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편 150:1-6 온 우주와 만물의 영원한 대합창 : 호흡 있는 자마다 여호와를 찬양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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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편 150편은 시편 전체 150편의 대미를 장식하는 결론이자 장엄한 송영입니다. 시인은 하나님을 찬양해야 할 장소(성소와 궁창), 찬양의 이유(능하신 행동과 광대하심), 찬양의 방법(각종 악기와 춤), 그리고 찬양의 주체(호흡이 있는 모든 존재)를 열거하며 온 우주적 찬양을 촉구합니다. 특히 10번의 '찬양하라'는 명령은 하나님의 완전함과 찬양의 절대적 중요성을 강조하며, 생명의 근원이신 하나님께 드리는 마땅한 본분을 선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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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경적 배경 : 시편 제5권의 마지막이자 시편 전체의 최종 결론입니다. 146편부터 시작된 '할렐루야 시편'의 절정으로, 시편 1편이 의인의 길을 제시했다면 150편은 그 의인이 도달해야 할 최종 목적인 '찬양'을 제시하며 수미상관을 이룹니다.
# 역사적 배경 : 포로기 이후 성전 재건을 마치고 여호와 신앙이 고조되었던 시기에 경건한 무명 시인에 의해 기록된 것으로 보입니다.
# 문화적 배경 : 나팔, 비파, 수금, 소고, 현악, 퉁소, 제금 등 이스라엘 제사에서 사용된 다양한 악기와 춤이 총동원되어 축제적 예배의 정점을 보여줍니다.
# 신학적 배경 : 하나님은 역사의 주관자이신 동시에 온 우주의 창조주이시며, 인간에게 부여된 '호흡'의 참된 가치는 오직 창조주를 찬양할 때 완성된다는 신학적 확신을 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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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절 하늘과 땅을 아우르는 찬양의 장소
하나님은 온 우주(성소와 궁창)의 중심에서 경배받으시며 어디에나 임재하시는 영광의 본체이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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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할렐루야'로 포문을 열며, '그 성소'에서 하나님을 찬양하고 그의 '권능의 궁창'에서 그를 찬양하라고 명령합니다. 이는 땅의 예배 처소와 하늘의 무한한 공간 모두가 하나님의 영광을 노래하는 현장임을 선포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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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는 일차적으로 땅 위에 있는 하나님의 성전을 의미하며, '궁창'은 하늘의 드넓은 우주적 공간을 뜻합니다. 이는 하나님의 통치가 지상의 가시적인 성소를 넘어 하늘의 무한한 영역까지 미치고 있음을 시각화합니다. 시편 전체에서 13회 사용된 '찬양하라'(할랄)는 단어는 '자랑하다, 빛나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어, 하나님을 세상의 그 무엇보다 귀한 존재로 높이는 행위입니다. 이는 신약 계시록 4-5장에서 하늘 보좌 앞의 천군 천사와 모든 만물이 드리는 우주적 경배와 연결되며, 성도가 드리는 예배가 단순한 지상의 의식을 넘어 하늘의 천상 예배와 맞닿아 있음을 가르쳐줍니다. 이 그림은 어느 한 시점으로 보기 보다 창조 이후 하나님과 인간 그리고 피조물 사이에서는 찬양의 관계 즉 하나님을 경외하며 예배하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 인간과 피조물의 정체성과 본분이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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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우리는 예배의 장소를 교회 건물 안으로만 한정하지 말아야 합니다. 우리의 일상이 이루어지는 모든 공간이 하나님의 '성소'이며, 우리가 바라보는 모든 세계가 '궁창'임을 기억해야 합니다. 오늘날 교회는 세속화된 공간 속에서 하나님의 거룩한 임재를 선포하는 영적 안테나가 되어야 하며, 개인은 직장과 가정의 모든 순간을 하나님을 자랑하는 찬양의 현장으로 일구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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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절 찬양의 근거인 주의 능력과 위엄
하나님은 능하신 행동으로 역사를 주관하시며 측량할 수 없는 위엄을 지니신 절대 주권자이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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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찬양의 구체적인 이유를 두 가지로 제시합니다. 첫째는 하나님의 '능하신 행동'이며, 둘째는 하나님의 '지극히 광대하심'입니다. 이는 하나님의 사역과 성품 모두가 찬양의 제목임을 밝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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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하신 행동'(게부로트)은 하나님이 창조와 구속 역사(출애굽, 바벨론 귀환 등)에서 보여주신 영웅적인 승리와 기적들을 의미합니다. 또한 '지극히 광대하심'은 하나님의 신적 성품이 인간의 이성과 측량을 뛰어넘어 무한함을 뜻합니다. 시인은 찬양이 단순히 인간이 지어낸 감정의 산물이 아니라, 하나님이 행하신 실제적인 역사와 그분의 본질적인 위대함에 근거해야 함을 강조합니다. 이는 사도 바울이 로마서 11:33에서 "깊도다 하나님의 지혜와 지식의 풍성함이여"라고 고백한 것과 맥락을 같이하며, 우리의 찬양이 하나님의 구원 역사에 대한 깊은 묵상에서 비롯되어야 함을 교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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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우리는 막연한 기복을 위해 찬양하기보다, 내 삶에 개입하셨던 하나님의 구체적인 '능하신 일'을 자녀들에게 간증하고 나누어야 합니다. 가정 예배 시 하나님의 성품(인자, 광대, 거룩 등)을 하나씩 주제로 정해 깊이 묵상하고 그에 합당한 찬양을 드리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이는 감정적 만족을 넘어 진리에 뿌리박은 견고한 신앙 공동체를 세우는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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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5절 전 인격과 온갖 악기를 동원한 찬양
