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라 10:01-08 기도의 자리에서 일어난 공동체의 각성과 개혁을 위한 용기 있는 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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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라가 성전 앞에 엎드려 기도하며 통곡하자, 이스라엘 백성, 특히 많은 남녀와 어린아이들이 그 주변에 모여 슬피 울며 회개에 동참했습니다. 이때 엘람 자손 스가냐가 나서서 백성의 죄를 인정하면서도, 아직 이스라엘에게 희망이 있다고 선언하며, 율법대로 이방인 아내와 자녀를 내보내기로 하나님 앞에서 언약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이 격려에 힘입어 에스라는 지도자들에게 이 결단을 이행하겠다는 맹세를 요구했고, 그들은 맹세했습니다. 이후 에스라는 밥도 물도 끊고 금식하며 죄를 슬퍼하는 가운데, 포로에서 돌아온 모든 백성을 사흘 안에 예루살렘으로 소집하는 공포령을 내렸습니다. 이 명령에 불응하는 자에게는 재산 몰수와 공동체 추방이라는 엄중한 처벌이 따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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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절 통곡하는 백성과 희망을 선포하는 조력자 : 참된 회개를 통해 싹트는 희망과 실천적 결단
하나님은 지도자의 진실한 고통과 백성의 통곡 가운데 응답하시어,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보게 하시고 구체적인 순종의 길을 열어주시는 회복의 주인이십니다.
하나님은 당신의 거룩한 말씀 앞에 겸비하여 울며 회개하는 백성의 눈물을 결코 외면하지 않으시고, 그들에게 용기를 북돋아 주시며 개혁의 실천을 이끌어내시는 은혜의 근원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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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라가 하나님의 성전 앞에 엎드려 울면서 죄를 자복하고 기도하자, 이스라엘 사람들의 남녀와 어린아이 할 것 없이 많은 무리가 에스라 주변에 모여 큰 소리로 슬피 울었습니다. 이때 엘람 자손 여히엘의 아들 스가냐가 에스라에게 나섰습니다. 그는 우리가 이방 여자를 아내로 삼아 하나님께 죄를 지었음을 인정하면서도, "아직도 이스라엘에 희망이 있습니다"라고 용기 있게 선언했습니다. 스가냐는 곧바로 해결책을 제시했는데, 하나님의 명령을 두려워하는 이들의 권면과 에스라의 가르침을 따라, 율법대로 이방 여자들과 그들에게서 난 아이들을 다 내보낼 것을 하나님 앞에서 언약하겠다고 제안했습니다. 그는 에스라에게 "이제 일어나십시오. 이 모든 일은 제사장님이 맡아서 하셔야 합니다. 우리가 제사장님을 도와 드리겠습니다. 용기 있게 밀고 나가십시오"라고 독려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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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라의 눈물의 중보기도는 단순히 개인적인 고백에 머무르지 않고, 공동체의 영적 각성을 이끌어내는 불씨가 되었습니다. 남녀노소 모두가 모여 울었다는 것은 이 죄 문제가 공동체의 근간을 흔드는 심각한 문제이며, 동시에 공동체 전체가 죄의 무게를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스가냐의 역할 : 스가냐는 지도자가 고뇌에 빠져 있을 때, '희망이 있다'고 외치며, 비난이 아닌 구체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는 귀한 조력자의 역할입니다. 그의 행동은 좌절에 갇힌 지도자(에스라)에게 결단을 이끌어낼 힘을 실어주었습니다. 여기서 희망의 근거는 백성의 능력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여전히 언약에 신실하시다는 믿음 (긍휼의 여지)과 율법대로 순종할 의지에 있었습니다.
진정한 회개의 특성 : 성경에서 참된 회개는 감정적인 통곡에 머물지 않고 구체적인 실천과 결단(삶의 방향 전환)을 요구합니다. 이방인 아내를 내보내는 것은 당시 사회, 인문학적으로 볼 때 극도로 고통스럽고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는 유일신앙과 거룩한 정체성을 지키기 위한 결단코 필요한 대가였습니다. 구약 시대에 이방인과의 통혼은 곧 그들의 우상숭배와 문화에 동화되어 거룩한 백성으로서의 사명을 저버리는 행위였기 때문입니다.
