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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상 07:1-8:40 약한 나로 강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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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해서 이스라엘의 여러 지파의 족보를 다룹니다. 잊힌 지파들로 여겨졌던 잇사갈, 베냐민, 납달리, 므낫세, 에브라임, 아셀, 베냐민의 계보는 각 지파가 하나님 백성 공동체 내에서 고유한 역할을 지니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특히 그 중에는 실패의 흔적(에브라임)과 회복의 메시지(베냐민)가 함께 등장합니다. 하나님은 이런 다양한 지파들을 통해 자신의 구속사적 목적을 이루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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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1-12 하나님의 은혜로 우리를 강하게 하십니다. 

잇사갈, 베냐민, 납달리, 므낫세, 에브라임, 아셀 지파의 용사들이 언급됩니다. 이들은 전쟁에 능한 자들, 숫자상으로도 강한 군사력으로 묘사되며, 하나님께서 각 지파마다 능력을 주셨음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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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단락에서 언급된 지파들(잇사갈, 베냐민, 납달리, 므낫세, 에브라임, 아셀)은 대부분 구약 성경 전반에서 큰 주목을 받지 못한 주변 지파들이었습니다. 그러나 역대기는 그들을 생략하지 않고 신중히 포함시킴으로써, 하나님 백성 공동체 안에서 각 지파가 가진 고유한 소명과 기여를 인정합니다.

특히 "용사"라는 표현이 여러 차례 반복되며 강조됩니다. 7:2, 4, 5절 등에서 '큰 군대'나 ‘전쟁에 능한 자들’은 단지 전쟁의 강함을 넘어서 하나님의 사명을 감당할 준비된 자들로서의 신분을 의미합니다. 이는 사사기나 사무엘서에 등장하는 "하나님의 사람들"과 연결되는 언어입니다(참조: 삼상 16:18).

더 나아가 이 족보는 바벨론 포로기 이후 귀환한 백성들에게 자신들의 정체성을 회복시키려는 의도를 담고 있습니다. 포로지에서 돌아온 이들은 예루살렘의 폐허와 정치적 불안정 속에서 ‘하나님의 백성’으로서의 자부심을 상실할 위기에 있었습니다. 역대기 기자는 이들에게 "우리의 조상은 하나님께서 강하게 하신 자들이며, 우리도 그 은혜의 연장선에 있다"는 영적 메시지를 심어줍니다.

또한 본문의 구조적 특징은 모든 지파가 동일하게 소중하다는 사실을 강조합니다. 유다와 레위 지파만이 하나님의 나라를 대표하지 않으며, 작고 약해 보이는 잇사갈, 아셀, 납달리도 하나님의 계획에 반드시 포함되어 있다는 선언입니다. 이는 바울 사도가 고린도전서 12장에서 교회를 구성하는 각 지체의 다양성과 상호의존성을 설명한 바와 유사한 원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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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교회가 직면한 도전—예를 들어 소외된 지역 공동체, 작은 교회, 나이든 세대, 청소년, 장애우 공동체 등—는 당시 잊힌 지파들과 같은 상황일 수 있습니다. 하나님은 ‘작은 자들’을 잊지 않으시고, 은혜로 강하게 하시며 사명자로 세우십니다. 이것이 역대기 족보의 신학적 통찰이자 복음의 씨앗입니다.

또한 오늘 우리에게도 하나님은 과거의 실패나 연약함을 능력과 회복의 통로로 사용하십니다. 교회나 가정에서 겉으로 강해 보이는 조건이 아니라, 하나님께 의지하며 은혜를 구할 때 진정한 강함을 얻습니다.
세상은 ‘자기 PR’을 강조하지만, 하나님 나라는 ‘은혜에 뿌리내림’을 요구합니다.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하나님이 주신 정체성과 사명을 묵묵히 감당할 때 강한 자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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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13-40 하나님은 약한 자를 통해 일하시는 분이십니다. 

납달리, 므낫세, 에브라임, 아셀 지파의 후손들이 등장합니다. 에브라임 지파는 전쟁 중 자녀들을 잃고 깊은 슬픔에 빠지지만, 훗날 여호수아 같은 인물을 통해 회복의 통로로 다시 쓰임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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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구절들에는 연약함과 실패, 죽음을 경험한 지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특히 에브라임 족속의 슬픈 이야기가 중심입니다(7:20-24). 에브라임의 아들들이 가드 사람들과의 충돌로 죽임을 당하고, 이에 대한 아버지의 깊은 애통이 기록됩니다. 이는 단순한 족보 이상의 감정과 내러티브가 담긴 드문 사례입니다. ‘애통하다’라는 히브리어 표현은 이사야 61:2에서 ‘애통하는 자를 위로한다’는 표현과 연결되며, 하나님이 상한 심령을 회복시키시는 은혜의 통로로서 등장합니다.