하나님은 인생의 모든 감정과 예술적 재능을 통해 가장 열정적이고 다채로운 찬양을 받으시는 분이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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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나팔, 비파, 수금, 소고, 현악, 퉁소, 제금 등 당시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악기를 열거합니다. 심지어 목소리뿐 아니라 '춤'까지 동원하여 하나님을 찬양하라고 촉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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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악기들은 제사장의 나팔부터 레위인의 비파와 수금, 그리고 일반 백성들이 축제 때 사용하는 소고와 춤을 모두 아우릅니다. 여기서 10가지의 악기와 명령이 사용된 것은 '완전한 결론'과 '최상의 헌신'을 상징합니다. 이는 예배가 엄숙한 형식에만 갇히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가진 모든 감각과 예술적 표현을 동원한 '환희의 축제'가 되어야 함을 의미합니다. 신약의 바울이 "시와 찬송과 신령한 노래들로 서로 화답하며"(엡 5:19)라고 권면한 것처럼, 하나님은 우리의 창조적 재능이 하나님 나라의 기쁨을 표현하는 도구로 쓰임 받기를 원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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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신앙생활에서 억눌린 감정이나 무미건조한 의식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음악, 미술, 춤, 기술 등 자신이 가진 달란트를 하나님을 높이는 데 구체적으로 사용하십시오. 사회적으로는 메마른 문화 예술 영역에서 하나님의 아름다움과 생명력을 드러내는 그리스도인 예술가와 창작자들이 많이 세워져야 합니다. '높은 소리 나는 제금'처럼 우리의 삶이 세상 속에서 하나님의 살아계심을 울려 퍼뜨리는 가장 선명한 악기가 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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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절 모든 생명체의 보편적 찬양 의무
하나님은 모든 피조물에게 호흡을 부여하신 생명의 근원이시며 만유의 영원한 경배 대상이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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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시편 전체를 마감하며 "호흡이 있는 자마다 여호와를 찬양할지어다"라고 선언합니다. 이는 찬양의 주체가 인간을 넘어 생명을 가진 모든 존재로 확장됨을 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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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흡'(네샤마)은 창세기 2:7에서 하나님이 인간에게 불어넣으신 생명의 기운을 상기시킵니다. 따라서 호흡이 있다는 것 자체가 창조주께 빚진 상태임을 의미하며, 그 존재 목적은 오직 여호와를 찬양하는 데 있습니다. 만약 인간이 찬양의 사명을 감당하지 못한다면 돌들이 소리 지를 것이라는 예수님의 말씀(눅 19:40)은 이 구절의 신학적 엄중함을 더합니다. 6절은 시편 150편의 마지막이자 시편 전체의 결론으로서, 성도의 시작과 끝이 오직 '할렐루야'에 있음을 확증하는 압축적인 문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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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생명체(호흡이 있는 자)가 찬양의 주체라는 인식은 오늘날 심각한 생태계 위기와 생명 경시 풍조에 경종을 울립니다. 우리는 모든 생명을 하나님의 찬양대원으로 존중하며 보존해야 할 청지기적 사명이 있습니다. 또한, 사회의 가장 낮은 곳에서 숨죽여 흐느끼는 이들도 '호흡'이 있는 한 하나님의 찬양대원임을 기억하고, 그들이 다시 기쁨의 노래를 부를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공동체의 의무입니다. 우리의 마지막 호흡이 다하는 순간까지 '할렐루야'를 고백하는 것이 인생 최고의 성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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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둠의 기도
온 우주의 진정한 왕이신 여호와 하나님,
우리의 비천한 삶의 자리인 성소와 무한한 권능의 궁창에서 주님을 높여 찬양합니다.
주께서 역사 속에 행하신 그 능하신 구원 행적과
측량할 수 없는 광대하신 성품을 인하여 우리의 전 인격이 주님 앞에 엎드립니다.
우리의 입술과 손의 악기, 그리고 우리의 삶에 주신 모든 재능을 통하여
가장 열정적이고 다채로운 찬양의 축제를 주께 올리게 하옵소서.
우리의 호흡이 주님으로부터 왔음을 잊지 않게 하시고,
숨 쉬는 매 순간이 주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노래가 되게 하옵소서.
세상의 소음이 가득한 가운데서도
우리의 영혼이 주를 향한 '새 노래'를 멈추지 않게 하시고,
마침내 온 만물과 더불어 영원한 할렐루야 대합창에 참여하는 복을 누리게 하옵소서.
우리의 호흡이 다하는 그날까지 오직 주님만이
우리의 영원한 찬양의 제목이 되시기를 간절히 소망하며,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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