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편 136:1-26 여호와의 한결같은 사랑을 감사하라 : 그 인자하심은 영원함이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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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편 136편은 ‘대할렐 시편’(The Great Hallel)이라고 불리며, 유월절과 같은 큰 절기 때 이스라엘 백성들이 함께 불렀던 장엄한 감사의 찬송입니다. 이 시의 가장 큰 특징은 각 절마다 “그 인자하심이 영원함이로다”라는 후렴구가 반복되는 교창(交唱) 형식이라는 점입니다. 선창자가 하나님의 위대한 행적을 노래하면, 온 회중이 하나님의 변함없는 사랑과 신실하심(히브리어 ‘헤세드’)을 화답하는 이 구조는, 하나님의 모든 사역의 기초에 바로 이 ‘헤세드’가 있음을 강력하게 선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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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절 찬양받으실 하나님의 속성 ; 하나님은 모든 존재의 근원이시며, 모든 권세 위에 뛰어나신 유일하고 절대적인 주권자이십니다. 그리고 그 위대하심의 본질은 선하심과 인자하심입니다.
시인은 모든 찬양의 대상을 “선하시며 인자하심이 영원하신 여호와”께 돌리라고 선포합니다. 그분은 모든 신들 위에 뛰어나신 하나님이시며, 모든 주들 위에 뛰어나신 주님이시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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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찬양의 이유를 설명하기에 앞서, 찬양받으셔야 할 하나님이 어떤 분이신지를 먼저 정의합니다. 그분은 스스로 존재하시는 유일한 참 신이시며, 세상의 그 어떤 통치자나 권세와도 비교할 수 없는 만왕의 왕, 만주의 주이십니다. 세상의 강력한 통치자가 잔혹하다면 그의 능력은 백성에게 공포와 비탄의 이유가 되겠지만, 우리의 하나님은 그 위대함의 본질이 선하심(토브;좋았더라)과 인자하심(헤세드;사랑)이시기에, 그분의 위대함과 능력은 우리에게 무한한 감사의 이유가 됩니다. ‘헤세드’는 단순한 친절이나 동정심을 넘어, 언약에 기초한 하나님의 신실하고 실패하지 않는 사랑을 의미하는 깊은 단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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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무엇에 감사하고 있습니까? 내가 가진 소유나 조건 때문입니까? 시인은 우리 감사의 기초를 ‘하나님의 변하지 않는 성품’에 두라고 권면합니다. 상황이 좋든 나쁘든, 하나님은 여전히 선하시고 그분의 인자하심은 영원히 변치 않습니다. 이 사실이 우리의 감사가 결코 흔들리지 않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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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9절 창조 세계에 나타난 하나님의 인자하심 ; 하나님은 지혜로 세상을 설계하시고 능력으로 모든 것을 창조하셨으며, 피조물을 향한 선하고 인자한 목적으로 온 우주를 운행하시는 창조주이십니다.
시인은 홀로 큰 기이한 일들을 행하시는 하나님께서, 지혜로 하늘을 지으시고 땅을 물 위에 펴셨으며, 해와 달과 별들을 만드사 낮과 밤을 주관하게 하셨다고 노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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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감사의 대상을 ‘창조’의 영역으로 확장합니다. 영이신 하나님께는 이 물질세계가 필요 없지만, 오직 우리 인간을 향한 선하고 인자하신 마음으로 이 아름답고 신비로운 세상을 창조하셨습니다. 창조는 단순한 능력 과시가 아니라, 사랑의 표현이었습니다. 하나님은 우리가 생존하는 데 필요한 빛과 물과 땅을 주셨을 뿐만 아니라, 해와 달과 별들의 아름다움을 통해 우리의 삶을 즐기고 누릴 수 있도록 풍성하게 채우셨습니다. 이 모든 자연 만물은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섬세한 배려와 사랑이 담긴 선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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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매일 마시는 공기, 내리쬐는 햇살, 밤하늘의 별들을 얼마나 감사함으로 누리고 있습니까? 온 우주가 “그 인자하심이 영원함이로다”라고 노래하는 하나님의 사랑의 편지임을 기억할 때, 우리의 일상은 무미건조한 반복이 아니라 경이로운 감사의 현장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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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15절 출애굽 구원 사역에 나타난 하나님의 인자하심 ; 하나님은 고통받는 당신의 백성의 신음 소리를 들으시고, 강한 손과 편 팔로 압제자의 권세를 깨뜨리시고 자기 백성을 해방하시는 구원자이십니다.
시인은 하나님께서 애굽의 장자를 치시고 이스라엘을 그들 중에서 인도하여 내신 출애굽 사건을 상세히 묘사합니다. 특히 홍해를 가르시고 이스라엘은 통과시키셨으나, 바로와 그의 군대는 그 바다에 엎드러뜨리신 극적인 구원의 장면을 노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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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주 하나님은 이제 구속주 하나님으로 나타나십니다. 이스라엘은 자신의 힘으로 바로의 압제에서 벗어날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열 가지 재앙을 통해 애굽의 신들이 헛됨을 증명하시고, 유월절 어린 양의 피로 죽음의 재앙에서 당신의 백성을 구원하셨습니다. 홍해를 가르신 사건은 이 구원의 절정입니다. 이스라엘에게는 생명의 길이 되었던 바다가, 그들을 쫓던 애굽 군대에게는 심판과 죽음의 장소가 되었습니다. 이 출애굽 사건은 성경 전체를 관통하는 구원의 원형(原型)입니다. 우리를 죄와 사망의 노예 상태에서 건져내신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사건이야말로,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선하심과 인자하심의 가장 위대한 표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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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죄의 바로왕에게 종살이하던 자들이었습니다. 내 힘으로는 결코 죄와 죽음의 권세에서 벗어날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그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보혈로 우리를 구원하시고, 세례를 통해 죄의 홍해를 건너 하나님의 자녀가 되게 하셨습니다. 이 감격적인 구원의 은혜를 매일 기억하며 살아가는 것이야말로 참된 감사의 삶입니다. 지금 여기에서 우리가 하나님의 자녀로 살아갈 수 있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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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24절 광야와 정복 과정에 나타난 하나님의 인자하심 ; 하나님은 구원받은 백성의 여정을 한순간도 떠나지 않으시고, 모든 필요를 공급하시며 모든 대적으로부터 보호하여 마침내 약속의 땅으로 인도하시는 신실한 목자이십니다.