이후 에브라임은 또 다른 자녀를 낳고 그를 ‘브리아’(재난/고통의 아들)라고 이름 짓습니다. 그러나 그 아들들을 통해 결국 여호수아가 나옵니다(7:27). 여호수아는 출애굽 2세대의 대표로서, 가나안 정복을 이끈 믿음의 지도자입니다. 이 족보는 ‘고통 가운데에서 하나님은 지도자를 준비하신다’는 깊은 교훈을 전합니다. 즉 실패와 고난은 하나님의 사람을 빚어내는 도가니입니다.

이러한 교차적 구조는 성경의 전통 속에 깊게 뿌리박혀 있습니다. 요셉은 형제들에게 버림받고 노예로 팔린 고난 속에서 애굽의 총리로 세워졌습니다(창 37-50장). 모세는 미디안 광야에서 40년간 도피자처럼 살았으나, 그곳에서 하나님의 불타는 떨기나무를 만났습니다(출 3장). 사도 바울도 유대 지도자로서의 모든 영예를 내려놓고 복음으로 인해 고난받는 자로 쓰임받았습니다(빌 3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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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역대기 기자는 에브라임의 실패를 덮지 않습니다. 대신 그것을 통과해 다시 일으키시는 하나님의 손길을 강조합니다. 이것은 오늘날 실패한 성도들, 낙심한 사역자들, 믿음의 침체기에 빠진 공동체에게 주는 복음의 메시지입니다. 하나님은 우리의 연약함을 통해 역사하시는 분이십니다. 고통이 끝이 아니라, 새로운 역사의 시작이 될 수 있음을 본문은 증언합니다.

우리 인생의 고통과 실패는 끝이 아닙니다. 그것은 회복의 시작이 될 수 있습니다. 오늘 교회 안팎에서 힘들고 낙심한 자들이 있다면, 그들이 회복의 출발점이 될 수 있음을 믿고 품고 세워야 합니다. 특히, 오늘날 젊은 세대의 상처와 단절을 “하나님의 여호수아”를 준비하시는 과정으로 본다면, 교회는 그들을 섬기고 인내로 기다려야 할 사명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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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1-23 하나님은 현실 너머의 가능성을 보시는 분이십니다. 

베냐민 지파의 족보가 다시 한 번 집중적으로 소개됩니다. 사울 왕의 조상들이 등장하며, 다양한 이름들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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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본문은 베냐민 지파의 족보를 다시 한 번 상세히 기록합니다. 앞서 7장에서 이미 베냐민 자손의 기록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여기서 다시 등장하는 것은 단순한 중복이 아니라 강조입니다. 왜냐하면 이 족보의 중심에는 이스라엘의 초대 왕 사울의 가계가 자리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족보는 일반적으로 그 후손이 중요할수록 더 자세히 기록되는데, 사울의 가계가 바로 그러한 예입니다.

하지만 사울은 성경에서 복잡한 인물입니다. 하나님께 기름부음 받았지만, 불순종으로 인해 왕권이 다윗에게 넘어갑니다(삼상 15장). 그렇기에 역대기에서 사울의 족보를 다루는 일은 섬세한 신학적 의도가 담긴 선택이었습니다. 그는 실패한 왕이었지만, 하나님은 그조차 하나님의 계획 속에 사용하셨고, 그의 족보 역시 하나님 백성의 역사에서 제외되지 않습니다.

역대기 저자는 베냐민 지파의 뿌리를 통해, “하나님은 작고 보잘것없는 지파에서 왕을 일으키셨다”고 강조합니다. 이는 사무엘이 ‘당신은 이스라엘 지파 중 가장 작은 자손’이라 말한 사울에게 “여호와께서 당신을 이스라엘의 지도자로 삼으셨다”고 선포했던 장면(삼상 9:21; 10:1)을 떠오르게 합니다.

