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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복음 21:15-25 비교의 늪을 건너, 나를 향한 다정한 부르심에 닻을 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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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이란 끊임없이 타인과 비교하며 자신의 위치를 가늠하려는 세속의 얄팍한 모범답안을 찢어버리고, 나의 반복된 실패조차 넉넉히 품어 안으시며 "너는 나를 따르라"고 개별적으로 초대하시는 주님의 눈부신 사랑의 이야기 속으로 내 삶을 온전히 편입시키는(묵상) 은총의 사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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흩날리는 벚꽃 잎들이 대지 위에 연분홍 융단을 깔며, 화려한 절정 너머에 있는 조용한 '비움'의 아름다움을 가르쳐 주는 2026년 4월 화창한 봄날입니다. 치열한 생존의 터전에서 남몰래 눈물을 삼키며 오늘이라는 순례의 길을 걷고 계신 광양사랑의교회 교우 여러분, 그리고 내 믿음이 다른 이들보다 초라해 보여 짙은 회의 속에서 길을 묻고 계신 모든 분의 일상에 평화의 주님이 주시는 넉넉한 위로가 깃들기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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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발 딛고 살아가는 이 세상은 끝없는 비교와 경쟁의 쳇바퀴입니다. 남보다 더 많이 소유하고 더 높은 자리에 올라야만 안심하는 강박증이 공기처럼 떠다닙니다. 오늘 우리가 마주한 요한복음 21장 후반부의 풍경은, 그토록 지독한 인간의 비교 의식을 단숨에 끊어내시고 우리 각자를 고유한 은총의 자리로 부르시는 부활하신 주님의 다정한 음성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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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베랴 호숫가에서 제자들을 위해 친히 조반을 지어 먹이신 예수님은, 세 번이나 당신을 부인했던 베드로에게 책임을 추궁하는 대신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요 21:15)라고 세 번 물으시며 그의 무너진 내면을 회복시켜 주십니다. 한동일 변호사는 인생과 신앙을 강독하며, "어쩌면 인간이 신에게 바칠 수 있는 최고의 봉헌물은 '매일 매 순간 결심한 것들에 대한 반복된 실패'일 거라고요"라며 우리의 꺾인 마음을 대변했습니다. 예수님은 실패의 쓴잔을 들이켜고 고개 숙인 베드로에게 완벽한 공로를 요구하지 않으셨습니다. 베드로가 내어놓은 그 남루한 '실패의 봉헌물'을 십자가의 피로 덮으시고, "내 양을 먹이라"는 영광스러운 사명을 새롭게 부여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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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주님은 베드로가 훗날 두 팔을 벌리고 순교하게 될 영광스러운 죽음을 예고하십니다. 그런데 그 장엄한 소명의 순간, 베드로의 시선이 갑자기 곁에 있던 '예수께서 사랑하시는 그 제자(요한)'에게로 향합니다. 그리고 묻습니다. "주님 이 사람은 어떻게 되겠사옵나이까?"(요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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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전까지 우주적인 용서와 은혜를 체험했음에도 불구하고, 베드로는 금세 타인의 운명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자신과 비교하려는 인간 본연의 얄팍함으로 미끄러져 내려갑니다. 송민원 교수는 성경을 읽고 진리를 대할 때 우리가 피 흘리며 싸워야 할 대상이 바로 내 욕망으로 빚어낸 '모범답안'이라고 통찰했습니다. 베드로는 '저 제자는 나보다 더 사랑받으니 더 편안하고 영광스러운 길을 걷지 않을까?' 하는 세속적인 비교와 서열의 모범답안에 갇혀 있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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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과 나를 저울질하며 질투하거나 우월감을 느끼려는 비교의 언어는 영혼을 꽁꽁 얼어붙게 만드는 죽음의 온도입니다. 베드로의 그 서늘한 질문을 향해, 주님은 단호하면서도 가장 뜨거운 생명의 온도를 품은 말씀으로 응수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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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올 때까지 그를 머물게 하고자 할지라도 네게 무슨 상관이냐 너는 나를 따르라"(요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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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은 타인과 나를 비교하며 허비할 시간이 없다고 말씀하십니다. 