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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편 3:1-8 밤눈을 밝히는 은총의 등잔, 거센 파도 너머에서 깨어나는 단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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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된 신앙이란, 사방에서 조여 오는 삶의 위협과 뼈아픈 배신의 어둠 한복판에서 내 힘으로 스스로를 건사하려던 피곤한 움켜쥠을 내려놓고, 절망의 먹구름에 가려진 은총의 하늘을 향해 내 영혼의 창을 고요히 열어젖히는 거룩한 성찰을 통해, 사나운 폭풍우 속에서도 기어코 단잠을 선물하시고 꺾인 우리의 고개를 다정하게 일으켜 세우시는 하나님의 신실하신 자비에 온전히 삶을 의탁하는 생명 사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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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마솥더위와 함께 눅눅한 장마 구름이 하늘을 무겁게 내려앉은 날입니다. 후텁지근한 공기가 온몸을 휘감아 숨을 턱턱 막히게 하는 한여름의 초입에서, 보이지 않는 삶의 무게와 뜻하지 않은 관계의 어긋남 때문에 영혼의 짓눌린 신음을 내뱉으며 남몰래 눈물짓고 계실 성도 여러분. 그리고 애써 지켜온 신앙의 기초가 흔들려 짙은 회의와 영적 갈증 속에서 방황하고 계신 모든 분의 심령 위에, 거친 비바람 속에서도 고요히 우리의 발걸음을 안돈시키시는 주님의 다사로운 평화가 스며들기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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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발 딛고 살아가는 세상은 끊임없이 우리에게 강해지라고, 네 방패는 네 스스로 깎아 만들어야만 안전할 것이라고 윽박지릅니다. 그래서 우리는 매일매일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잔뜩 긴장한 채 쉼 없이 달음질하지만, 정작 돌아오는 것은 소진된 자아의 헛헛함과 쓸쓸한 고독뿐입니다. 오늘 우리가 깊이 응시하고자 하는 시편 3편의 풍경은, 인간이 겪을 수 있는 가장 비참하고 뼈아픈 자리, 곧 사랑하는 아들 압살롬의 반역을 피해 도망치던 다윗의 눈물겨운 밤길에서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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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방을 둘러보아도 기댈 곳 하나 없는 광야의 밤, 다윗은 터져 나오는 탄식을 숨기지 못합니다. "여호와여 나의 대적이 어찌 그리 많은지요 일어나 나를 치는 자가 많으니이다 많은 사람이 나를 대하여 말하기를 그는 하나님께 구원을 받지 못한다 하나이다." 그를 향한 가장 잔인한 화살은 육체적 위협이 아니었습니다. "너는 이제 하나님께도 버림받았다"는 차가운 조롱, 즉 그의 신앙적 실존을 밑바닥부터 뒤흔드는 냉소적인 속삭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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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역시 인생의 벼랑 끝에 설 때 이러한 소리에 부딪히곤 합니다. 성실하게 신앙생활을 해왔다고 믿었는데 갑작스레 들이닥친 질병과 가난, 믿었던 이의 매정한 외면 앞에서 "하나님이 정말 살아 계시다면 내 삶이 왜 이토록 잿빛이겠는가" 하는 깊은 회의가 밀물처럼 밀려오는 것입니다. 그러나 다윗은 그 절망의 수렁에서 허우적거리는 대신, 가만히 눈을 들어 보이지 않는 하늘의 섭리를 응시합니다. "여호와여 주는 나의 방패시요 나의 영광이시요 나의 머리를 드시는 자이시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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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를 드시는 자, 이 대목이 우리의 목을 메게 만듭니다. 고대 근동에서 고개를 숙이고 걷는다는 것은 수치와 패배를 당한 자의 적나라한 모습이었습니다. 하나님은 비참하게 도망치는 다윗을 향해 매서운 정죄의 채찍을 휘두르지 않으셨습니다. 오히려 가만히 다가가 흙먼지 묻은 그의 턱밑을 다정한 손길로 괴어 주시며, 그의 구부러진 고개를 조심스레 들어 올리셨습니다. 우리의 구원은 내가 얼마나 무결점의 도덕적 품성을 지키며 늠름하게 서 있느냐에 달린 것이 아닙니다. 스스로 고개를 들 힘조차 없어 엎드려 울고 있는 우리의 비루한 일상 한복판에 찾아오시어, 기어코 은총의 손길로 우리의 침체된 얼굴을 들어 올려 당신과 눈을 맞추게 하시는 하나님의 그 압도적인 자비에 매여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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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상처 입은 내 시선을 거두어 나를 살리시는 하나님의 눈빛에 접속하기 위해, 우리에게 무엇보다 절실히 요청되는 영적 호흡이 바로 참된 묵상입니다. 