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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사기 10:1-18 짧아진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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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전한 신앙이란 하나님의 인내가 어디까지인지 재어 보는 셈이 아니라, 나 때문에 먼저 짧아지는 그분의 마음 앞에 정직하게 서 보는 걸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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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삼 학년 때 담임 선생님은 학교에서 무섭기로 소문난 분이셨습니다. 첫 시간에 길쭉한 매를 들고 들어오셔서 그 매가 얼마나 아픈지 한참을 설명하셨습니다. 그런데 한 해를 지내 보니 막무가내로 때리시는 분이 아니었습니다. 오래 참으시다가 정말 필요할 때에만 그 매를 드셨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굳은 얼굴로 교실에 들어오신 선생님이 한쪽에 두셨던 그 매를 찾으셨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보는 앞에서 반으로 꺾어 버리셨습니다. 다시는 매를 들지 않겠다는 한마디와 함께였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지금도 모릅니다. 그 뒤로 선생님이 매를 드시는 모습은 다시 보지 못했습니다. 오늘 이 말씀을 펴 드신 모든 분께 그 꺾인 매 너머의 마음이 조용히 들려오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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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본문에도 다시는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이스라엘은 바알과 아스다롯과 여섯 민족의 신들을 섬기다 암몬에게 열여덟 해를 짓눌렸습니다. 견디다 못해 부르짖었고, 그 고백은 이제까지 사사기에 나온 어떤 고백보다 정확했습니다. 그런데 하나님의 대답은 처음 듣는 말이었습니다. "너희가 나를 버리고 다른 신들을 섬기니 그러므로 내가 다시는 너희를 구원하지 아니하리라"(삿 10:13). 그리고 한마디를 더 얹으십니다. "가서 너희가 택한 신들에게 부르짖어 너희의 환난 때에 그들이 너희를 구원하게 하라"(삿 10:14). 늘 부르짖으면 구원자를 세우시던 분이 이번에는 딴 데 가서 알아보라고 하십니다. 이스라엘은 처음으로 문이 닫히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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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는이라는 말을 원문으로 보면 그 무게가 더 분명해집니다. 이 말의 뿌리는 야사프라는 동사인데, 6절에서 이스라엘이 다시 악을 행하였다고 할 때 쓰인 바로 그 말입니다. 너희가 다시 하였으니 나는 다시는 하지 않겠다는 말씀입니다. 되풀이한 쪽은 백성이었고 멈추신 쪽은 하나님이셨습니다. 이스라엘의 고백도 다시 들여다보게 됩니다. "우리가 우리 하나님을 버리고 바알들을 섬김으로 주께 범죄하였나이다"(삿 10:10). 화자가 6절에서 쓴 버리다와 섬기다를 그대로 가져온 문장입니다. 정확하기에 오히려 걸립니다. 너무 여러 번 해 본 말은 입에 익어서 마음보다 먼저 나옵니다. 하나님은 그 익숙함을 거절하셨습니다. 문을 닫으신 것이 아니라 두드리는 손이 무엇을 바라는지 되물으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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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물음 앞에서 이스라엘의 말이 달라집니다. "우리가 범죄하였사오니 주께서 보시기에 좋은 대로 우리에게 행하시려니와 오직 주께 구하옵나니 오늘 우리를 건져내옵소서"(삿 10:15). 앞의 고백보다 짧고 낮습니다. 무엇을 해 달라고 조건을 걸지 않고 처분을 통째로 맡깁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말에서 멈추지 않습니다. 자기 가운데에서 이방 신들을 제하여 버리고 여호와를 섬겼습니다. 6절에서 섬기지 아니하던 분을 16절에서 섬깁니다. 입에 익은 말 대신 손에 잡히는 행동이 나온 것입니다. 집 안 구석구석에 들여놓았던 신상을 하나씩 들어내는 모습을 떠올려 봅니다. 회개는 그렇게 가진 것을 덜어 내는 일입니다. 