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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하 34:14-33 잊혀진 책, 깨어나는 영혼

하나님의 잊혀진 말씀은 우리 존재의 가장 깊은 곳을 흔들어 깨우며, 그 진리 앞에 부서진 마음이야말로 은혜가 깃드는 성전이 됩니다.

*

우리는 모두 마음 한구석에 먼지 쌓인 서고를 하나씩 가지고 있습니다. 한때는 생명의 지침이었으나 이제는 잊힌 약속들, 뜨거웠으나 식어버린 다짐들, 그리고 너무 아파서 혹은 너무 익숙해서 더는 펼쳐보지 않는 진리들이 그곳에 잠들어 있습니다. 삶의 폐허는 거대한 재앙으로 한순간에 찾아오기보다, 이렇듯 거룩한 것들을 잊어가는 무심함 속에서 서서히, 그리고 정교하게 구축됩니다. 우리는 진리를 잃어버린 것이 아니라, 단지 그것을 어디에 두었는지 잊었을 뿐입니다.

요시야 시대의 성전 수리는 그저 낡은 건물을 고치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자신들의 부서진 정체성을 복원하려는 몸부림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대제사장 힐기야가 성전 구석에서 "모세를 통하여 주신 여호와의 율법책"을 발견합니다(대하 34:14). 수 세대 동안 잊혀졌던 책입니다. 먼지를 털어내고 서기관 사반이 그 책을 읽어 내려갈 때, 그 자리에 있던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이 낡은 두루마리가 곧 왕국의 심장을 뒤흔들게 되리라는 것을 말입니다.

말씀이 왕의 귀에 닿는 순간, 역사는 새로운 물결을 만납니다. 요시야는 그 말씀을 '듣고' 곧 자기 옷을 찢습니다(34:19). 이것은 단순한 정보의 습득이 아닙니다. 이것은 '만남'입니다. 잊고 있던 진리가 그의 존재를 정면으로 '기습'한 것입니다. 그는 율법의 조문에서 지식을 얻은 것이 아니라, 그 말씀이라는 거울 앞에서 자신들의 벌거벗은 실존과 마주했습니다. 그들의 삶이 하나님 보시기에 얼마나 참담한 폐허가 되었는지를 깨달은 것입니다. 철학자 에마뉘엘 레비나스가 '타자의 얼굴'이 우리에게 윤리적 명령으로 다가온다고 했듯이, 잊혀진 '말씀의 얼굴'은 요시야에게 실존적 탄식과 회개를 명령했습니다.

광양사랑의교회 성도 여러분, 그리고 진리를 찾아 헤매는 길이요. 오늘날 우리는 말씀의 홍수 시대를 살아가지만, 어쩌면 요시야 시대보다 더 깊이 말씀을 잊고 사는지도 모릅니다. 말씀은 지식으로 소비될 뿐, 우리의 가슴을 찢는 '사건'이 되지 못합니다. 신앙에 회의를 느끼는 이유는, 어쩌면 이 진리 앞에서의 '가슴 찢어짐'이라는 거룩한 통과의례를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놀라운 것은, 이 절망적인 자기 인식의 순간에 하나님의 은혜가 임한다는 사실입니다. 여선지자 훌다는 백성을 향한 준엄한 심판을 선포하는 동시에, 요시야를 향한 놀라운 위로를 전합니다. "네가 이 곳과 그 주민을 가리켜 말한 것을 듣고 마음이 연약하여... 내 앞에서 겸손하여 옷을 찢고 통곡하였으므로 나도 네 말을 들었노라... 너는 평안히 묘실로 돌아가리니..."(34:27-28).

하나님은 요시야의 '행위' 이전에 그의 '마음'을 보셨습니다. "마음이 연약하여(רַךְ)". 진리 앞에서 완고하게 버티는 마음이 아니라, 부드럽게 무너져 내릴 줄 아는 마음입니다. 하나님이 찾으시는 것은 우리의 완벽한 순종이나 흠 없는 성전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진리 앞에서 정직하게 아파하고 부서질 줄 아는 연약한 마음입니다.

우리의 신앙이 무언가를 열심히 '해야 한다'는 강박에 지쳐 있다면, 그것은 아마도 이 은혜를 놓치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하나님은 우리의 연약함을 책망의 근거로 삼지 않으시고, 당신의 사랑이 머물 거처로 삼으십니다. 요시야가 옷을 찢은 그 폐허의 자리에서, 하나님은 언약의 갱신이라는 새 일을 시작하십니다(34:31-32).

우리의 삶이 아무리 먼지 쌓이고 부서진 성전 같다 할지라도, 오늘 다시 그 잊혀진 말씀을 펼쳐 들 용기가 필요합니다. 그 말씀이 우리의 안일함을 기습하고 우리의 마음을 찢어놓을지라도,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하나님은 우리의 가장 깊은 절망의 자리에서, 가장 연약한 마음의 통곡 속에서, 가장 놀라운 은혜의 이야기를 쓰고 계십니다.

