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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편 12:1-8 이슬 한 방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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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전한 신앙이란 거짓의 소란 앞에 말씀의 도가니로 내면을 정화하며, 가난한 자의 신음 곁에 일어서시는 하나님께 온 존재를 의탁하는 생명 사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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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한 장마의 끝자락에서 후텁지근한 열기가 대기 속에 꽉 들어찬 이른 아침입니다. 찌무룩한 먹구름이 하늘을 가려 사위가 온통 흐릿할 때면, 세상의 소란함과 내면의 고단함이 겹쳐와 숨을 턱턱 막히게 하곤 합니다. 눈앞의 막막한 현실과 사람들의 매정한 말놀림 때문에 영혼에 깊은 생채기를 입고 남몰래 눈물 흘리고 계신 분들, 그리고 "과연 세상에 믿을 만한 진실이 남아 있기는 한가"라며 짙은 회의감 속에서 길을 묻고 계신 모든 분의 마음에, 거짓의 소음을 잠재우고 다사롭게 다가오시는 주님의 평화가 깃들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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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발 딛고 살아가는 세상은 종종 말의 성찬으로 가득 차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속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실상은 참 허망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시편 12편의 시인은 사방을 둘러보아도 마음을 나눌 진실한 이가 없는 광야 같은 외로움 속에서 비통하게 울부짖습니다. "주님, 도와주십시오. 신실한 사람도 끊어지고, 진실한 사람도 사람 사는 세상에서 사라지고 있습니다"(시 12:1). 그를 참담하게 만든 것은 단순히 칼과 창의 폭력이 아니었습니다. 이웃을 향해 서슴없이 내뱉는 거짓말, 아첨하는 입술, 그리고 한 입으로 두 가지 마음을 품고 교묘하게 속삭이는 변장술이었습니다(시 12:2). 세상은 이러한 아첨과 자랑의 혀를 가리켜 세상을 헤쳐 나가는 똑똑한 처세술이라 부르며, 자기의 입술과 수사학이 곧 자신의 힘이자 재산이라고 거드름을 피웁니다(시 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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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편 12편이 폭로하는 언어의 타락은 단지 개인의 부도덕함에 그치지 않습니다. 그것은 사회적 약자들을 합법적으로 약탈하고 무너뜨리는 무서운 무기로 작동합니다. 힘을 쥔 이들이 그럴듯한 법과 질서의 언어로 자신들의 탐욕을 종교적으로 추인받으려 할 때(시 12:8), 가난하고 가련한 이들의 설 자리는 속절없이 허물어지고 맙니다. 성경 텍스트가 지닌 역사적 실제와 인간의 심리를 꼼꼼히 헤아릴 때 복음의 본질이 드러난다는 말이 이 대목에서 절실하게 다가옵니다. 비열함이 높임을 받는 사회의 서늘한 풍경은 시편 시인의 시대에만 있었던 것이 아니라, 오늘 우리가 발 딛고 있는 이 자리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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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세상의 매정한 질서 속에서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나님은 왜 이 부조리한 말들의 폭력 앞에 침묵하시는가. 그러나 주님은 우리의 질문이 잦아들기도 전에 역사의 장막을 찢고 벼락같이 선언하십니다. "가련한 사람이 짓밟히고, 가난한 사람이 부르짖으니, 이제 내가 일어나서 그들이 갈망하는 구원을 베풀겠다"(시 12:5). 여기에 기독교 신앙의 장엄한 전복성이 있습니다. 우리가 믿는 하나님은 높은 하늘 보좌에 고고하게 앉아 인간의 비극을 차갑게 조감하시는 관념이 아닙니다. 주님은 세상이 쓸모없다 내팽개친 이들의 가녀린 신음소리에 가슴이 미어지시는 분이시며, 그들의 아픔을 당신의 아픔으로 고스란히 받아내기 위해 친히 십자가라는 가장 낮고 비참한 변두리로 내려오시는 분이십니다. 하나님은 우리의 온갖 문제를 즉각적으로 해결해 주는 기계 장치의 신이 결코 아니시지만, 흙먼지 속에서 울고 있는 우리의 남루한 일상 한복판에 기어코 동행의 발걸음으로 찾아오시는 참 좋으신 분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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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주님이 건네시는 언어는 세상의 것과 본질적으로 다릅니다. "주님의 말씀은 순결한 말씀, 도가니에서 단련한 은이요, 일곱 번 걸러낸 순은이다"(시 12:6). 인간의 말은 탐욕의 찌끼로 얼룩져 두 마음을 품고 있지만, 하나님의 말씀은 가난한 이들을 살려내고야 말겠다는 단 하나의 뜨겁고 순결한 자비로 가득 차 있습니다. 