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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린도전서 16:1-12 경쟁을 멈춘 자리에 피어나는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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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된 신앙이란, 나의 소유를 주장하며 타인과 끝없이 경쟁하려던 이기적인 세속의 질서를 거절하고, 하나님께서 그리스도 안에서 행하신 구속의 이야기에 내 삶을 던져 연대하는 거룩한 초대를 통해, 헌금과 동역이라는 일상의 구체적인 사랑으로 우리를 묶어내시어 마침내 하나의 생명 공동체로 빚어 가시는 하나님의 넉넉한 은총에 온전히 잇대는 생명 사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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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되어 거센 빗줄기가 하늘과 땅의 경계를 허물며 메마른 대지를 하나의 넉넉하고 깊은 물줄기로 다사롭게 묶어 내는 주일 아침입니다. 세상의 각박한 잣대 속에서 내 것을 꽉 쥐어 지켜내고 남보다 앞서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두려움에 쫓기듯 살아오신 분들, 그리고 홀로 짐을 지고 가는 듯한 짙은 고독 속에서 참된 위로를 묻고 계신 모든 분의 심령에, 우리의 파편화된 일상을 십자가의 다함 없는 띠로 묶어내시는 주님의 평화가 깃들기를 빕니다. 우리가 발 딛고 살아가는 세상은 끝없이 내 소유의 성을 높게 쌓아 올리고, 남들을 밟고 일어서서라도 나의 영향력을 극대화하는 것을 성공이라고 부추깁니다. 오늘 우리가 마주한 고린도전서 16장의 풍경은, 그토록 경쟁에 몰두하던 고린도 교회를 향해 사도 바울이 어떻게 일상의 구체적인 연대와 아름다운 동역의 원리를 제시하며 십자가 복음의 찬연한 결론을 맺고 있는지를 묵직하게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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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린도전서 16장은 그동안의 무거운 신학적 논의, 곧 분쟁과 음행과 은사와 부활의 문제들을 갈무리하며, 교인들이 편지로 물어온 구체적인 질문들에 대해 바울이 목회적인 답을 건네는 대목입니다. 바울은 가장 먼저 예루살렘의 가난한 성도들을 위한 구제 헌금 문제를 꺼냅니다. 헌금은 단순히 종교적 의무나 세금이 아닙니다. 당시 흉년으로 극심한 생존의 위협에 처한 예루살렘의 유대인 신자들을 위해, 멀리 떨어진 헬라의 이방인 신자들이 매주 첫날 수입에 따라 정성껏 재물을 모으는 행위였습니다. 이것은 인종과 혈통과 문화의 장벽을 단숨에 뛰어넘어 그리스도 안에서 한 몸 됨을 증명하는 위대한 연대의 표징이었습니다. 내 땀방울이 서린 재물을 기꺼이 낯선 타자의 생존을 위해 내어주는 것, 그것은 소유가 곧 신앙의 중심이 되는 세속 자본주의를 거스르는 눈부신 저항입니다. 우리는 흔히 헌금을 내 경건의 실적을 증명하는 수단으로 삼거나, 반대로 내 부족함을 드러내는 율법의 거울로 마주합니다. 그러나 바울이 제시하는 헌금의 본질은 그 어느 쪽도 아닙니다. 그것은 그리스도의 몸 안에서 내가 너의 결핍에 연루되어 있다는 생생한 고백이요, 서로가 서로의 생존에 책임을 지는 거룩한 언약의 행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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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 깊은 감동은 이어지는 바울과 아볼로의 이야기 속에서 발견됩니다. 아볼로는 고린도 교회 분쟁의 중심에 본의 아니게 서 있던 인물이었습니다. 어떤 이들은 바울을, 어떤 이들은 수사학에 능한 아볼로를 추종하며 서로가 우월하다고 경쟁했습니다. 세상의 얄팍한 상식이라면 바울은 자신의 경쟁자인 아볼로를 견제하거나 불편해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바울은 도리어 아볼로에게 고린도로 가라고 간절히 권면합니다. 반면 아볼로는 자신의 방문이 교회의 파벌 싸움을 더 부추길까 염려하여 지금은 갈 뜻이 전혀 없다며 단호히 거절합니다. 바울과 아볼로, 두 사람의 내면에는 내 세력을 규합하려는 알량한 경쟁심이나 질투가 티끌만큼도 없었습니다. 오직 하나님의 교회가 평안히 세워지기를 바라는 진실하고도 눈물겨운 동역만이 빛나고 있습니다. 내가 높아지기 위해 이웃을 수단으로 삼지 않는 것, 이것이 바로 십자가 복음이 빚어낸 거룩한 인격의 절정입니다. 이 두 사람의 모습 앞에서 우리는 자신을 돌아보게 됩니다. 나는 함께 일하는 이를 동역자로 보고 있습니까, 아니면 내 자리를 위협하는 경쟁자로 보고 있습니까. 복음이 우리 안에 깊이 뿌리를 내릴 때, 우리는 비로소 타인의 성장을 기뻐할 수 있는 사람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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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내 몫을 챙기려는 소유욕과 남을 누르고 올라서려는 경쟁심을 내려놓고 십자가의 깊은 연대 속으로 나아가기 위해 우리에게 절실히 요청되는 영적 호흡이 바로 참된 묵상입니다. 