신약 시대의 성도는 그리스도 안에서 새로운 피조물이 되었습니다. 사도 바울은 에베소서에서 구원은 은혜로 받았지만, 이는 선한 일을 위하여(적극적 측면) 창조된 것이며, 죄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끊어내는(소극적 측면) 과정을 요구합니다. 이는 죄의 열매를 거두지 않기 위해 영적인 경계를 분명히 하라는 교훈과 일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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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현실의 어려움 때문에 타협하고 좌절에 빠져 있을 때, '아직 희망이 있다'는 복음의 메시지를 붙들고 용기 있는 결단을 내려야 합니다. 또한 공동체의 아픔 앞에서 멀리 서서 비난하거나 판단하는 대신, 스가냐처럼 희망의 불씨를 지피는 조력자로 서야 합니다.
개인의 삶에서 반복되는 죄악(게으름, 중독, 무분별한 소비나 미디어 노출 등)은 곧 영적인 '잡혼'이며, 이는 말씀의 순수성을 지키지 못하는 타협에서 옵니다. 우리는 이러한 죄를 '오늘은 여건상 어렵다', '내일 하자'고 미루지 말고, 오늘 당장 끊어낼 것을 결단해야 합니다. 가정에서는 편안함과 세속적 성공을 위해 자녀의 신앙 교육을 희생하거나 미루는 것이 있다면, 이는 거룩한 삶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행위임을 깨닫고, 우선순위를 바로잡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교회 공동체가 영적으로 침체에 빠져 있을 때, 지도자 혼자 모든 짐을 지는 것이 아니라, 말씀 앞에 깨어난 성도들이 스가냐처럼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순종의 제안을 하며 리더를 도와야 합니다. 사회적으로 만연한 불의(부정직, 뇌물, 불평등)에 대해 교회는 침묵해서는 안 되며, 정의와 사랑을 실천하며 (미 6:8), 거룩한 기준을 제시하는 공동체가 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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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8절 지도자의 단호한 실행과 공동체의 소집 : 거룩한 공동체 유지를 위한 지도자의 권위와 단호한 행정
하나님은 당신의 거룩한 뜻을 이루시기 위해 단호한 결단을 이끌어내시고, 순종하는 지도자에게 권위를 부여하여 공동체를 움직이게 하시는 주권자이십니다.
하나님은 인간적인 연민과 감정을 뛰어넘어, 공동체의 영적 생존을 위해 때로는 냉정하고 단호한 결단을 요구하시며, 그 순종을 통해 공동체의 거룩한 정체성을 보존하시는 공의의 주관자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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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가냐의 격려를 들은 에스라는 곧바로 일어났습니다. 그는 지도급 제사장들과 레위 사람들과 온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스가냐가 말한 대로 하겠다고 맹세하라고 요구했으며, 그들은 그대로 맹세했습니다. 에스라는 하나님의 성전 앞에서 물러 나와 엘리아십의 아들 여호하난의 방으로 들어가, 포로로 잡혀 갔다가 돌아온 백성이 지은 죄 때문에, 밤이 새도록 밥도 먹지 않고 물도 마시지 않으며 슬피 울었습니다. 이어서 잡혀 갔다가 돌아온 백성 모두를 사흘 내에 예루살렘으로 모이라는 명령이 유다 전역에 내려졌습니다. 만약 사흘 안에 오지 않는 사람은 재산을 빼앗고, 잡혀 갔다가 돌아온 백성의 모임에서 내쫓는다는 (공동체 추방) 엄중한 내용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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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자의 책임과 금식 : 에스라는 맹세를 받은 후 곧바로 금식에 들어갔습니다. 이는 행동을 시작하면서도 죄에 대한 깊은 고통과 책임감을 잃지 않았음을 보여줍니다. 그는 단순히 행정가로서 명령을 집행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과의 관계 속에서 끊임없이 민족의 죄를 중보하는 제사장적 리더십을 수행했습니다. 에스라가 맹세를 요구한 것은, 이 개혁이 개인적인 감정이나 일시적인 열정이 아닌, 하나님과의 언약에 기초한 공식적이고 구속력 있는 민족적 결단임을 분명히 하기 위함이었습니다.
