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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하 35:01-19 질서 속에 깃든 환희

진정한 예배는 율법의 조문을 넘어, 부서진 마음들이 하나님의 은혜 안에서 함께 빚어내는 거룩한 환희의 질서입니다.

*

시인 예이츠(W. B. Yeats)는 그의 시 「재림(The Second Coming)」에서 "중심이 무너져 내리니, 사방이 무법천지가 되었네"라고 노래했습니다. 중심을 잃어버린 삶은 혼돈스럽고, 그 파편화된 일상 속에서 우리는 길을 잃습니다. 우리는 저마다 자유를 갈망하지만, 종종 마주하는 것은 방종의 황량함뿐입니다. 어쩌면 우리 영혼의 가장 깊은 갈망은, 우리를 옭아매는 속박이 아니라, 우리를 춤추게 하는 거룩한 '질서'일지 모릅니다.


역대하 34장에서 자신의 실존적 파탄을 마주하고 옷을 찢었던 요시야와 유다 백성. 그들은 잊혀진 율법책이라는 거울 앞에서 자신들이 얼마나 망가졌는지 처절하게 깨달았습니다. 그 폐허의 한복판에서, 35장은 놀랍게도 '잔치'의 이야기로 시작됩니다. 그들은 절망의 잿더미에 주저앉아 탄식만 하고 있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유월절을 지킵니다.


이 유월절은 그저 과거의 관습을 기계적으로 재현하는 행사가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사무엘 선지자 이후로 이와 같이 지키지 못했던'(18절) 전무후무한 잔치였습니다. 이 거대한 축제를 가능하게 한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그것은 바로 '질서'였습니다.


본문은 놀라울 만큼 세밀하게 그 '질서'를 묘사합니다. 왕은 예물을 드리고(7-9절), 제사장들은 "자기들의 규례대로"(10절) 섰으며, 레위 사람들은 백성을 성결하게 하고(3절) 봉사를 돕습니다. 성가대와 문지기들도 "다윗과 아삽과 헤만과 왕의 선견자 여두둔이 명령한 규례를 따라"(15절) 자기 자리를 지킵니다. 이 모든 "봉사하는 일이 갖추어집니다"(10절, 16절).


우리는 종종 '질서'나 '율법', '규례'라는 말을 차가운 법조문이나 우리를 억압하는 굴레로 오해합니다. 신앙생활이 무거운 짐처럼 느껴지고, 교회의 직분이 기쁨이 아닌 의무감으로 전락할 때, 우리는 이 지점에서 길을 잃은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요시야의 유월절이 보여주는 '질서'는 율법주의의 차가운 족쇄가 아닙니다. 그것은 은혜에 감격한 이들이 함께 춤을 추기 위한 '안무(Choreography)'이며, 거대한 오케스트라가 하나의 교향곡을 연주하기 위한 '악보'입니다. 제사장이 제사장의 자리에, 레위 사람이 레위 사람의 자리에, 백성이 백성의 자리에 설 때, 비로소 그들은 뿔뿔이 흩어진 개인이 아니라, 하나님의 구원이라는 하나의 이야기를 연주하는 거룩한 공동체가 됩니다.


이 잔치는 "우리가 이만큼 잘했으니 복 주십시오"라는 공로의 전시가 아닙니다. 이것은 "우리는 이토록 무너졌으나, 주님께서 우리를 다시 부르셨습니다"라는 은혜에 대한 '응답'입니다. 하나님이 베푸신 해방의 기억(유월절)이 그들을 한자리에 모았고, 그 감격이 제각기 다른 이들을 기꺼이 '자기 자리'에 서게 했습니다.


우리의 연약함은 하나님의 은혜가 머무는 자리입니다. 우리가 무언가를 완벽하게 '해야' 구원받는 것이 아니라, 이미 베푸신 그 사랑과 은혜에 감사하여 기꺼이 '나의 자리'를 찾아 설 때, 우리의 삶은 비로소 혼돈을 넘어 거룩한 환희의 질서 속으로 편입됩니다. 하나님은 오늘 우리에게 무거운 짐을 지우시는 분이 아니라, 당신의 그 크신 잔치에 우리 각자의 자리를 마련해 두시고 우리를 초청하시는 분입니다.


평화의길벗_라종렬




역대하 35:1-15 역사적 침묵을 깨뜨린 유월절: 쓴 나물과 무교병, 언약을 실행하는 몸짓

*

주님의 은총과 평화가 늘 우리 삶의 자리와 함께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우리는 앞선 역대하 본문들을 통해 젊은 왕 요시야가 율법책을 발견한 후, 개인적인 참회를 넘어 온 민족과 새로운 언약을 체결했음을 확인했습니다. 역대하 35장 1-19절은 이 거대한 영적 쇄신이 단순한 선언으로 그치지 않고, 삶의 가장 깊은 부분에서부터 재구성되었음을 보여주는 장엄한 기록입니다. 그것은 바로 유월절(Passover)의 회복입니다.


