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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편 11:1-7 베틀 앞에 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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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전한 신앙이란 터가 무너지는 자리에서 도망치지 않고, 말씀의 날실 앞에 엎드려 하나님의 얼굴을 구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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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월의 찜통더위와 세찬 소나기가 교차하며 온 대지를 뜨겁게 달구는 여름의 길목입니다. 사방에 습한 공기가 가득 찬 무거운 하늘 아래서, 내 삶을 지탱해 주던 눈에 보이는 안락과 토대가 하나둘 무너져 내리는 듯한 불안감 때문에 남몰래 숨죽여 울고 계신 분들이 있습니다. "과연 내가 붙든 신앙이라는 기둥은 안전한가"라며 깊은 회의와 절망의 골짜기를 걷고 계신 모든 분의 심령에, 우리의 작음을 안으시고 변함없는 영원의 눈빛으로 바라보시는 주님의 다사로운 평화가 임하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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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폭풍우 같은 시련을 마주할 때, 세상은 늘 우리에게 영리한 지혜를 내밀며 다그치듯 조언합니다. "터가 다 무너져 내렸는데 의인인들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어서 한 마리 가녀린 새처럼 네 안전을 담보해 줄 산으로 도망쳐라." 어둠 속에서 소리 없이 당겨지는 악인의 화살처럼,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의 모진 경쟁과 관계의 장벽들은 언제나 우리의 약한 틈을 노리고 들어와 존재의 가장자리를 사정없이 흔들어 놓습니다. 그 벼랑 끝 같은 현실 앞에 설 때면, 온통 사방이 꽉 막힌 캄캄한 고립과 절망을 느끼게 마련입니다. "터가 무너지면 의인이 무엇을 하리요"라는 탄식이 단지 고대 시인만의 고백이 아닌, 바로 나의 깨어지기 쉬운 삶의 실상으로 다가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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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시인은 그 비겁한 도피의 권유를 거절하며 선언합니다. "내가 여호와께 피하였거늘." 이 경이롭고 단호한 항복은 도덕적 노력이나 의지적인 강인함에서 싹튼 전리품이 아닙니다. 세상의 헛된 인력에 속절없이 끌려가지 않고 무너지는 터전 위에서 다시금 일어설 용기를 얻기 위해, 우리에게 절실히 필요한 영적 호흡이 바로 참된 묵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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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틀 위에 수직으로 드리워진 실을 날실이라 하고, 그 사이를 수평으로 가로지르는 실을 씨실이라 합니다. 우리의 고단하고 어지러운 삶이란 어쩌면 영원이라는 든든한 날실을 근거로 하여 시간이라는 매일의 씨실로 지어가야 하는 고귀한 직조 무늬인지도 모릅니다. 세상의 터가 무너져 내릴 때, 우리 인생의 그물망과 무늬가 엉망으로 흩어지는 까닭은 영원에 대고 팽팽하게 당겨두어야 할 날실이 우리 마음속에서 느슨해졌거나 끊어졌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매일 말씀의 안목 앞에 잠잠히 서는 묵상이란, 시간 속에서 이리저리 부대끼며 어지러워진 삶의 날실을 하나님의 신실하신 약속의 자리에 대고 가지런히 고쳐 세우는 엄숙하고도 눈물겨운 정돈의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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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말씀의 날실을 바로 세울 때, 비로소 우리의 눈을 가리고 있던 백태가 벗겨지며 눈앞의 차가운 현실 너머에 서 계신 하나님의 거대한 신비와 마주하게 됩니다. 