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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세기 11:01-09 멈춰 선 제국의 욕망, 다시 흐르게 하신 수평의 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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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땅의 언어가 하나일 때, 사람들이 동방으로 이동하다가 시날 평지를 만나 정착합니다. 그들은 벽돌과 역청이라는 최첨단 기술을 이용하여 성읍과 탑을 건설합니다. 그들의 목적은 탑 꼭대기를 하늘에 닿게 하여 '우리 이름'을 내고, 온 지면에 '흩어짐을 면하는 것'이었습니다. 여호와께서 강림하여 이들의 시도를 보시고, 언어를 혼잡하게 하여 그들을 온 지면에 흩으십니다. 이로써 도시 건설은 중단되었고 그곳 이름은 '바벨'이라 불리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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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적·문화적 배경 : 바벨탑은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지구라트(Ziggurat)'를 연상시킵니다. 벽돌을 구워 역청을 사용하는 것은 당시로서는 혁신적인 건축 기술이었습니다. 이는 인류가 자연을 정복하고 도시 문명을 이루어 낸 기술적 성취를 보여주지만, 동시에 그 기술이 하나님을 배제한 채 인간의 안전을 도모하는 수단으로 변질되었음을 시사합니다.

# 신학적 배경 : 송민원 박사는 이 사건을 단순한 '교만(높아짐)'의 문제가 아니라, 창세기 1:28의 "땅에 충만하라(흩어지라)"는 창조 명령을 거스르는 '반역'으로 해석합니다. '바벨'은 인간 편에서는 '신의 문(Babilu)'을 뜻하지만, 하나님 편에서는 '혼잡(Balal)'을 의미하는 이중적 언어 유희가 담겨 있습니다.

# 정경적 배경 : 창세기 10장의 민족 목록(다양성)과 12장의 아브라함 소명(한 사람을 통한 열방의 회복) 사이에 위치하여, 인간의 실패(바벨)가 어떻게 하나님의 은혜로운 대안(아브라함)으로 연결되는지를 보여주는 가교 역할을 합니다.

# 참고글 : 송민원 박사의 저서 『태초에 질문이 있었다』의 '수평적 읽기' 관점을 토대로 창세기 11:1-9 본문을 깊이 있게 묵상한 내용입니다. 이 해석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하나님께 도전하여 높이 쌓은 탑'이라는 수직적 도식을 넘어, 획일화된 집단주의와 흩어짐을 거부하는 인간의 욕망, 그리고 이를 다양성으로 회복시키시는 하나님의 섭리를 조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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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절 획일화의 음모와 인간의 성(城) : 하나님 없는 연합과 흩어짐을 거부하는 인간의 집단적 불안 

하나님은 획일화된 집단주의 속에서 자신의 안전을 도모하려는 인간의 근원적 불안과 욕망을 꿰뚫어 보시는 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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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땅의 언어와 말이 하나였습니다. 사람들이 시날 평지에 모여 "벽돌을 만들어 견고히 굽자"고 하며 돌 대신 벽돌을, 진흙 대신 역청을 사용합니다. 그들은 성읍과 탑을 건설하여 "탑 꼭대기를 하늘에 닿게 하여 우리 이름을 내고 온 지면에 흩어짐을 면하자"고 결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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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민원 박사는 여기서 '언어가 하나'라는 것을 단순한 언어적 통일을 넘어, 사상과 이념이 통제되는 '전체주의적 획일성'으로 해석합니다. 인간들은 "자, 우리가(Come, let us)"를 연발하며 하나님 없이 스스로의 힘으로 유토피아를 건설하려 합니다. 주목할 점은 그들의 동기입니다. 전통적으로는 '탑을 높이 쌓는 것(수직적 교만)'에 초점을 맞추었으나, 본문의 진짜 핵심은 "흩어짐을 면하자"는 데 있습니다. 이는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는 하나님의 창조 명령(수평적 확장)에 대한 정면도전입니다. 또한 "우리 이름을 내고"(shem)라는 표현은 훗날 하나님이 아브라함에게 "네 이름(shem)을 창대하게 하리라"(창 12:2)고 하신 약속과 대조됩니다. 인간은 스스로 이름을 쟁취하려 했으나 실패했고, 하나님은 당신을 신뢰하는 자에게 은혜로 이름을 주십니다. 그들이 사용한 '벽돌'은 규격화된 인공물로, 개성이 말살되고 체제의 부속품으로 전락한 인간 군상을 상징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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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대한민국 사회는 또 다른 형태의 '시날 평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아파트 평수'나 '연봉', '학벌'이라는 단일한 기준(하나의 언어)으로 사람을 평가하고, 그 기준에 도달하지 못하면 불안해하는 획일화된 문화가 지배합니다. "우리끼리 뭉쳐야 산다"는 집단 이기주의나, 성공하여 "내 이름을 내자"는 욕망은 현대판 바벨탑 쌓기입니다. 그리스도인은 세상이 강요하는 획일적인 성공 방식에 제동을 걸어야 합니다. 교회마저 성장주의에 매몰되어 '우리만의 성'을 쌓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봐야 합니다. 흩어짐을 두려워하여 안주하려는 태도를 버리고, 하나님이 보내시는 곳으로 나아가 복음의 다양성을 꽃피우는 것이 바벨을 거스르는 삶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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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7절 강림하시는 하나님과 심판의 역설 : 인간의 가능성을 제한하심으로 더 큰 악을 막으시는 하나님의 섭리 