그 빈자리가 기도보다 먼저 하나님께 말을 걸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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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16절 끝에 이 문장이 붙습니다. "여호와께서 이스라엘의 곤고로 말미암아 마음에 근심하시니라"(삿 10:16). 원문은 그분의 마음이 짧아졌다는 말입니다. 더는 참을 수 없게 되셨다는 숙어입니다. 이 곤고를 백성의 고통으로 읽으면 자식의 신음을 견디지 못하시는 아버지가 보이고, 되풀이되는 간청으로 읽으면 그 습관이 괴로우신 하나님이 보입니다. 어느 쪽이든 하나님은 우리 형편에 무심한 높은 분이 아니시고, 그 마음은 이 백성에게 묶여 흔들리셨습니다. 학창 시절 무감독 시험에서 반 아이들 거의 모두가 커닝을 했던 날이 떠오릅니다. 우리를 믿었던 선생님은 손바닥으로 볼을 가볍게 치셨을 뿐인데, 제 차례에 너도 그랬니 하고 물으시던 그 얼굴이 매보다 아팠습니다. 호세아는 이 마음을 긍휼이 불붙는다고 했고, 예수께서는 예루살렘을 보며 우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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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이 장면을 값싼 결말로 읽어서는 안 됩니다. 하나님의 마음이 짧아지셨다는 말은 무엇이든 다 받아 주신다는 말이 아닙니다. 다시는이라는 말씀이 먼저 있었고, 그 말씀은 빈말이 아니었습니다. 17-18절은 더 쓸쓸합니다. 암몬이 길르앗에 진을 치자 미스바에 모인 방백들은 하나님께 묻지 않고 서로에게 묻습니다. 누가 먼저 나가서 싸우겠느냐, 그가 머리가 되리라. 사사기 첫 장에서 여호와께 여쭈던 물음이 여기서는 상금이 걸린 공고가 되었습니다. 하나님은 마음이 짧아지셨는데 사람들은 여전히 제 셈을 합니다. 이것이 우리 묵상의 그늘입니다. 은혜를 알았다고 곧바로 달라지지 않습니다. 짧아지신 그 마음을 헤아리는 데에는 평생이 걸립니다. 그래서 이 본문은 위로이면서 동시에 조용한 경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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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옛 선생님들을 떠올린 글 끝에 사랑하는 자식들에게 매를 드는 일이 잦아 미안하다고, 사랑스러운 아버지여야 하겠다고 적어 둔 적이 있습니다. 부모의 자리에 서 보면 오늘 본문이 더 가깝게 읽힙니다. 한국교회는 부르짖는 교회이지만 그 부르짖음이 습관이 되면 하나님은 문을 닫으신 듯 침묵하실 수 있습니다. 광양사랑의교회 성도 여러분, 기도하기 전에 한 가지를 먼저 덜어 내 보십시오. 오늘 내 삶에 자리 잡은 작은 신 하나를 치우는 일입니다. 아침에 말씀을 펴는 이 묵상의 시간도 무엇을 더 얻는 자리이기 전에 무엇을 내려놓는 자리가 되면 좋겠습니다. 그 빈자리에서 우리는 우리 때문에 먼저 짧아지신 마음을 만나게 됩니다. 말씀을 곱씹는 일은 그 마음의 결을 조금씩 배워 가는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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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은 매를 꺾으셨지만 하나님은 우리를 꺾지 않으시고 당신의 마음을 먼저 꺾으셨습니다. 다시는 구원하지 않으리라던 그 말씀 뒤에서 누구보다 오래 아파하신 분이 계셨습니다. 그 마음이 마침내 사람의 몸을 입고 우리 가운데 오셨고, 십자가에서 우리 대신 버림받는 부르짖음을 외치셨습니다. 그러니 두려워하되 절망하지는 마십시오. 우리의 곤고 앞에서 하나님은 오래 버티지 못하시는 분입니다. 오늘 하루 입에 익은 고백이 흘러나오거든 잠시 멈추어 물어보십시오. 그 멈춤이 하루를 붙드는 묵상이 됩니다. 꺾인 매 너머에서 우리를 기다리시는 그 짧아진 마음 안에서, 여러분 모두가 오늘 하루 넉넉한 평안을 누리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간절히 축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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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길벗_라종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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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에서 보기

https://youtu.be/C4yEYQpiys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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