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하 25:14-28 승리 후의 교만과 배역, 그리고 공의로운 심판의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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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다 왕 아마샤는 에돔과의 전쟁에서 하나님의 도우심으로 승리했으나, 전쟁 직후 피정복민인 에돔의 우상들을 가져와 자기 신으로 섬기며 절하고 분향했습니다. 하나님께서 진노하시어 선지자를 보내 책망하셨지만, 아마샤는 회개 대신 선지자를 위협하며 하나님의 말씀을 거부했습니다. 이 교만과 불순종의 결과로 하나님은 아마샤를 멸하시기로 결정하셨고, 아마샤는 이스라엘 왕 요아스에게 경멸적인 선전포고를 합니다. 요아스의 조롱적인 경고(가시나무 비유)에도 불구하고, 하나님께로 말미암은(하나님의 뜻) 까닭에 전쟁을 강행한 아마샤는 벧세메스에서 대패하고 포로로 잡혔습니다. 요아스는 예루살렘 성벽 일부를 헐고 성전과 궁궐의 보물을 약탈했습니다. 아마샤는 요아스 사후 15년을 더 살았으나, 그가 여호와를 버린 후 예루살렘에서 반역을 당해 라기스로 도망쳤고, 그곳에서 암살당하는 비참한 최후를 맞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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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16절 은혜를 잊은 왕의 배역과 신뢰의 시험
하나님은 당신의 기이한 능력으로 구원을 베푸시면서도, 그 구원받은 백성이 오직 당신만을 전심으로 섬기기를 요구하시며, 당신의 은혜를 잊고 패배한 세상의 우상을 숭배할 때 진노하시는 질투하시는 하나님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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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샤는 에돔 사람들을 성공적으로 죽이고 돌아왔을 때, 그들의 신들을 가져와 자기의 신으로 세우고 그것들 앞에 절하며 분향했습니다. 이에 여호와께서 아마샤에게 진노하시어 한 선지자를 보내 왕을 책망하셨습니다. 선지자는 "저 백성이 자기 백성도 구원하지 못하였거늘 네가 어찌하여 그 신들에게 구하느냐"고 질책했습니다. 그러나 아마샤는 회개하기는커녕 "네가 왕의 모사(謀士)가 되려 하느냐"고 위협하며 선지자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선지자는 왕이 자신의 말을 듣지 않은 까닭에 하나님이 왕을 멸하시기로 결정하셨다고 선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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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돔과의 전쟁에서 승리를 거둔 것은 분명 아마샤가 선지자의 경고(용병 돌려보냄)를 따른 순종의 결과였습니다. 그러나 승리 후 아마샤는 교만에 사로잡혀 하나님의 축복을 자신의 힘으로 착각했습니다. 에돔의 신들을 숭배한 행위는 단순히 종교적 타락을 넘어, 하나님의 승리를 가로채고 그 영광을 자기 백성조차 구원하지 못한 무능한 우상에게 돌린 배신(背信) 행위였습니다. 역대기 사가에게 이는 하나님께 대한 중죄였습니다.