시인은 고백합니다. "여호와께서는 그 성전에 계시고 여호와의 보좌는 하늘에 있음이여 그의 눈이 인생을 통촉하시고 그의 안목이 그들을 감찰하시도다." 이 감찰의 선언은 결코 현미경을 들이밀고 우리의 미세한 잘못을 잡아내어 정죄하려는 차가운 감시의 시선이 아닙니다. 그것은 마치 젖 먹는 아이가 어머니의 따뜻한 품에 안겨 가만히 눈을 맞출 때 온전히 용납받는 것처럼, 상처 입고 수치스러워 숨고 싶어 하는 우리의 날것 그대로의 부끄러움을 당신의 맹렬하고도 다사로운 사랑의 옷으로 완벽하게 덮어 안아주시는 십자가의 돌보심입니다. 하나님은 먼 곳에 계신 채 우리의 아픔을 한가롭게 관조하시는 분이 아니라, 친히 이 낮고 남루한 삶의 한복판까지 내려오시어 우리가 흘리는 가녀린 눈물의 핏소리를 온몸으로 감지하시는 분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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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호와는 의로우사 의로운 일을 좋아하시나니 정직한 자는 그의 얼굴을 보리로다." 세상은 강하고 높은 오만한 자들의 자리가 승리자라 으스대지만, 그들의 형통함은 결국 아침 해가 뜨면 안개처럼 사그라져 바람에 흩날리는 찰나일 뿐입니다. 참으로 복된 이는 스스로 자격을 갖추었다 뽐내는 자가 아니라, 비록 깨지기 쉽고 먼지처럼 작디작은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면서 오직 주님의 너그럽고 다사로운 은총의 눈빛만을 우러러보는 정직한 예배자입니다. 우리의 구원은 율법을 무결하게 지켜내어 내 존엄을 스스로 입증하는 도덕적 업적에 달린 것이 아닙니다. 오직 툭하면 도망치려 흔들리는 우리의 비루한 일상 한복판에 부활의 영원한 여명으로 다가오셔서 기어코 당신의 찬연한 얼굴을 마주 보게 하시는 하나님의 한결없고 압도적인 긍휼에 온전히 기대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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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가늘고 흔들리는 신앙 여정은 거친 바람과 세월의 마찰 속에서 옷감을 짜 나가는 고요한 베틀의 고단한 실길과 같습니다. 세상의 차가운 지혜는 모진 시련의 바람이 한 번 불어와 우리의 하루라는 씨실을 헤집어 놓고, 삶의 안락을 책임지던 날실들이 뚝뚝 끊어지는 광경을 보며, "이미 틀은 부서졌고 무늬는 어그러졌으니 베틀을 사정없이 팽개치고 어서 도망치라"고 절망을 속삭입니다. 그러나 위대한 직조가이신 하나님은 "네가 온전한 실을 짜내어 완벽한 옷감을 바쳐보라"고 다그치지 않으십니다. 주님은 오히려 뚝뚝 끊어져 흙먼지 묻은 우리의 가녀린 존재의 실가닥들을 십자가의 붉은 피라는 가장 단단하고 부드러운 사랑의 매듭으로 하나하나 기어이 이어 묶어주십니다. 우리가 내 힘으로 옷감을 완성하려던 헛된 서두름을 멈추고 말씀의 자리틀 위에 우리 존재의 날실을 잠잠히 내어 맡길 때, 비로소 끊어지고 상처 입었던 우리의 비루한 일상은, 영원한 주님의 빛을 아름답게 머금은 세상 가장 찬연하고 성스러운 하나님 나라의 세세한 무늬로 눈부시게 자라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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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불확실하고 혼돈된 이 시대에, 자신의 힘을 과시하여 타인 위에 군림하려는 세상의 어리석은 길을 미련 없이 거부하십시오. 그저 가녀린 나의 남루함을 긍휼로 채우시는 은혜의 자리에 영혼의 날실을 깊이 내리는 거룩한 묵상의 자리에 엎드리며, 주님이 거저 보여주시는 그 환한 얼굴빛 안에서 곁에 있는 지친 이들에게 다정하게 그늘을 내어주는 눈부신 평화의 순례자가 되시기를 간절히 축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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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길벗_라종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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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에서 보기

https://youtu.be/mCMNtxF3ZD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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