모든 귀환자를 소집하고 불응 시 재산 몰수와 공동체 추방이라는 극단적인 징계를 내린 것은, 이방 통혼 죄가 공동체의 거룩한 정체성을 위협하는 근본적인 문제였기 때문입니다. '잡혀 갔다가 돌아온 백성의 모임(총회)'에서 내쫓는다는 것은, 그들이 포로 귀환을 통해 얻은 새 이스라엘 백성으로서의 특권을 상실하고, 하나님의 언약 공동체인 ‘카할’(공동체)에서 완전히 분리됨을 의미합니다. 이는 거룩함이 번지는 것이 아니라 부정이 쉽게 전염된다는(학 2:10-14) 원리에 따라, 공동체의 순수성을 지키기 위한 단호한 행정적 조치였습니다.
예수님은 제자 공동체 내에서 '작은 자를 실족시키는 죄'의 심각성을 경고하시며, 이는 맷돌을 목에 매고 바다에 던져지는 형벌보다 더 심각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공동체의 순결을 위협하는 죄에 대해서는 단호한 분리와 징계가 필요하다는 교훈은 초대교회 공동체에도 적용되었습니다(고린도전서 5장의 음행에 대한 권면). 우리는 화목과 포용을 중요시하지만, 죄와의 타협은 공동체를 더 큰 위험에 빠뜨린다는 진리를 잊지 말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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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주님을 왕으로 모시고 사는 백성으로서, 하나님의 뜻이 분명할 때 인간적인 정(情)이나 감정에 매몰되지 않는 단호한 순종을 훈련해야 합니다. 개혁이 성공하려면 분명하고 단호한 요구가 필요하며, 이 요구는 기도와 책임감을 바탕으로 해야 합니다.
우리가 하나님께 헌신하기 위해 가장 내려놓기 힘든 '재산' (시간, 돈, 안전, 평판)은 무엇입니까? 에스라의 명령에 불응 시 재산을 몰수당했듯이, 우리는 신앙의 순종을 위해 세상적인 이득과 편안함을 과감히 포기할 수 있어야 합니다. 가정의 신앙생활에서 구체적인 결단이 이루어지려면, 가장의 단호한 의지와 행동의 솔선수범이 절실합니다.
교회 지도자들은 영적 권위를 단호하게 행사할 용기가 필요합니다. 이는 목회자가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의 거룩함과 복음의 순수성을 지키기 위해 불편하고 고통스러운 징계를 감수하는 책임입니다. 오늘날 교회는 죄에 대해 덮어두거나 미온적인 태도를 취함으로써 영적인 나태함에 빠지기 쉽습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의로우심을 두려워하며, 세상의 비난을 받더라도 말씀의 기준을 굳건히 세워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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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둠의 기도
공의로우시며 긍휼이 넘치시는 하나님 아버지,
저희에게 에스라의 통한의 기도와 스가냐의 용기 있는 격려를 통해
참된 회개는 결단과 구체적인 행동으로 이어져야 함을 가르쳐 주시니 감사합니다.
저희가 눈물과 고백에 머물지 않고,
죄를 단호히 끊어내는 용기 있는 순종의 자리에 서게 해 주시옵소서.
주님, 저희 삶에서 거룩한 공동체의 정체성을 무너뜨리는
모든 영적인 잡혼의 요소를 발견하고,
재산 몰수와 같은 고통스러운 대가를 치르더라도,
주님의 뜻대로 행하기를 결단합니다.
저희의 나태함과 세속적인 가치관을 따랐던 죄를 용서하여 주시옵고,
하나님의 뜻 앞에 무뎌지지 않도록 항상 깨어 있게 하옵소서.
교회 공동체 안에서 저희가 스가냐처럼 희망을 선포하는 조력자가 되게 하시고,
지도자들은 기도하며 책임을 다하는 에스라의 모범을 따르게 하옵소서.
저희가 속한 가정과 일터와 세상 속에서,
하나님의 거룩한 백성으로서 합당하게 살아가며,
선한 행실로 주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삶을 살아가게 하옵소서.
오직 주님의 긍휼하심과 의로우신 공의만을 의지하오니,
저희의 나아가는 모든 발걸음을 붙들어 주시옵소서.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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