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가야 05:01-11 성전보다 성결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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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가랴는 여섯 번째와 일곱 번째 환상을 통해, 성전 재건에 앞서 반드시 선행되어야 할 공동체의 ‘정화’(淨化)를 봅니다. 거대한 ‘날아가는 두루마리’는 하나님의 말씀이 심판의 기준이 되어 도둑질과 거짓 맹세 등 공동체 내부의 죄악을 뿌리 뽑을 것을 보여줍니다. 이어서 ‘에바 속의 여인’ 환상은, 단순한 죄의 행위를 넘어 탐욕과 불의로 체계화된 ‘악’ 자체가 공동체에서 분리되어, 그것이 본래 속한 곳이자 숭배받는 곳인 시날 땅(바벨론)으로 추방되는 것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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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절 공동체를 수술하는 말씀의 메스
단락 핵심 주제 : 하나님은 당신의 거룩한 공동체 안에 있는 죄를 결코 방치하지 않으시고, 살아있는 말씀의 권위로 그 죄를 찾아내어 뿌리 뽑으심으로 공동체를 정화하시는 분입니다.
핵심 명제 : 하나님의 말씀은 위로와 생명일 뿐만 아니라, 공동체의 암(癌)을 도려내는 가장 날카롭고 정확한 심판의 기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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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하나님은 어떤 분이신가?
하나님은 당신의 집이 거룩하기를 원하시기에, 죄에 대해서는 한 치의 타협도 없이 공의의 말씀으로 심판하시고, 그 죄의 오염으로부터 당신의 백성을 지켜내시는 외과 의사와 같은 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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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관찰 (Observation)
스가랴는 거대한 두루마리가 하늘을 날아다니는 여섯 번째 환상을 봅니다. 그 크기는 가로 10규빗, 세로 20규빗으로, 성막의 성소(聖所)와 정확히 같은 크기입니다. 펼쳐진 두루마리에는 ‘저주’가 기록되어 있는데, 그 저주는 온 땅에 내리는 것으로서, 구체적으로 “도둑질하는 자”와 “망령되이 맹세하는 자”를 겨냥합니다. 이 저주의 두루마리는 죄인의 집에 들어가, 그 집을 그 나무와 돌까지 완전히 소멸시킬 것이라고 선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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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해석 (Interpretation)
말씀의 권위와 심판의 기준 : 두루마리의 크기가 성소와 같다는 것은, 이 심판의 기준이 바로 하나님의 임재 앞에서 드리는 예배와 삶의 기준, 즉 하나님의 말씀임을 상징합니다. ‘도둑질’(십계명 8계명)은 이웃과의 관계를 파괴하는 모든 죄를 대표하며, ‘거짓 맹세’(3계명)는 하나님과의 관계를 파괴하는 모든 죄를 대표합니다. 이는 율법의 양대 축인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을 모두 파괴하는 행위이며, 언약 공동체의 근간을 흔드는 심각한 범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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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정화의 필연성 : 이 심판은 외부의 적인 ‘뿔’(1장)을 향한 것이 아니라, 공동체 내부의 죄를 향하고 있습니다. 성전을 짓고 외적인 형태를 회복하는 것보다, 공동체 구성원들의 삶 속에 깊이 파고든 죄악을 먼저 청산하는 것이 하나님의 우선순위임을 보여줍니다. 겉모습은 번듯한 집이라도 그 안에 죄가 있다면, 말씀의 저주는 그 집을 기초까지 완전히 ‘소멸’시킬 것입니다. 이는 단순한 징벌을 넘어, 더 큰 오염을 막기 위한 거룩한 수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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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적 의미 : 이는 히브리서 4장 12절의 “하나님의 말씀은 살아 있고 활력이 있어 좌우에 날선 어떤 검보다도 예리하여 혼과 영과 및 관절과 골수를 찔러 쪼개기까지 하며 또 마음의 생각과 뜻을 판단하나니”라는 말씀을 떠올리게 합니다. 공동체는 죄를 덮어두고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운영될 수 없습니다. 진정한 회복은 말씀의 빛 앞에서 죄를 정직하게 드러내고 도려내는 아픔을 통과할 때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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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적용 (Application)
개인 : 오늘 ‘날아가는 두루마리’는 성경 말씀이 되어 내 삶의 곳곳을 날아다닙니다. 내 삶에는 남들이 모르는 ‘도둑질’(재물의 정직성, 시간 관리, 타인의 명예)이나 ‘거짓 맹세’(지키지 않는 약속, 위선적인 신앙고백)는 없습니까? 말씀의 빛이 내 삶의 어두운 구석을 비출 때, 아프더라도 그것을 도려내고 회개하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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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와 사회 : 교회는 죄에 대해 무감각해지기 쉽습니다. 성도의 거룩한 삶보다 교회의 성장과 안정을 우선시할 때, 두루마리의 저주는 바로 그 교회 공동체를 향하게 됩니다. 교회는 세상의 죄를 지적하기 전에, 먼저 우리 안의 불의와 위선을 말씀의 기준으로 정결하게 하는 일을 두려워해서는 안 됩니다. 성전보다 성결이 우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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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11절 악의 본질을 분리하고 추방하다.
단락 핵심 주제 : 하나님은 개인의 죄의 행위를 넘어, 사회 전체를 병들게 하는 구조적이고 체계적인 악(惡)의 본질을 간파하시고, 그것을 거룩한 공동체로부터 완전히 분리하여 본래의 자리로 추방하시는 분입니다.
