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복음 7:1-13 사람들의 불신과 세상의 미움 속에서도 오직 아버지의 '때'와 방식에 순종하시는 참된 증언자 예수 그리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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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 사람들이 자신을 죽이려 함을 아신 예수님은 유대 지방을 피하여 갈릴리에 머무십니다. 유대인의 명절인 초막절이 다가오자, 예수님의 형제들은 "자신을 세상에 드러내라"며 유대로 올라갈 것을 종용합니다. 이는 형제들조차 예수님을 온전히 믿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에 예수님은 자신의 '때'가 아직 이르지 않았음을 밝히시며 세상이 자신을 미워하는 이유는 자신이 세상의 악한 일들을 증언하기 때문이라고 말씀하십니다. 형제들이 먼저 올라간 후, 예수님은 사람들의 눈을 피해 은밀히 명절에 올라가십니다. 무리들 사이에서는 예수님에 대해 좋은 사람인지 무리를 미혹하는 자인지 수군거림이 일어났으나, 유대 당국자들을 두려워하여 드러내놓고 말하는 자가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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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문화적 배경 : 본문의 배경이 되는 '초막절'은 유대인의 3대 명절 중 하나로, 가을 추수를 감사하며 과거 이스라엘 백성들이 광야에서 장막(초막)을 치고 지냈던 하나님의 은혜를 기억하는 축제입니다. 이 시기에는 수많은 순례객이 예루살렘으로 몰려들었기에, 이름을 떨치고 영향력을 행사하기에 가장 좋은 정치적·사회적 무대였습니다.

# 신학적·철학적 배경 : 요한복음에서 매우 중요한 신학적 주제인 '때(호라, ὥρα)'가 등장합니다. 예수님의 시간은 세상 사람들이 명예와 권력을 얻기 위해 조급하게 움직이는 크로노스(물리적 시간)가 아니라, 철저히 하나님의 구속 사역과 십자가의 영광에 맞춰진 카이로스(하나님의 주권적 시간)입니다. 또한 본문은 '표적'을 보며 세상적 성공을 기대하는 인간의 욕망과, 십자가의 고난을 향해 가시는 하나님의 뜻 사이의 철학적·영적 충돌을 보여줍니다.

# 오늘 우리가 함께 나눌 요한복음 7장 전반부의 말씀은, 세상의 환호와 갈채를 뒤로하고 오직 하나님 아버지가 정하신 '때'를 묵묵히 기다리며 걸어가신 예수님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 말씀을 통해 세상의 기준에 흔들리지 않고 참된 평안과 진리 안으로 나아가는 복된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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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절 형제들의 불신과 세상적 요구 : 인간의 헛된 영광과 과시의 유혹을 물리치시고, 묵묵히 십자가의 사명을 준비하시는 성자 하나님.

예수님은 자신을 죽이려는 유대인들을 피하여 갈릴리를 두루 다니십니다. 초막절이 다가오자, 예수님의 형제들은 예수님께 갈릴리를 떠나 유대로 가서 제자들에게 행하는 일(기적)을 보여주라고 권합니다. 그들은 "알려지기를 바라면서 숨어서 일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자기를 세상에 드러내십시오"라고 말합니다. 요한은 예수의 형제들조차도 예수를 믿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폭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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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들의 요구는 지극히 상식적이고 세상적인 마케팅 전략이었습니다. 큰 무대(예루살렘)에서 능력을 과시하여 대중의 지지를 얻으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들은 예수님을 '하나님의 아들'이 아니라 성공해야 할 '인간 영웅'으로 육체를 따라 판단했습니다. '세상에 드러내라'는 유혹은 광야에서 사탄이 "성전 꼭대기에서 뛰어내려 너를 증명하라"고 했던 시험과 같은 맥락입니다. 눈에 보이는 성과와 표적에만 집착하는 것은 참된 믿음이 아닙니다. 예수님은 세상의 인기와 영광을 위해 이 땅에 오신 분이 아니기에, 혈육의 정이나 인간적인 압박에 요동하지 않으십니다. 참된 그리스도의 길은 헛된 영광을 취하는 것이 아니라, 아버지의 뜻에 자기를 비우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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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세상의 기준에 맞추어 나 자신을 더 '드러내고' 싶고, 더 높은 자리에 올라 능력을 '과시'하고 싶은 유혹에 빠지지 않습니까? 자녀들이 세상에서 화려하게 성공하여 내 이름을 높여주기를 바라는 조급함이 우리 안에 도사리고 있지는 않은지요. 형제들의 불신앙은 오늘날 눈에 보이는 결과물로 신앙의 성공을 증명하려는 우리의 모습과 닮아 있습니다. 예수님은 그러한 헛된 명예의 사다리에서 내려오라고 하십니다. 직장과 가정에서 나를 증명하려는 안달을 내려놓고, 묵묵히 주님이 맡기신 일상의 십자가를 지는 겸손을 배우시기를 축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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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9절 하나님의 때와 세상의 미움 : 세상의 악을 책망하시며, 조급한 인간의 시간표가 아닌 오직 아버지께서 정하신 거룩한 '때'에 철저히 순종하시는 주권자 하나님.