김영봉 목사는 묵상을 가리켜 "어둠 속에서 내 등불을 밝히시는 은총"이라고 명명했습니다. 세상의 소란함과 자아의 분주함에 눈이 멀었을 때 우리는 내 곁을 흐르는 은총의 물결을 보지 못합니다. 참된 묵상이란, 내 안의 두려움과 욕망을 자극해 나를 얽매려는 세상의 시끄러운 소음들을 단호히 끄고, 침묵의 자리에서 "여호와가 내 등불을 밝히신다"는 영적 감각을 회복하는 거룩한 멈춤입니다. 우리가 말씀의 거울 앞에 정직하게 단독자로 엎드릴 때, 비로소 우리의 어지러운 생각 속에 낀 무명의 백태가 벗겨지며, 나를 삼키려던 파도 너머에서 여전히 신실하게 흐르는 하나님의 숨결과 마주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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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깊은 묵상의 안돈 속에서 다윗은 기적 같은 고백을 터뜨립니다. "내가 누워 자고 깨었으니 여호와께서 나를 붙드심이로다 천만인이 나를 에워싸 진 친다 하여도 나는 두려워하지 아니하리이다." 적들이 숨소리마저 들릴 만큼 가까이 추격해 오는 광야의 척박한 돌밭에서, 다윗은 기어이 단잠을 청해 누렸습니다. 참된 평화란 폭풍우가 완전히 걷힌 맑은 하늘 아래서 누리는 안일함이 아닙니다. 사방이 적으로 에워싸인 캄캄한 밤일지라도, 하나님의 품이라는 가장 안전한 피난처에 내 온 존재를 비끄러맨 자만이 누릴 수 있는 신비로운 안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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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신앙생활을 하면서도 세상의 매정한 효율성과 비교의 잣대 속에서 나를 지켜내기 위해 억척스럽게 방패를 깎느라 온 영혼의 진액이 다 마르지는 않으셨습니까. 혹은 스스로의 부족함과 회의 때문에 나는 주님의 은총을 누릴 자격이 없다며 짙은 자괴감의 골짜기에 홀로 주저앉아 계신 분이 있습니까. 하나님은 아들의 손에 쫓겨 맨발로 울며 도망치던 다윗의 그 초라하고 남루한 바닥을 아시면서도 그를 포기하지 않으셨습니다. 툭하면 흔들리고 길을 잃어버리는 우리의 가녀린 일상조차 너른 품으로 덮어 안으시어, 기어코 십자가의 붉은 피로 우리의 허물을 덮으시고 머리를 들어 올리시는 예수 그리스도의 그 맹렬하고도 다함 없는 자비에 온전히 잇대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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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의 잎새들이 빗물에 씻겨 더욱 선명해지는 이 아름다운 여름, 내 힘으로 세상의 파도를 이겨보려던 오만한 다그침을 미련 없이 거부하십시오. 그저 침묵 속에서 내 영혼의 등불을 밝히시는 주님의 말씀 앞에 고요히 엎드리며, 나를 조건 없이 안아주시는 그 신실하신 은총의 힘에 기대어 곁에 있는 약한 이들의 손을 다정하게 잡아 일으키는 눈부신 평화의 순례자가 되시기를 간절히 축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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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상처 많고 고단한 신앙 여정은 칠흑 같은 밤바다에서 거센 폭풍우를 만나 흔들리는 선박 속 요람에 누운 어린아이의 평화와 같습니다. 세상의 얄팍한 지혜는 배가 찢어질 듯 요동치고 파도가 갑판을 집어삼키는 상황에서 살아남으려면 키를 움켜쥐고 밤새 핏대를 세우며 파도와 싸워 이겨야만 한다고 윽박지릅니다. 두려움에 사로잡혀 버둥거릴수록 우리의 영혼은 금세 지쳐 깊은 절망의 바다로 추락하고 맙니다. 그러나 위대한 선장이신 하나님은 우리를 고독한 싸움터에 버려두지 않으십니다. 폭풍우가 배를 아무리 거칠게 흔들어대도, 요람에 누운 아기는 밖에서 부는 바람 소리를 무서워하지 않고 엄마의 다사로운 숨결을 느끼며 깊은 단잠에 빠져듭니다. 요람 전체가 어머니의 든든한 품 안에 안겨 있음을 본능적으로 신뢰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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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내 힘으로 인생의 키를 쥐려던 고집스러운 소란을 멈추고 말씀의 빛 아래 나를 온전히 내어 맡길 때, 비로소 무력하고 연약하던 우리의 존재는 요동치는 세상 한복판에서도 기어코 잔잔한 단잠을 누리며, 마침내 폭풍우를 뚫고 솟아오르는 부활의 눈부신 아침을 가장 찬연하고 평화롭게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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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길벗_라종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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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로 보기

https://youtu.be/6O5cnadVt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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