이렇듯 거짓과 아첨이 범람하는 세상의 소음 속에서 귀를 닫고, 하나님의 이 순결한 언어에 우리 존재를 잇대기 위해 우리에게 절실히 요청되는 영적 호흡이 바로 참된 묵상입니다. 참된 묵상이란 단순히 성경에 가볍게 밑줄을 긋는 종교적 취미 생활이 아닙니다. 묵상은 우리의 온갖 이기적인 탐욕과 교만의 찌끼들을 말씀의 뜨거운 도가니 속에 집어넣어 녹여내는 치열한 자기 정화의 사건입니다. 세상은 우리에게 끊임없이 사람들의 평판과 인정을 구하라고 다그치지만, 우리가 인정을 바라는 순간 그 대상에게 영혼을 빼앗기고 예속되고 맙니다. 그러나 고요히 말씀 앞에 엎드려 하나님의 숨결을 깊이 들이마시는 묵상 속에서, 우리의 눈을 가리고 있던 무명의 백태가 맑게 벗겨지게 됩니다. 비로소 세상이 대단하다고 떠벌리는 비열한 성공들이 얼마나 가벼운 입김에 불과한지 깨닫게 되며(시 12:8), 오직 나를 용납하시는 주님의 그 환한 얼굴빛 안에서 세상이 흔들 수 없는 당당한 자유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선물 받게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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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신앙생활을 하면서도 내가 가진 영적 체험이나 도덕적 무결성을 뽐내느라 나도 모르게 이웃을 판단하는 아첨과 두 마음의 언어를 쓰고 계시지는 않습니까. 험한 세상에서 나를 지켜내기 위해 억척스럽게 내 몫을 챙기다 보니 내 믿음이 이렇게 천박하게 굳어버린 것은 아닐까 자책하며 짙은 자괴감의 골짜기에 홀로 갇혀 계신 분이 있습니까. 이제 내 힘으로 인생의 안전지대를 구축하려던 그 피곤하고 서늘한 움켜쥠을 십자가 아래 가만히 내려놓으십시오. 하나님은 아첨과 거짓으로 가득 차 툭하면 어긋난 길로 나아가는 우리의 그 비루하고 남루한 밑바닥을 다 아시면서도 우리를 정죄하거나 외면하지 않으셨습니다. 오히려 우리의 그 부서지고 상처 입은 부끄러움조차 은혜의 아름다운 통로로 삼으시어, 기어코 당신의 찢기신 살과 보혈로 우리의 죄를 덮어 주셨습니다. 우리의 구원과 존엄함은 우리가 세상에서 얼마나 강한 힘과 자격을 입증해 내느냐에 달린 것이 아닙니다. 툭하면 흔들리고 길을 잃어버리는 우리의 가녀린 존재를 온전한 자비의 품으로 안아주시며, 마침내 내가 이제 일어나 너를 지켜주겠다고 선언하시는 하나님의 그 맹렬하고도 압도적인 은총에 온전히 잇대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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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상처 많고 흔들리는 신앙 여정은 칠흑 같이 어두운 한여름의 밤하늘을 조용히 관통하여 이른 아침 여린 잎사귀 끝에 가장 눈부시게 깨어나는 이슬 한 방울의 생성 과정과 같습니다. 세상의 얄팍한 꾀와 거짓의 언어는 밤새 사납게 불어오는 비바람 속에서 살아남으려면 너 또한 소란스럽게 굉음을 내며 태풍에 맞서 싸우는 거친 소용돌이가 되어야만 부서지지 않는다고 윽박지릅니다. 그러나 소리치며 버둥거릴수록 우리의 내면은 흙탕물이 되어 제 본래의 맑음과 생기를 잃어버리고 맙니다. 하지만 아무 자랑도 하지 않고 묵묵히 밤의 어둠을 견뎌내는 가녀린 잎사귀는 다릅니다. 이파리가 밤새 대기 속에 흐르는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숨결에 온 존재를 잠잠히 열어둘 때, 마침내 동이 터오는 새벽녘 그 잎사귀 끝에는 세상의 어떤 화려한 보석으로도 흉내 낼 수 없는, 온 하늘의 푸른 신비와 찬연한 햇빛을 고스란히 머금은 가장 맑고 깨끗한 이슬 한 방울이 맺혀 흐릅니다. 우리가 내 잘남을 증명하려던 모든 헛된 소란과 무기를 내려놓고 십자가의 곁에 가만히 엎드릴 때, 비로소 우리의 텅 비고 헐벗었던 일상은 세상을 휩쓰는 어둠을 다사롭게 정화해 내며 곁에 있는 이들의 시린 마음을 투명하게 적셔주는 가장 아름답고 눈부신 은혜의 통로로 다시 태어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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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의 잎새들이 빗물에 씻겨 더욱 푸르게 깊어가는 이 찬연한 계절, 나를 지키기 위해 타인을 도구로 삼으라는 세상의 매정한 질서를 미련 없이 거부하십시오. 그저 내 마음을 하나님의 순결한 성품에 조율하는 깊은 묵상의 자리에 고요히 엎드리며, 나를 조건 없이 안아주신 그 은혜에 의지해 곁에 있는 지치고 슬픈 이웃의 손을 다정하게 잡아 일으키는 헛되지 않은 평화의 순례자가 되시기를 간절히 축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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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길벗_라종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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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뷰브에서 보기

https://youtu.be/r17M3r44A_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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