하나님의 진노는 예언자(하나님의 사람)를 통해 경고로 나타났습니다. 선지자의 질문은 우상숭배의 비합리성(irrationality)을 논리적으로 폭로합니다. 하지만 아마샤는 이 진리의 목소리를 '권위의 침해'(왕의 모사)로 간주하며 위협했습니다. 이는 하나님보다 인간의 권위를 높이는 순간, 지도자가 양심과 이성마저 마비시켜 진리를 외면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하나님의 진노는 왕을 멸하겠다는 냉혹한 선언으로 이어집니다. 이 선언은 단지 심판을 예고하는 것이 아니라, 회개를 통해 돌이키기를 바라시는 하나님의 마지막 사랑의 경고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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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삶의 영역에서 성공과 형통을 경험했을 때, 그 축복의 근원을 나의 능력이나 노력으로 착각하고 있지 않은지 경계해야 합니다. 이 시대의 '에돔 신'은 우리가 정복했다고 생각하는 세속적인 성공, 물질, 명예 등일 수 있습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승리 후 오히려 패배한 세상의 가치관(우상)을 마음의 성소에 들이는 혼합주의적 신앙의 죄를 범하지 않도록 스스로를 지켜야 합니다. 가정과 공동체의 지도자는 진리의 목소리(말씀, 양심)가 자신의 권위나 체면을 해친다고 여겨 이를 억압하거나 듣지 않는 만용을 부려서는 안 됩니다. 참된 경청은 곧 하나님과의 관계 회복의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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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24절 교만으로 부른 전쟁과 섭리적 징벌
하나님은 인간의 죄에 대한 심판을 위해, 악인의 교만과 오판을 사용하시며, 심지어 정치적 사건을 통해서도 언약을 저버린 백성들을 징벌하시는 역사의 주권자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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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돔 정복 성공으로 교만에 취한 아마샤는 유다의 참모들과 의논한 후, 북이스라엘 왕 요아스에게 대결을 청하는 선전포고를 했습니다. 요아스는 아마샤의 도전을 가시나무가 백향목에게 혼인을 청한 것에 풍자하며 이를 만용으로 조롱했지만, 아마샤는 듣지 않았습니다. 역대기 사가는 아마샤가 요아스의 조언을 거부한 것은 "하나님께로 말미암았기 때문"이라고 선언했습니다. 이는 아마샤가 에돔 신들에게 구하였으므로, 하나님께서 그를 대적의 손에 넘기려 하심이었습니다. 유다 군대는 벧세메스에서 이스라엘에게 대패했고, 아마샤는 포로로 잡혔습니다. 이스라엘 군대는 예루살렘 성벽 400규빗을 헐고, 성전 안의 금과 은과 기구 (오벧에돔의 자손들이 지키던 창고)를 약탈했으며, 볼모를 잡아 사마리아로 돌아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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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돔의 승리 이후 아마샤는 하나님을 신뢰하지 않고 자기의 힘을 과신했고, 이것이 곧 오만이었습니다. 교만은 지도자의 판단력을 마비시켜 합리적인 경고(요아스의 가시나무 비유)를 무시하게 만듭니다. 요아스가 보낸 풍자적인 답신은 아마샤의 주제 파악을 못한 만용을 지적한 것입니다.
아마샤가 전쟁에 패한 궁극적인 원인은 그의 군사 작전 실패가 아니라 우상숭배와 하나님 말씀을 거부한 죄였습니다. 역대기 사가는 아마샤의 오판조차 '여호와께로 말미암았음'을 명시하여, 인간의 정치적, 군사적 행위마저도 하나님의 심판을 집행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주권적인 섭리를 강조합니다. 이 사건은 다윗의 등불 언약을 받은 유다라 할지라도, 하나님을 버리면 패배와 약탈이라는 징계를 피할 수 없음을 보여줍니다. 특히 성전 금은이 약탈당한 것은 하나님의 영광이 왕의 불신앙으로 인해 모욕당했음을 의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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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인은 세상을 바라볼 때, 교만은 패망의 선봉임을 기억해야 합니다 (잠 16:18). 우리가 아무리 큰 군대나 많은 재물을 가졌더라도, 하나님을 떠나면 적은 무리에게 패배할 수 있음을 인정해야 합니다. 우리는 리더의 오만이 공동체 전체를 재난으로 몰고 갈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스스로 겸손한 감사를 훈련하며 오판을 피해야 합니다.
