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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복음 16:16-24 통곡의 밤을 지나 기쁨의 아침으로, 생명을 잉태하는 거룩한 산고(産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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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이란 상실의 두려움 앞에서 절망하며 길을 잃는 것이 아니라, 해산의 고통 너머에 생명의 환희를 예비하신 주님의 약속에 '참여'하며(묵상), 마침내 우리의 슬픔을 찬란한 기쁨으로 바꾸시는 은혜의 신비에 삶을 온전히 내어맡기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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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2026년 3월의 하순에 접어들었습니다. 거리마다 흐드러지게 피어난 봄꽃들이 저마다의 빛깔로 생의 환희를 노래하지만, 이따금 불어오는 시샘 바람은 여전히 옷깃을 여미게 만듭니다. 계절의 교차로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각자의 무거운 삶의 짐을 안고 이 자리에 오신 광양사랑의교회 교우 여러분, 그리고 모호한 현실 속에서 흔들리며 참된 기쁨을 묻고 계신 모든 분께 평화의 주님이 주시는 넉넉한 위로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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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발 딛고 살아가는 이 세상은 늘 명확한 답과 즉각적인 결과를 요구합니다. 눈앞에 보이지 않으면 불안해하고, 손에 쥐어지지 않으면 이내 절망의 심연으로 곤두박질치곤 합니다. 오늘 우리가 마주한 요한복음 16장의 다락방 강화 후반부 역시, 십자가의 짙은 어둠을 앞두고 혼란과 두려움에 휩싸인 제자들의 창백한 민낯을 고스란히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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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은 제자들에게 말씀하십니다. "조금 있으면 너희가 나를 보지 못하겠고 또 조금 있으면 나를 보리라"(요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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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들은 이 ‘조금 있으면’이라는 주님의 시간표를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제자들은 영원히 죽지 않고 로마를 무너뜨릴 강력하고 영광스러운 메시아라는 자신들만의 모범답안을 꽉 쥐고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십자가의 수난과 떠나심이라는 주님의 역설적인 구원 방식을 결코 알아들을 수 없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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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은 웅성거리는 제자들을 향해 기막힌 현실을 예고하십니다. "너희는 곡하고 애통하겠으나 세상은 기뻐하리라 너희는 근심하겠으나 너희 근심이 도리어 기쁨이 되리라"(요 16:20). 세상은 힘과 권력으로 예수를 짓밟았다는 승리감에 도취되어 환호할 것이고, 제자들은 철저한 무력감 속에서 통곡하게 될 것이라는 선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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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주님은 그 슬픔이 마침표가 아님을 분명히 하십니다. 주님은 여인이 해산할 때 겪는 고통의 비유를 드십니다(요 16:21). 산모가 겪는 진통은 뼈가 깎이는 듯한 끔찍한 아픔이지만, 그것은 죽음을 향한 파괴적인 고통이 아니라 새로운 생명을 세상에 내어놓기 위한 창조적이고 거룩한 산고입니다.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 그 모진 고통은 새 생명을 얻은 기쁨으로 인해 깨끗이 잊혀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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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가 아래에서 예수를 조롱하고 침 뱉던 세상의 언어는 영혼을 찢어놓는 차가운 폭력이었지만, "너희 기쁨을 빼앗을 자가 없으리라"(요 16:22)고 약속하시는 주님의 이 말씀은, 절망의 벼랑 끝에 선 영혼을 단숨에 살려내는 펄펄 끓는 생명의 온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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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일 변호사는 꼬여버린 매듭 같은 현실 속에서도 "인간은 자기 삶의 주석자, 해석자가 되어야 한다"고 권면했습니다. 