예수님은 형제들에게 "내 때는 아직 오지 않았다. 그러나 너희의 때는 언제나 마련되어 있다"라고 대답하십니다. 또한, "세상이 너희를 미워할 수 없다. 그러나 세상은 나를 미워한다. 그것은 내가 세상을 보고서 그 하는 일들이 악하다고 증언하기 때문이다"라고 말씀하시며 형제들만 먼저 명절에 올라가라고 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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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내 때(카이로스)'는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못 박히시고 부활하심으로 영광을 받으실 결정적인 구속의 시간을 의미합니다. 반면 '너희의 때'는 언제든지 자기 뜻대로 움직일 수 있는 세속적인 시간을 뜻합니다. 예수님은 철저히 아버지 하나님의 시간표에 자신의 삶을 동기화하셨습니다. 예수께서 세상의 미움을 받는 이유는, 타협하지 않고 세상의 악을 악하다고 빛 가운데 폭로하셨기 때문입니다. 세상에 속한 형제들은 세상의 가치관과 동화되어 있기에 세상의 미움을 받지 않습니다. 하나님께 속한 자는 세상과 평화롭게 타협하는 자가 아니라, 진리를 증언함으로 세상과 거룩한 긴장을 겪는 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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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급함은 불신앙의 또 다른 이름입니다. 내 뜻대로 사업이 풀리지 않고, 기도의 응답이 지연될 때 우리는 "지금 당장" 해결해 달라고 하나님을 재촉합니다. 그러나 주님은 "경솔하지도, 무모하지도 않으셨고, 철저히 하나님의 때를 기다리셨습니다". 하나님의 때가 가장 완벽한 때임을 신뢰하십시오. 또한, 신앙생활을 하면서 직장에서나 이웃 사이에서 아무런 영적 마찰이나 갈등이 없다면 나의 소속을 점검해 보아야 합니다. 적당히 세상의 방식(불법, 이기주의, 험담)과 타협하고 있기에 세상이 나를 편하게 여기는 것은 아닌지요? 진리이신 예수님을 따르면 세상의 방식과 부딪히는 고독함이 찾아옵니다. 그 거룩한 긴장감을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를 구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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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13절 은밀한 등반과 세상의 수군거림 : 두려움과 맹목적인 오해에 갇힌 세상 한가운데로 찾아가사, 참된 믿음의 결단을 촉구하시는 생명의 하나님.

형제들이 떠난 후, 예수님도 명절을 지키러 올라가시되 세상에 드러내지 않고 숨어서 조용히 가십니다. 명절에 유대인들이 예수를 찾으며 무리들 사이에서는 "그는 좋은 사람이다", "아니다, 무리를 미혹하는 자다"라며 수군거림이 일어납니다. 그러나 유대 당국자들을 두려워하여 아무도 예수님에 대해 드러내놓고 말하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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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이 은밀하게 올라가신 것은 형제들의 '과시적 방식'을 거절하신 것이지, 명절의 사명을 회피하신 것이 아닙니다. 예루살렘에는 예수님에 대한 상반된 여론이 팽팽했습니다. 진리이신 그리스도가 눈앞에 있음에도, 믿음의 눈을 닫아 버리면 진리는 감춰진 것이 되어 버립니다. 무리들은 예수님에 대한 진실을 탐구하기보다, 종교 권력자(유대인들)들의 눈치를 보며 수군거리기만 했습니다. 핍박과 불이익이 두려워 진리를 외면하는 비겁한 군중의 모습입니다. "신앙은 있었지만 그것을 밝히 고백하지 못했던 자들의 상당수가 나중에는 결국 '십자가에 못 박으라'고 외치는 자들로 변했던 것입니다". 참된 신앙은 세상의 두려움을 뚫고 진리를 입술과 삶으로 시인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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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리를 알고 믿으면서도 세상의 눈치가 보여 침묵하고 있지는 않습니까? "혹시 내가 교회 다닌다고 하면, 직장에서 승진에 불이익을 당하지는 않을까?", "동료들과의 술자리나 모임에서 튀는 사람으로 취급받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에 신앙을 숨기는 '은닉된 그리스도인'으로 살고 있지는 않습니까? 예수님은 우리를 구원하시기 위해 십자가의 수치를 온몸으로 드러내셨습니다. 세상의 여론이나 직장 상사의 눈치보다, 생명의 주관자이신 하나님을 더 두려워하십시오. 신앙은 드러내야 합니다. 이번 한 주간, 여러분이 머무는 삶의 자리에서 내가 그리스도인임을 정직하게 드러내고, 진리의 편에 서는 결단이 있기를 사랑으로 독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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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둠의 기도

사랑과 긍휼이 풍성하신 하나님 아버지, 

인간의 조급함과 헛된 영광을 구하는 우리의 본성을 

십자가 앞에 내려놓습니다. 

세상의 인정과 갈채를 받기 위해 발버둥 치며, 

나의 계획과 시간표대로 하나님을 움직이려 했던 

어리석음을 용서하여 주시옵소서. 

인간적인 유혹과 세상의 미움 속에서도 

오직 아버지의 '때'를 기다리며 묵묵히 십자가의 길을 걸어가신 

예수님을 닮게 하여 주시옵소서.

치열한 삶의 현장에서, 

세상의 불의와 타협하지 않는 

거룩한 용기를 허락하여 주시옵소서. 

사람들의 시선과 세상의 불이익이 두려워 

신앙을 숨기는 수군거리는 무리가 되지 않게 하시고, 

빛이신 진리 앞에 당당히 서서 

나의 주님을 드러내는 증인으로 살게 하옵소서. 

우리 교회 성도들의 가정과 일터 위에, 

세상이 줄 수 없는 하나님의 평강과 때를 분별하는 

지혜를 충만하게 부어 주시옵소서. 

영원한 생명이시며 우리의 참된 길이 되시는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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