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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복음 15:18-27 세상의 차가운 미움을 가르고 비상하는 은총, 보혜사라는 거룩한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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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이란 우리를 끊임없이 소외시키고 배제하려는 세상의 잣대에 좌절하여 웅크리는 대신, 고난의 한복판으로 찾아오시어 우리를 변호하시는 보혜사 성령의 숨결을 깊이 들이마시며(묵상), 내 힘이 아닌 은혜의 부력으로 날아오르는 경이로운 생명 사건입니다.

*

겨우내 꽁꽁 얼어붙었던 대지의 빗장을 풀고, 메말랐던 나뭇가지마다 생명의 수맥이 약동하여 기어코 연둣빛 새싹들을 밀어 올리는 2026년 3월의 경이로운 봄날입니다. 저마다의 무거운 삶의 짐을 짊어지고 오늘이라는 시간의 강을 건너오신 광양사랑의교회 성도 여러분, 그리고 삶의 짙은 모호함과 신앙의 회의 속에서도 여전히 진리의 빛을 갈망하며 길을 묻고 계신 모든 분께 생명이신 주님의 평화를 전합니다.


우리가 발 딛고 살아가는 이 세상은 참으로 매섭고 혹독합니다.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거나 주류의 흐름에 편승하지 못하면 가차 없이 밀려나는 경쟁과 배제의 논리가 공기처럼 떠다닙니다. 오늘 우리가 마주한 요한복음 15장 후반부의 다락방 강화는, 십자가의 참혹한 죽음을 앞둔 예수님께서 이 척박한 세상 한가운데로 걸어 들어가야 할 제자들에게 들려주시는 비장하면서도 애달픈 경고와 위로를 담고 있습니다.


예수님은 제자들을 향해 단호하게 말씀하십니다. "세상이 너희를 미워하면 너희보다 먼저 나를 미워한 줄을 알라 너희가 세상에 속하였으면 세상이 자기의 것을 사랑할 것이나 너희는 세상에 속한 자가 아니요 도리어 내가 너희를 세상에서 택하였기 때문에 세상이 너희를 미워하느니라"(요 15:18-19).


이 말씀을 들은 제자들의 가슴이 얼마나 서늘해졌을까요? 세상은 언제나 힘의 논리, 자본의 축적, 남을 밟고 일어서는 성공이라는 자기들만의 확고한 ‘모범답안’을 쥐고 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십자가라는 철저한 자기 비움과 희생을 통해 그 세상의 답안지를 산산조각 내셨습니다. 세상의 눈에 긍휼과 사랑, 섬김을 외치는 그리스도인들은 자신들의 견고한 욕망의 성채를 위협하는 불편한 존재이기에 필연적으로 미움과 조롱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세상이 우리를 향해 쏟아내는 평가와 배제의 말들은 영혼을 꽁꽁 얼어붙게 만드는 차가운 얼음장입니다. 그러나 "세상이 너희를 미워할 것"이라는 예수님의 이 서늘한 경고는, 역설적이게도 우리를 겁주려는 것이 아니라 상처 입을 우리를 미리 안아주시려는 가장 뜨거운 '사랑의 온도'를 품고 있습니다. 주님은 "너희가 겪는 그 미움과 소외는 너희가 실패했기 때문이 아니라, 나와 같은 길을 걷고 있다는 영광스러운 증거"라고 우리를 긍정해 주시는 것입니다.


더욱 가슴 벅찬 은혜는 주님이 우리를 세상의 미움 속에 홀로 버려두지 않으신다는 사실입니다. "내가 아버지께로부터 너희에게 보낼 보혜사 곧 아버지께로부터 나오시는 진리의 성령이 오실 때에 그가 나를 증언하실 것이요"(요 15:26).


하나님은 우리가 굳센 영웅이 되어 세상을 주먹으로 쳐부수기를 요구하지 않으십니다. 주님은 우리의 연약함과 두려움을 다 아시기에, 우리의 변호자이자 위로자이신 '보혜사(Paraclete)'를 친히 보내주십니다. 인간이 복잡한 현실 속에서도 무너지지 않기 위해서는 인간은 자기 삶의 주석자, 해석자가 되어야 합니다. 세상이 우리를 미워하고 실패자로 낙인찍을 때, 우리는 세상의 시선으로 나를 해석해서는 안 됩니다. 내 안에 오신 보혜사 성령의 렌즈를 통해 "나는 비록 고난받으나, 하나님의 은총이 가득한 사람입니다"라고 내 삶을 새롭게 해석해 내야 합니다.