평화의길벗_라종렬


역대하 34:14-33 옷을 찢는 겸허, 삶의 척도가 된 언약

잔잔하면서도 깊은 울림이 있는 하루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우리가 앞서 역대하 34장 1-13절을 통해 젊은 왕 요시야가 유다의 묵은 땅을 갈아엎고 우상을 제거하는 정화 작업에 착수했음을 보았습니다. 그러나 진정한 개혁은 눈에 보이는 이물질을 제거하는 데서 멈추지 않습니다. 이제 본문 14-33절은 왕의 개혁이 영혼의 심연으로, 그리고 사회 공동체의 근본적인 계약으로 확장되는 결정적인 순간을 담고 있습니다.

# 역사적 먼지 속에서 발견된 진리

성전 보수 작업이 한창이던 중, 제사장 힐기야는 역사의 먼지 속에 묻혀 있던 지극히 중요한 것을 발견합니다. 그것은 바로 모세가 전한 여호와의 율법책이었습니다(14절). 이 율법책의 발견은 단순한 고문서의 발견이 아니라, 하나님과 백성 사이에 맺어졌던 언약의 잊혀진 목소리가 현장 속으로 돌아왔음을 의미합니다.

하나님의 말씀은 누군가의 몸이 필요합니다. 서기관 사반은 이 책을 요시야 왕에게 가져다 읽었고, 왕이 그 율법의 말씀을 듣는 순간, 그의 인생은 이전과 같을 수 없었습니다. 왕은 옷을 찢으며 깊은 참회에 사로잡혔습니다(19절). 진정한 깨달음은 자기 의에 사로잡혀 거들먹거리는 상태에서 벗어나, 자신의 부끄러움을 인식할 때 시작됩니다. 요시야의 이 행동은 교훈이 되는 일을 경험하고도 배우지 못하는 유다의 지도자들(예를 들어, 웃시야 왕의 교만)과는 대조되는, 겸허하고 정직한 자기 성찰이었습니다.

# 파수꾼 훌다의 준엄한 경고

요시야는 율법의 말씀이 선포하는 심판의 무게 앞에서 두려움을 느꼈고, 이에 여선지자 훌다에게 하나님의 뜻을 묻기 위해 사람들을 보냅니다(20-21절). 이는 하나님의 마음이 무엇인지를 분별하는 일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훌다는 시대를 향한 하나님의 엄중한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유다가 그들의 선조들이 행한 모든 가증한 일로 인해 하나님의 언약을 저버렸기에, 하나님의 분노가 이 땅에 쏟아질 것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이었습니다(25절). 성경은 왕의 오만과 자기 능력에 대한 과도한 자신감이 몰락을 이끈다고 경고합니다.

그러나 훌다는 동시에 요시야에게 예외적인 은혜를 선포합니다. 요시야가 마음을 겸손히 하고 하나님 앞에서 통곡하며 자신을 낮추었기 때문에, 재앙은 그의 생전에 임하지 않을 것입니다(27-28절). 이는 억울하고 절통한 죽음이 일어나지 않는 세상을 이룰 용기를 허락해 달라는 기도의 응답과 같습니다. 하나님의 심판은 확고하지만, 하나님은 당신 백성의 고난을 외면하지 않으시고, 돌이키는 자에게 새 삶을 시작할 용기를 주십니다.

# 삶의 척도가 되는 언약의 길

요시야는 이 개인적인 은혜에 머물지 않았습니다. 그는 유다와 예루살렘의 모든 장로를 모으고, 성전에 모인 모든 백성 앞에서 율법책의 말씀을 낭독했습니다(29-30절). 하나님의 말씀은 인용할 줄은 알지만 그 말씀을 삶의 척도로 삼아 나를 바꿀 생각은 하지 않는 이들에게 던져진 준엄한 도전이었습니다.

그는 모든 백성과 함께 언약을 맺어, 하나님을 온 마음과 목숨을 다하여 따르고 하나님의 계명과 법규와 율례를 지키기로 다짐했습니다(31절). 이 새로운 언약은 예수의 꿈을 가슴에 품고 살아가는 '예수적' 존재가 되려는 노력이며, 복음이 주는 참 자유를 누리려는 결단입니다.

이어 요시야는 이스라엘 지파들에게서 모든 가증한 것, 곧 헛된 것이며 무익한 것인 우상 숭배의 잔재들을 제거하게 했습니다(33절). 왜냐하면 이스라엘의 문제는 하나님과의 친밀한 관계를 저버리고 우상(풍요, 권력, 자기 힘)에게 마음을 빼앗긴 데 있었기 때문입니다. 요시야는 백성들에게 그들의 삶을 하늘에 비추어 보게 했으며, 이는 하나님을 경외하고 공의를 실천하는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독립의 사람이 되는 길이었습니다.

요시야의 개혁은 왕의 개인적인 순례를 넘어, 공동체 전체가 하나님 나라의 생명이 그득한 세상의 길로 돌이키는 역사였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잠시 잠깐 어두운 듯 보여도, 우리의 삶에 동행하시는 주님을 바라보며, 불의를 항고하고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할 수 있는 진정한 자유의 길을 걸어갈 용기를 가져야 할 것입니다.

평화의길벗_라종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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