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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린도전서 3:1-15 불길 속에서 빚어지는 것들

참된 신앙이란, 유력한 사람에게 줄을 서서 내 안전을 보장받으려는 세속적 파벌주의의 허상을 직시하고, 나의 편식하는 영적 입맛을 고치고 하늘의 생명을 섭취하는 밥상으로서의 묵상을 통해, 불타 없어질 우리의 연약한 본성조차 기어코 영원히 무너지지 않는 하나님의 거룩한 성전으로 구워내시는 주님의 맹렬한 자비에 온전히 기대는 생명 사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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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록이 한층 짙어지며 초여름의 태양이 대지를 뜨겁게 달구기 시작하는 아침입니다. 햇살이 강렬해질수록 우리 삶의 토대를 시험하는 뜨거운 불길을 떠올려보게 됩니다. 내가 의지하고 쌓아 올린 인생의 집이 세상의 거센 시험 앞에서도 온전히 버틸 수 있을지, 짙은 회의와 불안 속에서 서성이는 이들이 있습니다. 내 가치를 스스로 증명해 내야만 한다는 무거운 강박에 지쳐 진리의 길을 묻는 이들도 있습니다. 오늘 우리가 마주한 고린도전서 3장 전반부의 풍경은, 이토록 지독한 세속의 줄서기와 파벌주의가 어떻게 거룩해야 할 교회마저 산산조각 내는지를, 그리고 그 분열의 잿더미 위에 하나님께서 어떻게 진짜 은혜의 집을 세워가시는지를 묵직하게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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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린도 교인들은 스스로 꽤 지혜롭고 성숙하다고 자부했습니다. 그들은 당시의 유명한 사역자들을 두고 "나는 바울에게, 나는 아볼로에게 속했다"라며 파당을 지어 경쟁했습니다. 그러나 그들을 향한 바울의 진단은 참으로 서늘합니다. 바울은 그들을 "육신에 속한 자, 곧 그리스도 안에서 어린아이들"이라고 부릅니다. 여기서 어린아이라는 표현은 이제 막 태어나 자라가야 할 긍정적인 중생의 단계를 가리키는 것이 아닙니다. 지혜를 자랑하던 고린도 교인들을 향해 "너희는 참 지혜인 성령의 뜻을 도무지 깨닫지 못하는 무지한 자들이며, 세상의 자연인들과 다를 바 없이 육신의 본성을 따라 사는 자들이다"라고 책망하는 매우 엄중한 선언입니다. 하나님의 지혜를 의지하지 않고 사람의 힘을 의지하는 순간, 우리는 가장 어리석은 상태로 전락하고 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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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발 딛고 살아가는 세상은 늘 누구에게 줄을 서느냐가 성공을 가름한다고 다그칩니다. 힘 있고 유력한 사람의 그늘 아래로 들어가 파벌을 형성해야만 험한 세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처세술이 상식처럼 통용됩니다. 이어서 바울은 밭과 건축자의 비유를 듭니다. 어떤 이들은 터 위에 금이나 은이나 보석이나 나무나 풀이나 짚으로 세우면 불이 각 사람의 공적이 어떠한 것을 시험할 것이라는 말씀을 두고, 천국에서 우리가 받게 될 상급의 크기가 다르다는 이른바 차등상급론으로 해석하곤 합니다. 그러나 이 본문의 초점은 목회자나 개인이 쌓은 업적의 크기가 아니라, 다름 아닌 교회 공동체의 구원과 멸망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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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을 짓는 재료인 금, 은, 보석, 그리고 나무, 풀, 짚은 사역자의 봉사 방법이 아니라 교회를 구성하는 사람, 곧 교인들을 뜻합니다. 교회가 세상의 파벌과 세속주의에 물들어 육신에 속한 자들로 채워진다면 어떻게 될까요? 마지막 심판의 불이 임할 때 그들은 흔적도 없이 타버리고 멸망할 위험에 처하게 됩니다. 바울은 "공적이 불타면 해를 받으리니 그러나 자신은 구원을 받되 불 가운데서 받은 것 같으리라"고 말합니다. 이는 목회자는 바른 터 위에 사역했기에 구원을 받지만, 세속에 물든 교회는 불타 없어짐으로 인해 목회자가 그토록 바랐던 상, 곧 교회의 구원을 잃어버리는 참담한 비극을 경고하는 것입니다. 이 얼마나 두려운 말씀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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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이 벼락같은 경고 이면에 숨겨진 하나님의 맹렬하고도 눈물겨운 자비입니다. 하나님께서 이토록 엄중하게 경고하시는 까닭은, 고린도 교회가 불타 없어지기를 바라셨기 때문이 아닙니다. "너희는 바울의 소유도, 아볼로의 사유물도 아니다. 