시인은 이스라엘을 이끌어 광야를 통과하게 하시고, 그 길을 막아선 아모리 왕 시혼과 바산 왕 옥과 같은 강한 왕들을 물리치셨으며, 마침내 그들의 땅을 이스라엘에게 기업으로 주셨다고 노래합니다. 그리고 이스라엘이 비천한 가운데 있을 때에도 그들을 기억하시고 대적에게서 건지셨다고 고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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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은 단회적인 사건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구원받은 백성은 약속의 땅에 이르기까지 광야와 같은 인생길을 걸어가야 합니다. 하나님은 광야 40년 동안 이스라엘에게 만나와 메추라기를 먹이시고, 바위에서 물을 내어 마시게 하시며, 그들의 옷이 해어지지 않고 발이 부르트지 않도록 낮에는 구름기둥, 밤에는 불기둥으로 인도하셨습니다(신 8:4). 또한 약속의 땅으로 들어가는 길을 막아서는 강력한 대적들을 친히 물리쳐 주셨습니다. 이 모든 과정은 구원받은 성도의 삶(성도의 견인)을 보여줍니다. 우리를 구원하신 하나님은 우리가 천국에 들어가는 그날까지 우리를 홀로 버려두지 않으시고, 성령을 통해 우리의 모든 필요를 채우시며 세상의 모든 공격으로부터 우리를 지키고 보호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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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받은 이후에도 우리의 삶에는 여전히 광야의 결핍과 강력한 대적들이 존재합니다. 그러나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우리를 구원하신 하나님의 인자하심은 한순간도 중단되지 않습니다. 우리의 모든 여정을 인도하시고 보호하시는 신실하신 목자 되신 주님을 의지할 때, 우리는 마침내 영원한 기업인 하나님 나라에 넉넉히 거할 수 있는 줄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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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26절 모든 피조물을 향한 하나님의 인자하심 ; 하나님은 언약 백성뿐만 아니라 모든 육체를 가진 존재에게 먹을 것을 주시며, 하늘에 계셔서 온 세상을 다스리시고 돌보시는 보편적인 은혜의 하나님이십니다.
시인은 감사의 범위를 모든 육체를 가진 자에게 먹을 것을 주시는 하나님, 곧 하늘의 하나님께로 확장하며 찬양을 마무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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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감사는 이스라엘이라는 특정 민족에게 베푸신 특별 은총에서 시작하여, 이제 모든 피조물을 향한 하나님의 일반 은총으로 넓어집니다. 하나님은 당신의 백성뿐만 아니라 언약 밖에 있는 사람들, 선한 사람뿐만 아니라 악한 사람에게도 햇빛과 비를 내려주시고 먹을 것을 공급하심으로 온 세상의 주인이심을 드러내십니다(마 5:45). 이스라엘의 하나님은 온 우주의 하나님이시며, 그분의 인자하심은 모든 생명을 향해 열려 있습니다. 이 보편적인 사랑의 고백은 시편의 장엄한 마무리에 깊이를 더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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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하나님의 은혜를 너무 편협하게 생각하고 있지는 않습니까? 나 자신과 우리 교회에 베푸신 은혜를 넘어, 아직 주님을 알지 못하는 이웃과 온 세상을 향한 하나님의 인자하심을 볼 수 있어야 합니다. 모든 사람을 긍휼히 여기시는 하나님의 마음을 품고, 그 사랑을 전하는 통로로 살아가는 것이 이 위대한 감사의 노래에 동참하는 우리의 마땅한 응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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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관 찬송 및 찬양
찬송가 64장 (통 19) "기뻐하며 경배하세"
찬송가 40장 (통 40) "찬송으로 보답할 수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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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둠의 기도
선하시고 인자하심이 영원하신 하나님 아버지,
온 우주 만물을 지으신 창조의 능력과
저희를 죄와 사망에서 건지신 구원의 은혜,
그리고 단 한 순간도 떠나지 않으시고 인도하시는
그 신실하신 사랑을 찬양합니다.
저희 삶의 모든 순간마다
“그 인자하심이 영원함이로다”라고
고백할 수밖에 없는 은혜를 부어주시니 감사합니다.
이제 저희의 감사가 입술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창조 세계를 아끼고 돌보며,
구원의 감격을 이웃과 나누고,
모든 사람을 향한 주님의 긍휼한 마음을 품고 살아가는
구체적인 삶의 예배로 이어지게 하옵소서.
하늘의 하나님께 영원한 감사를 드리며,
우리의 영원한 찬양이 되시는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