# 기억의 축제, 거룩한 백성으로 다시 서다

요시야는 이스라엘의 정체성이 깃든 유월절을 지키고자 결단했습니다(1절). 유월절은 단순한 종교적 행사가 아닙니다. 그것은 이스라엘 백성이 이집트라는 압제와 착취의 땅에서 벗어나, 자기 삶의 주인이 되는 자유의 길로 들어선 것을 기억하는 축제입니다. 성경은 해마다 백성들에게 “너희가 이집트의 노예였던 시절을 기억하라”고 신신당부하는데, 이는 수치스러운 과거를 숨기거나 날조하는 세속적 경향과는 대조됩니다. 유월절은 자유가 거저 주어진 것이 아니며, 하루아침에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님을 가르칩니다.

요시야는 대대적인 정화 이후, 언약의 말씀을 실행에 옮깁니다. 그는 성전에 여호와의 궤를 다시 안치하고 (3절), 레위 사람들을 거룩하게 구별하여 성전 봉사 규례를 확립합니다(2, 4-6절). 거룩함이란 단순히 종교적 의례에 대한 순종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성결 법전은 거룩한 삶이란 타인의 고통을 상상할 수 있는 능력이며, 이웃을 사랑하는 마음이 내 속에 생기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 공평과 나눔의 공동체 질서

진정한 개혁은 언제나 나눔과 공의의 회복을 통해 증명됩니다. 요시야 왕은 백성을 위해 양과 염소 삼만 마리와 소 삼천 마리를 내놓았고(7절), 방백들 역시 백성들과 제사장, 레위 사람들을 위해 후하게 예물을 드렸습니다(8-9절).

이러한 지도층의 헌신은 유월절 식사가 소수의 행복을 위해 다수를 희생시키는 애굽의 대안으로 등장해야 한다는 성경의 정신과 맞닿아 있습니다. 하나님 나라의 이상은 사회적 약자들이 굴욕감을 느끼지 않는 세상이며, 땅의 주인이신 주님은 우리가 자기 힘만으로는 살아갈 수 없는 사람들을 도와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유월절 식사를 준비하는 일에 있어 왕과 방백들이 기꺼이 짐을 나누어 졌던 이 장면은(7-9절), 특권 의식에 물들어 자기 행동을 돌아보지 않고 타자에게 상처를 입히는 권세자들의 오만함과는 거리가 먼 섬김의 지도력을 보여줍니다.

이처럼 조직을 정비하고(10-15절), 짐승의 피를 처리하며, 백성들에게 분깃을 나누는(13절) 모든 과정은 하나님을 경외하며 성실하고 진실하게 주님을 섬기려는 자세의 발로였습니다. 일상적인 식사가 종교적 의례가 되는 것, 이것이 바로 신앙생활의 진정한 목표입니다.


# 오랜 침묵을 깨고 터져 나온 구원의 이야기

역대기 기자는 이 유월절이 이스라엘 선지자 사무엘 시대 이후로 이처럼 지켜진 적이 없었고, 이스라엘 여러 왕들의 시대에도 없었다고 기록합니다(18절). 요시야의 유월절은 단순한 '재현'이 아니라, 하나님과의 언약을 삶의 척도로 삼아 나를 바꾸려는 치열한 노력이 역사의 물줄기를 바꾸는 결정적인 사건이 되었음을 의미합니다.

유월절은 누룩 없는 빵(무교병)과 쓴 나물을 함께 먹도록 규정되는데, 쓴 나물은 애굽에서 겪었던 극심한 고통을 상기시키고, 무교병은 급박한 해방의 순간을 기억하게 합니다. 고난의 기억을 안고 가야 성숙한 믿음에 이를 수 있듯이, 요시야 시대의 성대한 축제는 자유가 상실했던 고통을 잊지 않을 때만 유지될 수 있음을 공동체 전체가 다시 한번 각인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오늘 우리의 삶은 소유욕과 성공에 대한 강박 속에서 참 자유를 잃고, 돈과 권력이라는 우상에게 속절없이 끌려다니기 쉽습니다. 요시야의 유월절 이야기는 우리가 지금 서 있는 자리가 애굽과 가나안 사이에서, 억압과 착취의 현실에 대해 ‘아니오’라고 말할 줄 아는 자유인의 긍지를 되찾아야 할 탈출을 감행해야 할 자리임을 일깨워 줍니다. 진정한 신앙의 길은 예수 정신을 꼭 붙들고, 고난받는 이들의 억눌린 신음소리를 경청하며, 이 척박한 세상을 사랑과 진실로 갈아엎는 숭고한 일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것입니다.


평화의길벗_라종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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