 넉넉한 상에 이상한 빈자리가 하나 있습니다. 함께 먹고 마신 사람은 장인과 사위 둘뿐이고, 이 모든 일의 까닭인 여인은 처음부터 끝까지 한마디도 하지 않습니다. 기력을 돋우라, 마음을 즐겁게 하라는 말은 모두 남자의 마음을 향합니다. 그녀의 마음 위에 말하러 온 길이었는데, 이 집에서 그녀의 마음을 묻는 사람은 하나도 없습니다. 선의로 차린 상도 한 사람의 목소리를 지우면 환대이기를 그칩니다. 지나친 친절은 때로 무관심만큼이나 사람을 외롭게 합니다. 여기서 길어진 잔치가 그녀의 해를 먼저 저물게 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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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시인 에드워드 영은 미룸을 시간의 도둑이라고 불렀습니다. 한 해 또 한 해 훔쳐 가다가 끝내 전부를 앗아 간다는 것입니다. 이 집에서 시간을 훔쳐 간 것은 게으름이 아니라 지나친 환대와 우유부단이었습니다. 다섯째 날 장인은 "보라 이제 날이 저물어 가니 청하건대 이 밤도 유숙하라"(삿 19:9) 하고 청합니다. 이번에는 그 말이 옳았습니다. 그러나 오래 붙들려 있던 사람이 이번에는 조급하게 뿌리칩니다. 미룸과 서두름은 서로 반대처럼 보이지만 뿌리가 하나입니다. 둘 다 하나님의 때가 아니라 내 기분의 때를 따릅니다. 미뤄 둔 일이 끝내 어둠 속에서 치러지는 까닭이 여기에 있습니다. 그래서 믿음은 빨리 움직이는 일도, 오래 기다리는 일도 아니고 때를 분별하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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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이 다시 밤을 지내고자 하지 아니하여 일어나서 떠나"(삿 19:10) 일행은 여부스 맞은편에 이릅니다. 뒷날 다윗의 도성이 되고 참된 왕이 나귀를 타고 들어오실 그 성 앞을, 왕이 없던 시대의 나그네들은 어둠을 등지고 지나갑니다. 그 왕은 잔치에 붙들려 때를 놓치지도, 두려움에 떠밀려 서두르지도 않으셨습니다. 오늘 한국교회도 저녁 길 위에 서 있다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그럴 때 교회는 두 가지 유혹 앞에 섭니다. 익숙한 잔치에 머물러 해결을 미루는 길과, 불안에 쫓겨 가장 나쁜 때에 서둘러 결정하는 길입니다. 둘 다 때를 묻지 않는 신앙입니다. 오늘 기도하고 오늘 한 걸음을 떼는 묵상이 교회를 지킵니다. 식탁은 넉넉한데 가장자리의 한 사람이 잊히는 교회라면, 그 풍성함은 이미 해가 기운 풍성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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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가정과 일터에도 넉 달처럼 흘러간 시간이 있습니다. 미뤄 둔 화해, 삼켜 버린 사과, 언젠가 하겠다고 접어 둔 기도입니다. 해가 기울기 전에 오늘 다정한 말 한마디를 그 사람의 마음 위에 놓아 보십시오. 다만 서두름도 함께 조심해야 합니다. 이 본문에서 마지막으로 옳은 말을 한 사람은 뜻밖에도 장인이었고, 레위 사람은 그 평범한 만류를 끝내 듣지 않았습니다. 하나님은 때로 가장 평범한 사람의 입으로 우리의 걸음을 멈추십니다. 부모의 걱정, 배우자의 만류, 동료의 조심스러운 한마디를 말씀 앞에서 다시 새기는 묵상이 우리를 어둠에서 지켜 줍니다. 해가 기울었다는 말을 들을 귀가 있는 사람은 쉽게 길을 잃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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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미뤄 두신 그 한 가지를 다시 떠올려 보시기 바랍니다. 전화 한 통일 수도 있고, 오래 삼켜 온 사과 한마디일 수도 있습니다. 그 일을 먼저 주님 앞에 내려놓으시고, 주님이 열어 주시는 때에 한 걸음을 떼시기를 바랍니다. 오늘이라 일컫는 동안이 우리에게 주어진 유일한 시간입니다. 미룬 하루가 우리를 뒤쫓아 오게 두지 마시고, 쫓기는 마음이 우리의 결정을 대신하게도 두지 마십시오. 해가 저무는 것을 막을 수는 없지만, 저물기 전에 무엇을 할지는 오늘 우리가 정할 수 있습니다. 해가 기울도록 머뭇거리지도 않고 해 기운 뒤에 쫓기듯 나서지도 않으며, 주님이 밝히신 아침 길을 따라 한 걸음씩 걸어가는 분별의 사람이 되시기를 축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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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길벗_라종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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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에서 보기

https://youtu.be/0EoY7eFk-I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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