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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사기 5:19-31 별에서 해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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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전한 신앙이란 승패가 갈린 뒤에 편을 고르는 일이 아니라, 아직 캄캄한 밤에 이미 하나님 편에 서서 해가 돋기를 기다리는 생명 사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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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월의 아침 공기가 제법 서늘해졌습니다. 광양 들녘의 벼는 고개를 숙이기 시작했고, 새벽에 창을 열면 밤새 식은 바람이 먼저 들어옵니다. 해 뜨는 시각이 하루하루 늦어지는 계절, 어둠이 조금씩 길어지는 아침입니다. 그 긴 새벽을 지나 오늘도 말씀 앞에 앉으신 모든 분의 심령 위에 주님의 다사로운 평화가 깃들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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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우리는 드보라의 노래 앞 절반을 읽었습니다. 오늘은 그 노래의 뒷부분입니다. 가만히 보면 이 노래는 밤에서 시작해 아침으로 끝납니다. 별들이 싸우는 장면으로 문을 열고, 해가 힘 있게 돋기를 구하는 기도로 문을 닫습니다. 그 사이에 세 사람이 서 있습니다. 오지 않은 사람, 손을 쓴 사람, 그리고 창가에 앉아 기다린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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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전투 장면입니다. "왕들이 와서 싸울 때에 가나안 왕들이 므깃도 물 가 다아낙에서 싸웠으나 은을 탈취하지 못하였도다"(삿 5:19). 전리품 한 조각 챙기지 못했다는 말은 힘 한 번 써 보지 못하고 무너졌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노래는 곧바로 시선을 하늘로 올립니다. "별들이 하늘에서부터 싸우되 그들이 다니는 길에서 시스라와 싸웠도다"(삿 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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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손 강은 우리가 아는 강이 아니라 건기에는 바닥을 드러내는 마른 내였습니다. 시스라가 철 병거를 그 단단한 바닥에 세워 둔 이유입니다. 그런데 마른 하늘에서 억수가 쏟아졌습니다. 비와 폭풍은 바알이 다스린다고 믿던 땅에서, 정작 비를 내리신 분은 여호와였습니다. 승리는 기손 강가에서 결정된 것이 아니라 이미 하늘에서 결정되어 있었습니다. 땅에서는 그 결정이 드러났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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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 끝나자 노래는 상과 벌을 나눕니다. "여호와의 사자의 말씀에 메로스를 저주하라 너희가 거듭거듭 그 주민들을 저주할 것은 그들이 와서 여호와를 돕지 아니하며"(삿 5:23). 메로스의 죄목이 무엇인지 다시 읽어 보십시오. 우상을 섬겼다는 말도 없고 가나안 편에 붙었다는 말도 없습니다. 그저 오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 침묵에 저주가 세 번 겹쳐 선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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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로스라는 이름은 성경에서 이곳에만 나오고, 그 위치를 아는 사람도 없습니다. 그래서 이 이름은 지도 위의 한 점이 아니라 도울 수 있었는데도 오지 않은 모든 이를 부르는 이름이 되었습니다. 나는 반대하지 않았다는 말로 덮이지 않는 자리가 있습니다. 오늘 아침 이 한 절 앞에 십 분만 더 머물러 보십시오. 묵상은 새로운 지식을 얻는 시간이 아니라, 내가 어디에 서 있었는지를 정직하게 비추어 보는 시간입니다. 그 십 분 사이에 신중이라는 이름으로 앉아 있던 자리가 하나쯤 떠오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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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로스 맞은편에 야엘이 섭니다. "겐 사람 헤벨의 아내 야엘은 다른 여인들보다 복을 받을 것이니"(삿 5:24). 그녀가 손에 쥔 것은 장막 말뚝과 일꾼들의 방망이였습니다. 유목민 여인이 날마다 장막을 치고 걷으며 쥐던 살림의 연장입니다. 하나님 나라의 역사는 대단한 자격이 아니라 지금 내 손에 이미 쥐어져 있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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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세 번째 사람입니다. "시스라의 어머니가 창문을 통하여 바라보며 창살을 통하여 부르짖기를 그의 병거가 어찌하여 더디 오는가"(삿 5:28). 이 장면은 사사기 4장에 없습니다. 드보라가 본 것도 아닙니다. 노래가 지어 넣은 상상의 장면입니다. 우리는 시스라가 이미 장막 바닥에 엎드러진 것을 아는데, 창가의 어머니만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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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스스로를 달랩니다. 노략물을 나누느라 늦는 것이라고, 사람마다 처녀 한둘은 얻었을 것이고 수 놓은 채색 옷도 가져올 것이라고 말입니다. 채색 옷이라는 말이 한 절 안에서 세 번 반복됩니다. 그녀의 마음이 어디에 뿌리내리고 있었는지를 그 반복이 다 말해 줍니다. 무서운 것은 그녀가 악랄해서가 아니라 지극히 평범하기 때문입니다. 자식이 잘되기를 바라지 않는 부모가 어디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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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그 기다림이 무엇을 딛고 서 있느냐에 따라 같은 기다림이 축복이 되기도 하고 헛된 셈이 되기도 합니다. 오늘 우리도 저마다의 창가에 앉아 무언가를 기다립니다. 승진일 수도 있고 자녀의 소식일 수도 있고 형편이 나아지는 기별일 수도 있습니다. 그것들이 나쁜 것이 아닙니다. 다만 그것이 오지 않으면 무너질 자리에 신앙 전체를 세워 두지는 않았는지 물어야 합니다. 말씀은 읽을 때가 아니라 되씹을 때 우리를 그 물음 앞에 세웁니다. 오늘 성경 여백에 두 줄만 적어 보십시오. 나는 지금 무엇이 오기를 기다리는가. 그것이 오지 않아도 나는 여전히 찬양할 수 있는가. 이 두 줄을 나란히 놓는 일이 묵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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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는 마지막으로 하늘을 향합니다. "주를 사랑하는 자들은 해가 힘 있게 돋음 같게 하시옵소서"(삿 5:31). 여기 '힘 있게'는 직역하면 '그의 권능으로'입니다. 그런데 그 '그의'에 해당하는 말이 남성형이어서, 여성형 명사인 해가 아니라 여호와를 가리킵니다. 그러니 이렇게 읽어야 합니다. 여호와께서 그의 권능으로 해를 밀어 올리시듯, 주를 사랑하는 자들도 그의 권능으로 떠오르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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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우리가 빛나는 것은 우리 안에 빛이 있어서가 아닙니다. 해를 밀어 올리시는 그 손이 우리를 밀어 올리시기 때문입니다. 스스로 빛나야 한다는 짐을 내려놓아도 됩니다. 우리가 할 일은 해를 만드는 일이 아니라 해가 뜨는 쪽을 향해 서 있는 일입니다. 오늘 이 문장 하나만 들고 하루를 걸어가 보십시오. 나는 지금 어느 쪽을 향해 서 있는가. 어제 읽은 구절이 오늘 다르게 읽히는 아침이 있습니다. 그 작은 놀라움이 묵상의 기쁨이고, 그 기쁨이 우리를 하루 더 걷게 하는 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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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이 조금씩 길어지는 계절에 여러분을 축복합니다. 밤이 길다고 해가 뜨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별들이 대신 싸워 주는 밤을 지나 해가 힘 있게 돋는 아침까지, 하나님 편에 서서 걸어가는 평화의 순례자가 되시기를 간절히 축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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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길벗_라종렬

유튜브에서 보기

https://youtu.be/Ol9dG-eBT0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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