하나님은 인간이 쌓아 올린 교만의 탑을 비웃으시며, 악한 연합을 깨뜨리심으로 인류를 보호하시는 지혜로운 통치자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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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호와께서 사람들이 건설하는 성읍과 탑을 보려고 '내려오셨습니다'. 하나님은 "이 무리가 한 족속이요 언어도 하나이므로 이같이 시작하였으니 이후로는 그 하고자 하는 일을 막을 수 없으리로다"라고 탄식하시며, "자, 우리가 내려가서 언어를 혼잡하게 하자"고 말씀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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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하늘에 닿으려고 탑을 쌓았지만, 하나님은 그것을 보기 위해 '내려오셔야만' 했습니다. 이는 인간의 노력이 하나님 보시기에 얼마나 하찮은 것인지를 보여주는 풍자적 표현입니다. 송민원 박사는 6절의 "막을 수 없으리로다"를 긍정적인 능력이 아닌, 죄악의 확장 가능성으로 봅니다. 죄인들이 하나로 뭉쳐 획일화될 때, 그 집단적 광기는 통제 불능의 상태(예: 나치즘, 사이비 종교 등)로 치닫습니다. 따라서 하나님이 언어를 혼잡하게 하신 것은 단순한 징벌이 아니라, 죄의 가속화를 막고 인류가 공멸하지 않도록 보호하시는 '예방적 은혜'입니다. 하나님은 획일화된 제국의 폭력을 멈추시기 위해 소통을 단절시키는 방식을 택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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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우리 삶에서도 소통이 막히고, 계획했던 일이 무산되는 경험을 합니다. 내가 의지했던 '인맥'이나 '자본'의 연합이 깨질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실패가 아니라, 나를 보호하시려는 하나님의 '내려오심'일 수 있습니다. 직장이나 공동체에서 불의한 일에 침묵하며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다면, 하나님은 반드시 그 연대를 흩으실 것입니다. 우리는 인간적인 단합이 깨지는 것을 두려워하기보다, 그 속에 하나님의 뜻이 있는지를 먼저 물어야 합니다. 하나님이 막으시는 길은 가지 않는 것이 가장 빠른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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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9절 바벨, 흩어짐을 통한 회복 : 흩으심을 통해 창조의 다양성을 회복하시는 선교적 하나님 

하나님은 우리의 고집을 꺾어서라도 창조의 본연(충만함)으로 돌아가게 하시며, 흩어짐을 통해 구원의 역사를 펼쳐가시는 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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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호와께서 그들을 온 지면에 흩으셨으므로 그들이 도시 건설을 그쳤습니다. 그곳 이름을 바벨이라 하니, 여호와께서 온 땅의 언어를 혼잡하게 하셨고 그들을 온 지면에 흩으셨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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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인간의 시도("흩어짐을 면하자")는 실패했고, 하나님의 뜻("온 지면에 흩으셨다")이 성취되었습니다. '바벨'은 혼돈과 심판의 장소처럼 보이지만, 구속사적으로는 '다양성의 회복'을 의미합니다. 송민원 박사는 11장의 흩어짐이 10장의 민족 분화(70개 민족)와 연결되어 있음을 강조합니다. 하나님은 획일적인 제국이 아니라, 다양한 언어와 문화를 가진 민족들이 땅에 충만하기를 원하셨습니다. 이 흩어짐의 저주는 신약의 오순절 성령 강림 사건(행 2장)에서 반전됩니다. 성령이 임하자 각기 다른 언어(난 곳 방언으로)로 소통하며 '다양성 속의 일치'를 이루는 진정한 연합이 탄생합니다. 바벨이 인간의 욕망으로 쌓은 불통의 탑이라면, 교회는 성령으로 지어진 소통의 공동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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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한국 교회는 '모이는 교회'에는 힘썼지만, '흩어지는 교회'로서의 사명은 소홀히 하지 않았는지 반성해야 합니다. 하나님은 때로 우리를 편안한 '시날 평지'(안전지대)에서 쫓아내어 낯선 곳으로 흩으십니다. 발령, 이사, 파송 등 원치 않는 흩어짐의 상황은 징계가 아니라 사명의 확장일 수 있습니다. 우리는 획일화된 성공 신화를 내려놓고, 각자에게 주신 독특한 은사와 부르심을 따라 세상 곳곳으로 흩어져야 합니다. 내가 서 있는 그곳, 나의 일터와 가정이 바로 하나님이 나를 흩어 보내신 선교지임을 기억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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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둠의 기도

높은 보좌에서 낮고 천한 이 땅에 내려오사, 

우리의 헛된 욕망을 멈춰 세우시는 하나님 아버지.

저희가 세상의 풍조를 따라 벽돌을 굽고 역청을 바르며, 

하나님 없는 성공의 탑을 쌓으려 했던 교만을 회개합니다. 

"우리 이름을 내자"하며 스스로 높아지려 했고, 

"흩어짐을 면하자"며 우리만의 안락한 성 안에 갇혀 

하나님의 지상명령을 외면했습니다. 

획일화된 세상의 기준에 맞추려다 잃어버린 

저희의 고유한 형상을 불쌍히 여겨 주옵소서.

주님, 때로 우리의 계획을 흩으시고 멈추게 하시는 것이 

주님의 아픈 사랑임을 깨닫습니다. 

이제 우리의 욕망으로 쌓은 바벨탑이 무너진 자리에, 

주님의 십자가를 세우게 하옵소서. 

흩어짐을 두려워하지 않고, 

주님이 보내시는 삶의 현장으로 나아가 

생명을 틔우는 거룩한 씨앗이 되게 하소서. 

다양성 속에 일치를 이루시는 성령님의 능력을 힘입어, 

갈등과 불통으로 얼룩진 이 땅을 치유하는 화해의 도구로 살게 하옵소서.

우리의 영원한 이름 되시며, 참된 본향 되시는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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