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상 26:01-32 거룩을 지키는 문지기, 성전을 세우는 백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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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윗이 성전의 문지기와 보관 책임자, 행정과 재정, 재판을 담당하는 레위인들의 명단과 역할을 조직적으로 나열하는 내용입니다. 각 가족별로 맡은 바 직분을 따라 섬기도록 하였고, 이 모든 직무를 통해 성전의 거룩함과 공동체의 질서를 세우고자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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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9절 하나님은 우리가 거룩을 지키는 영적 전쟁에 엄중하게 임하길 바라십니다.
다윗은 문지기 직분을 각 가문별로 제비 뽑아 공평하게 나누고, 성전 문마다, 곡간마다 경계를 두고 철저하게 관리했습니다. 문지기는 단순히 출입만을 관리하는 직분이 아니라, 성전의 거룩함과 정결을 수호하는 영적 파수꾼의 역할이었습니다.
이스라엘 성전은 하나님의 임재가 머무는 거룩한 공간이기에, 그 문을 지키는 문지기의 사명은 영적 전쟁과도 같습니다. 부정한 것, 세속적인 것, 우상의 흔적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철저히 지켜야 했습니다. 이는 오늘날 교회 공동체와 신앙인의 삶에도 동일하게 요구되는 태도입니다. 거룩은 한 순간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매일의 경계와 헌신, 영적 분별을 통해 지켜집니다. 이 직분이 제비 뽑기로 임명된 점은 모든 사람이 동일하게 거룩을 지키는 책임을 져야 함을 상징합니다.
오늘 우리 교회와 각 가정, 개인의 신앙생활에 문지기의 영성을 회복해야 합니다. 디지털 시대에 수많은 정보와 문화, 유혹이 들어오는 문을 지키는 일, 공동체의 순결과 질서를 지키는 일을 결코 가볍게 여길 수 없습니다. 부모로서, 목회자로서, 신자로서 내 안팎의 문을 지키는 경계심, 거룩함의 감각, 영적 분별이 절실합니다. 나와 우리 교회가 ‘문지기 없는 성전’이 되지 않게, 세상의 가치와 죄악이 들어오지 않도록 깨어 기도하며 섬겨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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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8,15절 하나님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복을 주시는 분이십니다.
오벧에돔의 자손들에게 특별히 복이 임했다는 언급이 반복됩니다(4-8절, 15절). 그의 집안은 문지기와 여러 사명을 감당할 때, 자손이 번성하고 힘이 있으며, 특별한 분깃을 받았습니다.
오벧에돔은 하나님의 궤를 자기 집에 모신 사람으로, 경외함으로 하나님을 섬길 때 큰 복을 받았습니다(삼하 6:10-12 참조). 오벧에돔 가문이 받은 복은, 단순한 세대 번성의 복을 넘어 하나님께 대한 헌신과 섬김, 거룩을 향한 두려움과 경외의 결과입니다. 하나님은 오늘도 자기를 경외하는 자, 충성된 종에게 복 주시기를 기뻐하십니다. 복의 본질은 세상적 풍요가 아니라 하나님의 임재와 함께 하심, 영적 힘과 후손의 믿음 계승에 있습니다.
나는 하나님을 경외함으로 내 자리, 내 사명을 충실히 지키고 있는가? 하나님을 중심에 모신 가정과 교회, 하나님 앞에 겸손히 섬기는 삶에 진정한 복이 임합니다. 우리의 자녀와 후손을 위해, 내가 선 자리에서 거룩함과 섬김, 순종의 본을 보이며 기도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큰 유산이 됨을 기억해야 합니다. 오늘 내 신앙이 다음 세대의 복이 되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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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8절 하나님은 우리의 왕이자 공급자, 모든 전쟁을 이기게 하시는 진정한 승리자이십니다.
성전의 보물과 헌물, 전리품, 제사와 관련된 모든 재정과 자원을 관리하는 사람들을 따로 세웁니다. 이들의 임무는 하나님의 전의 부와 거룩한 소유, 백성들의 예물을 맡아 청지기적으로 관리하는 일입니다.