너희는 나의 밭이요, 나의 집이다"라고 선언하시며, 자격 없는 우리를 친히 당신의 영원한 성전으로 빚어내시겠다는 끈질긴 사랑의 집념이 이 경고 속에 담겨 있습니다. 하나님은 우리가 세상의 헛된 유력자들에게 줄을 서다 한 줌의 재로 스러지는 것을 차마 두고 보실 수 없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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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헛된 파벌의식을 버리고 불타 없어질 나무가 아닌 영원한 보석으로 빚어지기 위해 우리에게 절실히 요청되는 영적 호흡이 바로 참된 묵상입니다. 묵상이란 내 입맛에 맞는 기복적 위로만 빨아들이는 행위가 아니라, 나를 온전히 뜯어고치는 밥상입니다. 우리는 성경을 읽으면서도 종종 내가 원하는 세속적 욕망만을 취사선택하려는 편식의 습관을 버리지 못합니다. 그러나 참된 묵상은 나에게 불리하고 낯선 말씀 앞에서도 도망치지 않고, 매일 하나님의 식탁에 앉아 그 생명의 양식을 꼭꼭 씹어 삼키는 거룩한 식사입니다. 밥이 우리 몸의 피와 살이 되듯, 날마다 말씀을 섭취하는 묵상의 밥상을 통해 우리는 세상의 파벌과 경쟁에 취약했던 그 육신에 속한 허약한 체질을 벗어던지고, 마침내 심판의 불 앞에서도 타지 않는 그리스도의 단단하고 거룩한 성품으로 새롭게 태어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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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내 힘으로 인생의 집을 화려하게 치장하고 스스로를 구원해 보려던 그 피곤한 건축의 망치를 십자가 아래 가만히 내려놓아야 합니다. 하나님은 잘나고 똑똑한 척 파당을 짓던 그 얄팍한 사람들의 바닥을 다 아시면서도 그들을 내치지 않으셨습니다. 오히려 그 헛된 교만의 잿더미 한복판으로 찾아오시어, 십자가라는 가장 미련해 보이고 연약한 방식으로 기어코 우리를 끌어안으시고 당신의 피 값으로 견고한 성전을 세우시는 분이 우리 주님이십니다. 우리의 구원과 안전은 세상 권력자들의 명단에 내 이름을 올리는 것에 있지 않습니다. 불쏘시개처럼 타버릴 수밖에 없는 우리의 남루하고 흠집 많은 일상조차 넉넉히 덮어 안으시어, 영원토록 무너지지 않는 찬란한 은혜의 집으로 지어가시는 하나님의 그 압도적이고도 다함 없는 사랑에 온전히 잇대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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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상처 많고 고단한 신앙 여정은 활활 타오르다 스러지는 한 줌의 불쏘시개가 될 것인지, 아니면 가마솥의 뜨거운 불길을 견뎌내고 탄생하는 영원한 도자기가 될 것인지의 기로와 같습니다. 세상의 파벌과 세속적인 처세술은 잠시 동안 우리 인생을 불쏘시개처럼 화려하게 타오르게 만들며 성공의 열기를 주는 듯하지만, 이내 바람이 불면 허무한 잿더미로 사라지고 맙니다. 그러나 위대한 토기장이이신 하나님은 우리를 한순간 타버릴 소모품으로 빚지 않으셨습니다. 주님은 진흙같이 연약하고 흠집 많은 우리를 말씀이라는 치열한 묵상의 가마솥 속으로 밀어 넣으십니다. 때로는 그 과정이 나의 헛된 자아를 태우는 뜨거운 고통처럼 느껴지지만, 우리가 주님의 은총에 나를 온전히 내어 맡길 때 우리의 삶은 불타 없어지는 대신, 세월이 흘러도 결코 부서지지 않고 온 세상의 목마름을 채워줄 맑은 생명수를 담아내는 가장 눈부시고 고귀한 은혜의 도자기로 찬연하게 빚어지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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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생명이 약동하는 이 초여름, 유력한 자의 뒤에 서서 나를 증명하려는 세상의 초라한 질서를 미련 없이 거부하십시오. 그저 매일 말씀의 밥상 앞에 고요히 머물며 내 영혼의 체질을 빚어가는 깊은 묵상의 자리에 엎드려, 곁에 있는 연약한 이웃들과 손을 맞잡고 다정하고 거룩한 평화의 집을 지어가는 눈부신 순례자가 되시기를 간절히 축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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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길벗_라종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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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에서 보기

https://youtu.be/G_it_b8By7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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