이처럼 하나님은 우리가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주변부에 속한 존재들 가운데서 미래의 지도자를 준비하십니다. 이는 마치 베들레헴에서 나신 예수 그리스도, 작고 연약한 마을에서 태어난 구세주와도 맞닿아 있습니다(미 5:2; 마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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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교회와 사회는 눈앞의 현실만을 기준으로 사람과 조직을 평가하지만, 하나님은 은혜의 안목으로 ‘가능성’을 보시는 분입니다. 우리는 가정, 공동체, 교회 내에서 작고 미약한 자들 속에 숨겨진 하나님의 사역자를 믿음의 눈으로 바라봐야 합니다.

오늘도 하나님은 우리 현실의 조건이 아니라, 그 너머의 가능성과 하나님의 목적을 보십니다. 자신의 가정, 교회, 지역사회를 볼 때 낙담할 수 있지만, 하나님은 그 가운데 미래의 사울, 미래의 일꾼들을 준비하고 계십니다. 신앙의 눈으로 공동체를 바라보며, 가능성을 믿고 격려하는 자가 될 수 있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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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29-40 하나님께 순종하는 길만이 사는 길입니다. 

기브온 거주자와 그 후손들, 곧 사울 왕가의 가계가 자세히 언급됩니다. 사울의 후손들 중에는 전쟁에 능한 자, 두각을 나타낸 자들이 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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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단락은 사울 왕가의 후손들과 기브온에 거주하던 자손들의 족보를 다루며 마무리됩니다. 사울 왕의 집안은 정치적 중심에 있었던 가문이지만, 역대기에서는 ‘권력’보다 ‘순종’이라는 기준으로 평가됩니다.

기브온 사람들의 족보(8:29-32)는 ‘기브온의 아비엘’과 ‘사울의 조상’으로 이어지며, 사울의 혈통이 단순한 통치자로서가 아니라 하나님이 기회를 주신 자였음을 암시합니다. 그러나 역사는 결국 그가 그 기회를 어떻게 사용했는지를 보여줍니다.

사무엘상 13-15장에 따르면, 사울은 두 번의 중대한 불순종을 통해 하나님의 신임을 잃습니다. 첫째는 사무엘이 오기도 전에 제사를 드렸고, 둘째는 아말렉 진멸 명령을 불순종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사울은 하나님께 부름을 받았지만, 끝내 그 부르심에 응답하지 못한 자로 기억됩니다.

역대기는 이런 사울의 족보를 반복적으로 보여주면서, “출발이 아니라 끝이 중요하다”는 신학적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하나님의 일은 능력이나 외형, 출신이 아니라 ‘순종의 깊이’로 완성됩니다. 역대기의 청중이었던 포로 귀환자들에게 이것은 절실한 교훈이었습니다. 그들도 실패의 역사를 물려받았지만, 이제 순종으로 새 역사를 쓸 기회가 주어졌기 때문입니다.

이는 예수님의 비유—두 아들 중 말로는 순종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결국 순종한 자가 하나님의 뜻을 이루었다는 마태복음 21:28-32—와도 연결됩니다. 겉으로는 순종처럼 보일지라도, 하나님은 중심의 순종을 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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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우리 시대의 교회도 이 원리를 붙들어야 합니다. 외적인 봉사, 직분, 건물이나 규모가 아니라, 하나님 앞에서 실제로 순종하고 있는가가 교회의 생명력을 결정합니다. 사울의 족보는 경고입니다. 하나님의 부르심은 특권이지만, 그 특권을 순종 없이 남용하면 생명력이 사라진다는 사실을 기억하라는 성경의 예언적 메시지입니다.

우리는 사역이나 직분, 능력이 아니라 순종으로 평가받습니다. 오늘날 교회에서 중요한 것은 얼마나 ‘일’을 하느냐보다 얼마나 ‘말씀에 순종’하느냐입니다. 목회자와 성도 모두가 하나님 앞에서 순종하는 태도로 살아갈 때, 하나님은 그 순종을 통해 공동체를 새롭게 하십니다. 복음의 능력은 순종에서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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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둠의 기도

주님, 

우리의 연약함을 아시고도 우리를 부르셔서 

하나님의 백성 삼아주심을 감사합니다.

이름조차 알기 힘든 족보 속 이름들 가운데에도 

주님의 뜻은 흐르고 있었고,

고통과 실패 속에서도 

여전히 회복을 예비하셨습니다.

주님, 

오늘 우리의 현실이 약하고 작고 무의미하게 보여도,

하나님 나라의 족보 속에 반드시 쓰임받는 존재가 되게 하소서.

우리가 주님의 은혜를 의지하며, 말씀에 순종하고,

주님의 가능성을 따라 살아가는 자들 되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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