이토록 광활한 성령의 은총을 우리 삶의 한복판으로 모셔 들이기 위해 절실히 요청되는 것이 바로 ‘묵상’입니다. 그동안 우리는 묵상을 그저 책상머리에서 좋은 글귀를 찾아내어 교훈을 얻는 것으로 축소해 왔습니다. 그러나 묵상은 “고난 속의 희열”입니다. 묵상은 온실 속의 화초가 부르는 편안한 노래가 아닙니다. 세상의 미움과 일상의 고단함이라는 광야를 걷다가 찢기고 상처 난 영혼을 이끌고 말씀 앞에 엎드릴 때, 나의 상처를 덮으시는 하나님의 압도적인 사랑 안에서 피 흘리면서도 맛보게 되는 형언할 수 없는 기쁨입니다. 


또한 묵상은 “독수리 날개”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세상의 미움과 절망은 중력처럼 우리를 끝없이 무기력의 바닥으로 끌어내리려 합니다. 그러나 묵상이라는 영혼의 날개를 활짝 펼치고 성령께서 불어넣으시는 진리의 바람을 탈 때, 우리는 우리를 짓누르던 세상의 억압을 가볍게 뛰어넘어 하나님의 창공을 향해 비상하게 됩니다.


사랑하는 광양사랑의교회 성도 여러분, 혹시 신앙의 길을 걸으면서 “나는 왜 이리도 세상살이가 고달플까?”, “내 믿음은 세상의 벽 앞에서 왜 이토록 초라하고 무기력할까?” 하며 깊은 회의와 우울에 빠져 계신 분이 있습니까? 세상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혹은 남들처럼 번듯한 헌신을 하지 못해 위축되어 계시지는 않습니까?


이제 내가 무언가를 훌륭하게 해내어 스스로를 증명해야 한다는 율법적인 강박과 무거운 짐을 십자가 앞에 모두 내려놓으십시오. 세상이 우리를 미워하는 것은 우리가 못나서가 아니라 우리가 생명의 주님께 속해 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이 연약하여 흔들릴 때, 곁에 오신 보혜사 성령께서 “네 잘못이 아니다. 내가 너를 끝까지 변호하고 지키겠다”고 다정하게 속삭여 주십니다. 우리의 구원은 우리가 핍박을 뚫고 나갈 만큼 강철 같아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찢긴 우리를 끌어안고 친히 탄식하며 기도하시는 보혜사 성령의 그 맹렬하고도 부드러운 은혜 덕분입니다.


이번 한 주간, 우리를 깎아내리는 세상의 차가운 소음에는 귀를 닫고, 우리를 새롭게 해석해 주시는 성령의 숨결을 묵상으로 깊이 들이마시십시오. 그 은총의 바람에 온 영혼을 맡기고 평안과 자유의 하늘을 비행하는 복된 여러분이 되시기를 간절히 축원합니다.


우리의 신앙 여정은 거센 바람 앞에 서 있는 ‘연(Kite)’과 같습니다. 세상의 미움과 적대감은 연을 땅으로 곤두박질치게 만들려는 매서운 맞바람처럼 우리를 몰아붙입니다. 그러나 연은 바람이 불지 않으면 결코 하늘로 날아오를 수 없습니다. 바람이 거셀수록, 보혜사 성령이라는 흔들리지 않는 '얼레의 끈(은총)'에 우리의 영혼이 단단히 매여 있기만 한다면(묵상), 그 차갑고 적대적인 맞바람은 오히려 우리를 세상 그 어떤 것보다 더 높고 자유로운 생명의 하늘로 밀어 올리는 강력한 '상승기류'가 될 것입니다. 내 힘으로 바람을 이기려 버둥거리지 말고, 우리를 붙들고 계신 주님의 끈에 온전히 몸을 맡길 때 우리는 마침내 고난 속에서도 춤추는 경이로운 비행을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평화의길벗_라종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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