오늘날 교회와 사회 지도자들은 단기적인 정치적 승리나 경제적 이익을 위해 하나님을 찾는 것을 거부하고 인간적인 힘을 의지할 때, 결국 하나님께서 붙여주신 협력자(앗수르)마저도 도리어 공격하는 도구로 변할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합니다. 우리의 모든 상황은 하나님의 주권적 통치 아래 있음을 확신하고,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하나님과의 관계 회복을 최우선 목표로 삼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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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28절 은혜를 잊은 왕의 비참한 최후
하나님은 당신의 말씀을 거부하고 배역하는 자에게는 마땅한 비참한 종말을 허락하시어 그가 쌓은 모든 업적과 명예를 거두시지만, 이 모든 기록을 통해 후대에 회개의 기회를 주시는 공의로운 심판자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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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샤는 이스라엘 왕 요아스가 죽은 후에도 15년 동안 더 생존했습니다. 그러나 그가 여호와께로부터 돌아서서 여호와를 버린 후, 예루살렘에서 무리들이 반역(謀叛)을 꾀했습니다. 아마샤는 반역을 피해 라기스로 도망쳤으나, 반역자들이 사람을 보내어 그를 거기서 죽였습니다. 그의 시신은 말에 실려 예루살렘으로 이송되었고, 그의 조상들과 함께 유다 성읍에 장사되었습니다. 역대기 기자는 아마샤의 이 후기 행적이 형통했을 때 하나님을 버리고 그 말씀을 무시한 자의 징벌을 보여준다고 평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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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샤의 후반 15년 생존은 도망과 불안으로 점철된 시간이었을 것입니다. 그의 아버지 요아스처럼, 아마샤 역시 하나님과의 언약 관계를 잃자 곧바로 인간적인 음모와 반역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역대기 저자는 이 음모의 동기를 실패한 군사 작전(이스라엘과의 전쟁) 탓으로 돌리지 않고, 그의 우상숭배와 하나님 말씀에 대한 거부와 연결지었습니다. 이는 신앙적인 배역이 그의 정치적 몰락의 궁극적인 원인임을 강조합니다.
아마샤는 왕들의 묘실에 들어가지 못하고 유다 성읍(혹은 다윗 성)에 장사되는 것으로 기록되는데, 이는 악한 왕들의 일반적인 운명이며, 비록 초기에 정직한 행위가 있었더라도, 나중에 하나님을 떠나면 반드시 심판을 받게 된다는 역대기의 교훈을 재확인합니다 (겔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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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끝까지 순종'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초기의 선한 업적이나 은혜로운 경험에 안주하거나 그것을 믿고 타락한다면, 결국 비참하고 수치스러운 말로를 겪을 수 있음을 이 역사를 통해 기억해야 합니다. 우리의 신앙 여정은 단거리 경주가 아닌 평생의 순종을 요구합니다.
개인은 자신의 삶의 마무리가 하나님께 영광이 되기를 소망하며, 매 순간 겸손하게 순종하는 삶을 평생 유지해야 합니다. 교회는 성도들에게 형통했을 때 하나님을 더욱 찬송하고 섬길 것을 권면하며, 외적인 성공보다는 하나님 앞에서 삶을 어떻게 살았는지 그 신분과 소유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 영적인 가치관을 가르쳐야 합니다. 세상의 권력이 일시적임을 깨닫고, 영원하신 하나님의 통치를 소망하며 살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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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둠의 기도
은혜와 진노 가운데서도 당신의 공의를 이루시는 하나님 아버지,
저희가 베푸신 구원의 은혜를 망각하고
세상의 허망한 우상(성공과 재물)을 숭배했던
아마샤의 죄를 용서하여 주옵소서.
승리의 기쁨 속에서도 마음이 교만해져서
참된 경고의 말씀을 거부했던 어리석음을 통회하오니,
저희에게 겸손히 진리를 경청하는 마음을 허락해 주옵소서.
저희의 삶의 모든 고난과 심판의 순간조차
주님의 주권적인 섭리 아래 있음을 인정하고,
그 안에서 회개의 기회를 붙잡는 영적 분별력을 주시옵소서.
왕 같은 제사장으로 부름받은 저희가 초기의 열심뿐 아니라,
마지막 순간까지 온전한 마음으로 주님께 순종하며
거룩한 백성으로 합당하게 살게 하옵소서.
하나님의 말씀을 무시하고 세상의 힘을 의지하는 유혹을 이겨내고,
참된 명예는 주님께 인정받는 삶에 있음을 확신하게 하소서.
저희의 삶이 끝났을 때 세상의 평판이 아닌,
주님의 선한 평가를 받는 복된 인생이 되기를 간절히 원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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