요한에게는 요한의 길이 있고, 베드로에게는 베드로의 십자가가 있습니다. 하나님 나라에는 획일적인 잣대로 줄을 세우는 경쟁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토록 고유하고 개별적인 주님의 부르심을 일상의 한복판으로 모셔 들이기 위해 우리에게 절실히 요청되는 것이 바로 '묵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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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상의 여정』에서 박대영 목사님은 신앙이란 "둘 중 어느 한 이야기를 선택하여 그 이야기의 일부가 되기로 결심하는 일"이라고 정의합니다. 세상은 오로지 힘을 가진 자만이 대접받는 무한 경쟁의 이야기로 우리를 유혹하지만, 묵상은 그 폭력적인 세계관에서 탈피하여 "너는 나를 따르라"고 부르시는 하나님 나라의 자비로운 이야기 속으로 나의 운명을 기꺼이 내던지는 거룩한 결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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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묵상은 세상의 잣대와 율법주의라는 구습에 젖은 우리 마음에 일어나는 위대한 "혁명"입니다. 타인의 성취를 보며 배 아파하거나 나의 초라함에 절망하던 옛 자아를 십자가에 못 박고, 오직 내게 주어진 오늘이라는 일상 속에 임재하시는 주님의 숨결을 온몸으로 호흡하는 조용하지만 가장 강력한 반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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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광양사랑의교회 성도 여러분, 혹시 신앙의 길을 걷고 교회에 봉사하면서도 "왜 저 사람은 나보다 덜 헌신하는데 더 복을 받는 것 같지?", "내 믿음과 삶의 형편은 왜 남들보다 이토록 뒤처진 걸까?" 하며 깊은 열등감과 회의에 사로잡혀 계신 분이 있습니까? 타인에게 번듯한 신앙의 성취를 증명해 보여야 한다는 강박에 짓눌려 기쁨을 잃어버리셨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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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그 피곤하고 무거운 비교의 저울을 십자가 아래 모두 내려놓으십시오. 주님은 우리가 다른 누군가보다 더 낫기 때문에 구원하신 것이 아닙니다. 비교의 늪에 빠져 "이 사람은 어떻게 됩니까?"라고 묻는 우리의 비루한 시선조차 다정하게 덮어주시며, "네게 무슨 상관이냐, 너는 오직 내 사랑 안에 거하라"고 이끌어 주시는 그 압도적인 은총이 우리를 살게 합니다. 우리의 구원은 경쟁의 승리에 달린 것이 아니라, 허물 많은 우리를 기어코 포기하지 않으시는 하나님의 맹렬한 긍휼에 기대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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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한 주간, 타인의 삶을 곁눈질하며 스스로를 괴롭히던 세상의 모범답안을 미련 없이 찢어버리십시오. 그리고 내게 주어진 일상의 자리에서 "너는 나를 따르라"고 속삭이시는 주님의 사랑의 이야기(묵상)에 온전히 접속하여, 자유롭고도 명랑한 하늘의 평화를 누리시기를 간절히 축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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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신앙 여정은 드넓은 언덕에 피어나는 '들꽃들의 만개(滿開)'와 같습니다. 제비꽃은 곁에 있는 해바라기만큼 키가 크지 않다고 절망하거나 비교하지 않습니다. 민들레는 장미의 화려한 붉은빛을 부러워하며 자신의 노란빛을 부끄러워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저마다 불어오는 바람과 햇살(하나님의 은총)이 자신을 심어둔 바로 그 자리에서, 자기가 품은 고유한 생명력을 터뜨릴 뿐입니다. 남이 어떻게 꽃피우는지 기웃거리려는 헛된 수고를 멈추고, "너는 나를 따르라"시며 내 영혼의 뿌리에 물을 주시는 주님의 개별적인 사랑 안에 고요히 머물 때(묵상), 우리의 삶은 비로소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그리스도의 짙은 향기를 뿜어내는 아름다운 은혜의 정원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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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길벗_라종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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