성전과 공동체의 ‘자원’은 다윗과 용사들의 전쟁의 전리품, 헌물, 백성들의 자발적 예물 등 하나님께 바쳐진 것들입니다. 이 모든 것은 하나님의 손에서 비롯되며, 모든 승리와 공급의 주권이 하나님께 있음을 드러냅니다(역대상 29:11-14). 세속적 권력과 물질의 소유와는 다르게, 하나님의 나라는 맡겨진 것을 ‘청지기’로서 신실하게 관리할 때 그 거룩함이 유지됩니다. 성전 재정을 관리하는 레위인들의 청렴성과 공공성, 경건함은 공동체의 신뢰와 번영의 기초입니다.
오늘 교회와 개인도 물질과 자원을 맡은 청지기로서 사명을 기억해야 합니다. 모든 소유와 승리가 하나님께로부터 왔음을 고백하고, 주의 일을 위해 정직과 경건함, 투명함으로 자원을 사용할 책임이 있습니다. 현대 교회와 사회에서 일어나는 재정 스캔들, 투명성 논란 등은 모두 하나님 나라 백성으로서 ‘왕이신 하나님 앞’에 살아가는 자세를 잃었기 때문입니다. 나는 내 시간, 재능, 물질을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사용하고 있는지 점검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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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9-32절 하나님은 우리가 모든 일을 거룩하게 수행하길 바라십니다.
이 마지막 부분에는 행정, 사법, 재판, 외부 봉사 등 사회의 다양한 영역을 담당하는 레위인들의 직무가 나옵니다. 단지 성전 내 봉사뿐 아니라, 이스라엘의 모든 민사적, 행정적 일까지 레위인들이 거룩하게 감당해야 했습니다.
하나님의 나라는 성전 안에서만 구현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의 모든 영역, 공적인 분야까지 거룩함이 확장되어야 합니다. 하나님의 백성, 레위인의 역할은 제사장적 사명(성전 섬김)에만 국한되지 않고, 공의와 정의, 질서와 평화, 공동체의 선을 이루는 일까지 포괄합니다. 이스라엘의 레위인은 곧 오늘날의 ‘하나님 나라의 백성’(베드로전서 2:9)이 사회와 교회, 가정에서 거룩한 영향력을 미쳐야 함을 상징합니다. 하나님의 통치는 내 일상의 모든 현장(가정, 직장, 사회, 정치)에 미쳐야 진짜 하나님 나라가 이루어집니다.
나는 교회에서만, 신앙 안에서만 거룩을 추구하고 있지는 않은가? 내 삶의 모든 영역, 직장과 사회, 가정과 인간관계 속에서도 하나님을 두려워하며, 그분의 뜻에 합당하게 행하는지 성찰해야 합니다. 그리스도인은 삶 전체, 맡은 모든 자리에서 하나님의 임재와 통치를 증거해야 하며, 세상 속에서 거룩과 정의, 사랑과 섬김을 실천함으로 ‘하나님의 나라’를 세워가야 합니다.
하나님은 모든 영역에서 거룩을 지키길 원하십니다. 문지기로, 청지기로, 리더로, 평신도로 우리를 부르시고, 각자의 자리에서 거룩을 수호하고, 섬기고, 세상을 변화시키길 원하십니다. 이것이 곧 성전의 문을 지키는 영적 전쟁이며, 세상의 빛과 소금으로 사는 ‘하나님 나라 백성’의 정체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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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둠의 기도
주님,
오늘도 저희를 ‘문지기’로, ‘청지기’로, ‘섬기는 리더’로 부르심을 감사합니다.
저의 모든 자리에서 거룩을 지키고, 세상의 죄와 유혹을 경계하며,
하나님의 임재와 복을 중심에 모시는 믿음의 사람이 되게 하소서.
저희의 가정과 교회, 사회의 모든 영역에서
공정함과 정직함, 사랑과 경외함으로 주님을 섬기게 하시고
맡겨진 물질과 시간과 재능을 청지기로서 하나님께 드리게 하소서.
거룩함이 교회 울타리 안에만 머무르지 않고,
세상 곳곳으로 흘러가 하나님의 뜻이 이루어지는 통로가 되게 하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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