세상은 우리가 흘리는 눈물과 신앙적 좌절을 보며 ‘실패자’라고 조롱할지 모릅니다. 그러나 우리는 십자가의 은총이라는 렌즈를 통해 우리의 슬픔을 새롭게 해석해 내야 합니다. 우리가 세상 속에서 겪는 갈등과 상실감은 무의미한 고통이 아니라, 우리 안에 하나님의 나라가 탄생하기 위해 겪어야만 하는 거룩한 산고(産苦)임을 자각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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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눈부신 은혜의 약속을 우리의 것으로 누리기 위해 절실히 요구되는 것이 바로 참된 ‘묵상’입니다. 『묵상을 다시 생각하다』에서 박영호 교수는 묵상을 가리켜 “방황과 귀환”이라고 통찰했습니다. 시장통에서 엄마 손을 놓친 아이가 길을 잃고 울며 방황하다가도, "엄마 못 찾으면 여기서 만나"라고 약속했던 그 자리로 다시 돌아오는 것처럼, 우리는 삶의 고난 속에서 수없이 길을 잃고 슬퍼하지만, 묵상을 통해 "너희 근심이 기쁨이 되리라"고 언약하신 주님의 말씀이라는 약속의 장소로 끈질기게 귀환하는 것입니다. 나아가 그는 묵상을 “참여”라고 정의합니다. 성경의 문자를 지식으로 분석하는 방관자가 아니라, 십자가의 고통을 뚫고 부활의 아침을 열어젖히신 하나님의 그 거대한 생명 이야기 속에 비루하고 남루한 내 삶의 조각들을 기꺼이 편입시키는 위대한 동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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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혹시 신앙의 길을 걸으며 "내가 이렇게 기도하고 애쓰는데 왜 내 삶의 슬픔은 걷히지 않을까?" 회의하며 우울에 빠진 분이 계십니까? 더 열심을 내지 못하는 자신의 나약함 때문에 자책하며 무거운 의무감에 짓눌려 계시지는 않습니까? 세상 사람들은 저렇게 다들 잘 먹고 잘 사는데, 나만 홀로 좁은 길에서 고립된 것 같아 서러우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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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무언가 대단한 공로를 세워 기쁨을 스스로 쟁취해야 한다는 율법적인 강박을 십자가 앞에 내려놓으십시오. 예수님은 “지금까지는 너희가 내 이름으로 아무 것도 구하지 아니하였으나 구하라 그리하면 받으리니 너희 기쁨이 충만하리라”(요 16:24)고 다정하게 초청하십니다. 주님이 주시는 기쁨은 우리가 완벽해서 주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슬픔에 잠긴 우리의 곁에 찾아오시어 당신의 생명을 값없이 내어주신 주님의 그 맹렬한 은혜를 그저 입을 벌려 받아먹을 때 차오르는 하늘의 선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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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겪는 모든 고난의 밤은 결코 헛되지 않습니다. 그 밤은 부활의 아침을 잉태하고 있는 거룩한 자궁입니다. 이번 한 주간, 절망을 강요하는 세상의 차가운 소음에는 귀를 닫고, 우리의 눈물을 찬란한 기쁨으로 바꾸시는 주님의 약속에 여러분의 영혼을 묵묵히 잇대어 보는(묵상) 복된 광양사랑의교회 성도님들이 되시기를 간절히 축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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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신앙 여정은 차갑고 어두운 흙 속에 파묻힌 ‘알뿌리(구근, 球根)’와 같습니다. 캄캄한 땅속에 갇혀 매서운 겨울 추위를 견뎌야 하는 시간은 알뿌리에게 깊은 슬픔과 단절처럼 느껴집니다. 세상의 눈에는 그저 죽어 묻힌 것처럼 보일지 모릅니다. 그러나 그 혹독하고 막막한 어둠의 시간은 결코 죽음이 아닙니다. 다가올 봄날, 세상에서 가장 찬란하고 향기로운 백합꽃을 피워내기 위해 내면의 생명을 지독하게 밀어 올리는 거룩한 진통의 시간입니다. 내 힘으로 당장 흙을 뚫고 나가려 조급해하는 대신, 우리를 품고 데우시는 주님의 은총 안에 고요히 머무를 때, 우리의 모든 슬픔은 기어코 세상을 놀라게 할 영원한 기쁨의 꽃으로 만개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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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길벗_라종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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