핵심 명제 : 성결은 단순히 죄를 짓지 않는 소극적 상태가 아니라, 세상의 악한 시스템(바벨론)을 거부하고 그것을 삶에서 완전히 추방하는 적극적인 분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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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하나님은 어떤 분이신가?
하나님은 죄의 현상뿐 아니라 그 뿌리와 본질까지 꿰뚫어 보시며, 당신의 거룩한 땅이 악의 시스템에 의해 오염되는 것을 용납하지 않으시고, 모든 것을 제자리에 돌려놓으시는 질서의 하나님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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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관찰 (Observation)
일곱 번째 환상에서 스가랴는 ‘에바’(곡물의 양을 재는 큰 광주리)를 봅니다. 천사는 이것이 “온 땅에 있는 그들의 형상(죄악)”이라고 설명합니다. 그 에바 안에는 한 여인이 앉아 있는데, 천사는 그녀를 “악”이라고 부릅니다. 천사는 그 여인을 에바 속으로 밀어 넣고 무거운 납 조각 뚜껑으로 닫아 봉인해 버립니다. 이어서 학의 날개 같은 날개를 가진 두 여인이 나타나 그 에바를 들고 ‘시날 땅’으로 날아갑니다. 그곳에서 그 악을 위한 ‘집’(신전)이 건축될 것이고, 그 악은 자기 처소에 놓여 숭배받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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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해석 (Interpretation)
에바와 악의 시스템 : ‘에바’는 당시 경제 활동의 중심 도구였습니다. 이는 이 환상이 개인의 윤리를 넘어, 사회 전체의 경제 시스템과 일상에 깊이 스며든 탐욕과 불의를 다루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두루마리가 개별 죄인을 심판했다면, 에바 속 여인은 그 모든 죄의 근원이 되는 ‘악의 원리’ 그 자체, 즉 체계화된 악(Systemic Evil)을 의인화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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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리와 추방 : 하나님은 이 ‘악’을 그 자리에서 파괴하지 않으십니다. 대신, 납 뚜껑으로 완전히 ‘격리’하여 더 이상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게 하신 후, 거룩한 땅에서 ‘추방’하십니다. 성결이란 이처럼 악의 원리를 내 삶과 공동체로부터 철저히 분리하여 밀어내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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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날 땅(바벨론)의 신전 : 환상의 종착지는 충격적입니다. 시날은 인간의 교만이 하늘에 닿으려 했던 바벨탑의 땅(창 11장)이며, 성경 전체에서 하나님을 대적하는 세상 시스템의 상징입니다. 그런데 그곳에서 ‘악’은 벌받는 것이 아니라, ‘집’(신전)을 얻고 숭배의 대상이 됩니다. 이는 세상의 본질에 대한 무서운 통찰입니다. 하나님이 당신의 땅에서 추방하신 바로 그 ‘악’(탐욕, 권력욕, 이기심)을 세상은 ‘성공’, ‘지혜’, ‘힘’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하여 신전(가치 체계)을 짓고 숭배한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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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적 의미 : 성도와 교회는 ‘시온’에 속한 자들입니다. 우리의 영적 주소는 예루살렘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바벨론’의 문화 속에서 살아갑니다. 이 환상은 우리에게 영적 주소를 분명히 하라고 요구합니다. 당신은 지금 어디에 집을 짓고 있는가? 하나님을 예배하는 시온인가, 아니면 ‘악’을 숭배하는 시날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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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적용 (Application)
개인 : 우리는 종종 죄를 완전히 버리지 못하고, 마음 한구석 에바에 담아 납 뚜껑으로 덮어둔 채 살아갑니다. ‘이 정도는 괜찮겠지’ 하며 타협한 죄, 세상의 방식이 더 유익해 보여 포기하지 못한 가치관이 바로 내 안의 ‘에바 속 여인’입니다. 하나님은 그것을 완전히 들어내어 시날 땅으로 추방하라고 명령하십니다. 내 안에 악을 위한 작은 신전이라도 남아 있다면, 나는 여전히 바벨론에 속한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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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와 사회 : 교회는 세상의 성공 신화와 물질주의(시날의 신전)가 얼마나 교묘하게 강단과 성도들의 삶에 침투해 있는지를 분별해야 합니다. 교회의 본질은 건물을 짓는 데 있지 않고, 공동체 안에서 ‘악’을 추방하고 거룩을 회복하는 데 있습니다. 세상이 숭배하는 가치들을 비판 없이 받아들이는 순간, 교회는 시온이 아닌 바벨론의 식민지가 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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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둠의 기도
거룩하시고 공의로우신 하나님,
오늘도 살아있는 말씀의 두루마리를
저희 삶과 공동체 가운데 날려 보내 주시옵소서.
저희의 숨겨진 죄악과 불의를 드러내시고,
아프더라도 그 말씀의 칼로 깨끗하게 수술하여 주옵소서.
성전을 세우기 전에 먼저 성결한 삶을 세우는 지혜를 허락하여 주시옵소서.
저희 안에 웅크리고 있는 ‘악’의 실체를 보게 하시고,
세상의 가치관과 시스템을 무분별하게 따르던 어리석음을 용서하여 주옵소서.
내 안에 ‘악’을 위해 지어놓은 모든 신전을 허물고,
오직 주님만이 경배받으시는 거룩한 처소가 되게 하여 주시옵소서.
시날 땅이 아닌 시온에 소망을 두며 살아가는,
주님의 진정한 백성이 되게 하여 주옵소서.
우리의 죄를 지시고 십자가에서 모든 저주를 담당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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