박영호 교수는 묵상을 가리켜 참여요 코이노니아라고 명명합니다. 묵상이란 조용한 골방에 앉아 머릿속으로 관념적인 진리를 탐구하여 사변적 유희를 즐기는 일이 아닙니다. 묵상은 말씀이 육신이 되어 우리 가운데 찾아오시고 고통받는 세상을 위해 당신의 살과 피를 찢어 내어주신 주님의 그 맹렬한 사랑의 이야기에 내 존재를 기꺼이 던져 참여하는 생생한 사건입니다. 우리가 말씀을 묵상하며 이 거대한 하나님의 구원 서사에 참여할 때, 우리는 나 혼자만의 구원과 안위에 집착하던 옹졸한 울타리를 부수게 됩니다. 비로소 이방인 형제를 위해 지갑을 여는 넉넉한 환대와, 경쟁자를 나보다 낫게 여기는 거룩한 우정 속으로 우리 삶이 온전히 편입되는 기적을 경험하게 됩니다. 묵상은 결국 내가 변하는 자리가 아니라, 내가 하나님의 이야기 안으로 흡수되는 자리입니다. 그 자리에서 우리는 경쟁이 아니라 연대를, 소유가 아니라 나눔을, 고립이 아니라 공동체를 배우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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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신앙생활을 하면서도 험한 세상에서 나를 증명하고 내 영역을 구축하기 위해 누군가와 끊임없이 비교하며 스스로를 소진하고 계시지는 않습니까. 내 것을 나누는 일에 한없이 인색해지는 나의 좁은 바닥 때문에 나는 참된 사랑과 동역을 실천할 자격이 부족하다며 무거운 정죄감에 짓눌려 지쳐 계신가요. 이제 내 힘으로 모든 것을 쟁취하고 사랑의 실적마저 내 능력으로 증명하려던 그 피곤하고 날 선 무기를 십자가 아래 가만히 내려놓으십시오. 하나님은 이기적인 파벌 싸움과 교만으로 일관하며 내 것만을 주장하던 고린도 교인들의 그 치사한 밑바닥을 다 아시면서도 그들을 내치지 않으셨습니다. 오히려 그 찢기고 상처 입은 관계 한복판에 찾아오시어 당신의 전부를 아낌없이 내어주시는 영원한 생명의 헌금이 되심으로 우리의 모든 죄악을 남김없이 덮어 주셨습니다. 우리의 거룩함은 우리가 얼마나 완벽하게 남을 돕고 흠결 없이 동역해 내느냐에 달린 것이 아닙니다. 자격 없는 우리를 거저 품어 안으시어 기어코 십자가의 붉은 피로 우리를 엮어 내어 낯선 이웃조차 형제로 품는 아름다운 생명의 공동체로 빚어 가시는 하나님의 그 압도적이고도 다함 없는 자비에 온전히 기대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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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상처 많고 이기적인 신앙 여정은 울창한 숲속 땅 아래에 신비롭게 펼쳐진 균근망의 경이로운 연대와 같습니다. 세상의 얄팍한 잣대와 생존 경쟁은, 나무들이 한 줌의 햇빛과 수분을 차지하기 위해 숲속에서 철저히 고립된 채 서로를 짓누르며 홀로 싸워 이겨야만 거목이 될 수 있다고 윽박지릅니다. 그러나 위대한 창조주이신 하나님께서 지으신 숲의 진실은 다릅니다. 겉으로는 서로 떨어져 경쟁하는 듯 보이는 나무들의 뿌리는, 눈에 보이지 않는 거대한 곰팡이 균사체로 땅속 깊은 곳에서 서로 단단히 연결되어 있습니다. 건장한 나무는 자신의 남는 양분을 이 균근망을 통해 햇빛을 보지 못해 죽어가는 연약한 어린 나무들에게 대가 없이 흘려보내어 기어코 온 숲을 함께 살려냅니다. 우리가 내 잘남을 증명하려던 고립된 경쟁을 멈추고 생명의 연대망이신 그리스도께 우리 영혼의 뿌리를 온전히 내어 맡길 때, 비로소 우리의 모나고 이기적이었던 일상은 나를 비워 타인을 살려내는 세상에서 가장 눈부시고 웅장한 하나님 나라의 숲으로 찬연하게 피어나게 될 것입니다. 그 숲 안에서 당신이 서 있는 자리가 어디인지, 말씀 앞에 고요히 물어보시기 바랍니다.그 숲 안에서 당신이 서 있는 자리가 어디인지, 말씀 앞에 고요히 물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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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맛비가 대지의 목마름을 채우는 이 아름다운 여름, 나의 이익과 성공만을 위해 타인과 경쟁하려는 세상의 매정한 질서를 미련 없이 거절하십시오. 그저 주님의 거룩한 구원 서사에 나를 던지는 참여의 묵상 자리에 고요히 엎드리며, 나를 조건 없이 안아주신 그 은총에 잇대어 곁에 있는 연약한 형제를 다정하게 돌보고 세워주는 찬란한 평화의 순례자가 되시기를 간절히 축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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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길벗_라종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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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에서 보기

https://youtu.be/8zEhNFPVo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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