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2.06 11:02

회복을 위한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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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103 _ 회복을 위한 단상


지는 해, 떠오르는 태양을 본다고 밤길을 달려 산과 바다를 오가던 발걸음들이 잦아들었다. 어제와 분명 다른 해이긴 하지만 그런 새해도 어느새 훌쩍 지나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하는 시간들이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용서할 일들 그렇게 넉넉한 마음으로 품어주고, 미련없이 떠나야 하는 그 자리들에 대해서도 마지막으로 돌아보면서 끝내리라 생각했다. 그렇게 달력 한 장 떼어내면 잊혀질 것 같았고, 정리될 줄 알았다. 그리고 돌아서서 새해 소망을 가지고 또 줄기차게 달려가다 보면 한줄기 희망이라도 보이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다. 경제, 적폐, 안보, 마음, 역량, 축복, 소망 이 단어들은 대통령의 신년사에서 나온 단어들이다. 가장 시급한 일로 ‘경제 활성화’라 한다. 잘못 짚어도 한참을 잘못 짚었다. 작금의 경제적 파탄 지경 해소에 그냥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 이러저러한 경제정책을 펼치고 기업들을 위협하고 규제를 완화하는 등의 구태의연한 정책으로 돌릴 수 없는 더 깊숙한 원인의 키는 따로 있다. 애초 낙수 효과는 전 정권에서 실패한 정책임이 드러났고, 공사판 벌여 단기부양책 쓰던 방식이 얼마나 무모한 일이었는지 애써 가리고 있는 상황이고, 규제완화는 기껏 대기업을 위한 것일 뿐 경제 활성화와는 거리가 먼 정책임이 뻔함을 알게 되었다.


사실 지금 경제에 대해 문외한인 필자가 봐도 뭔가 문제가 심각해 질 것 같은 일들이 있다. 부동산의 거품과 출산율의 저하와 노인 인구의 급증, 그리고 외국인들의 급격한 유입으로 인한 다문화, 권력을 가진 이들이 단기부양책으로 허비하는 천문학적인 비용들을 비롯하여 이 모든 일들을 가리기 위한 종북프레임 엮기와 진보와 보수 내지 내부 분열을 선동하는 일까지 멀쩡한 사람을 투사로 만들게 하고, 극단적 이기주의에 물들거나 먹고살기 힘들어서 세상사에 상관 없다가도 정작 자신의 문제로 닥쳐 올 때에야 허우적거리는 하루살이같은 민초들의 삶까지 모두가 너무나 뒤엉킨 실타래처럼 얽히고 설켜 있다. 거기다가 불쑥불쑥 터지는 대형사건들이 제대로 처리되지 않고 쌓여가는 불신은 국민을 분노케 한다.


지난 정권에서 국격이라는 말을 많이 써 왔다. 사람으로 치면 인격이라는 말이고 인간관계 속에서는 상호 신뢰나 신용이라 해도 될 것이며, 국가 간에서는 동맹과도 연관이 있는 말이다. 복잡한 것 같은 모든 문제들에는 의외로 단순한 문제인 경우들이 허다하다. 세상사도 그렇다. 때로 역사 이래로 해결이 안되는 일들이 있다. 그래서 세계적으로 다 그럴 수 밖에 없다는 말로 대신하기도 한다. 정말 정책이나 국가적으로도 해결이 안되는 한계를 인정할 수도 있어야 한다. 그런 일들까지 모두 해결하려고 하면 제 풀에 넘어지거나 필경 미온책이나 거짓으로 눈을 가리면서 뻔히 들통날 일을 애써 외면하면서 온갖 감언이설로 현혹한다. 그리고 지나고 나서는 오리발을 내밀거나 우긴다. 더 두고 보라고 역사가 평가할 것이라고 하면서 애써 현실을 속이려 한다.


지금 온갖 거짓을 거지처럼 옷 입고 있는 형국에서 필요한 것은 새로운 옷만 껴입어서는 안된다. 옷이 살에 붙어 살처럼 느껴지는 냄새나는 더러운 옷들을 한꺼풀씩 벗겨내야 한다. 그것이 고통스럽고 제 살을 깍아 내는 아픔을 동반한다 할지라도 부패하고 썩은 부위들을 도려내고 벗겨내지 않고 계속 그 위해 새 옷을 입는다 한들 이내 더러워지고 만다. 지금 우리에게 이 더러운 옷들은 제대로 된 진상이 밝혀지고 투명하게 밝혀지든, 정직을 회복하든, 잘못된 것들을 되돌리든지 해야 한다. 그간 이리저리 피하고 덮어버렸던 일들을 하나하나 들춰내서 버릴 것은 버리고, 다시 빨아 입을 것은 그렇게 하고, 새롭게 대체해야 할 것은 또 그렇게 해 주어야 한다. 그런 상처의 치료와 진상의 규명들이 되고난 뒤라야 새 옷도 다른 처방들도 제대로 효과를 발휘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많은 일들을 한꺼번에 할 수 없으리라 본다. 그러나 어느 것 하나라도 제발 그냥 눈을 가리고 덮어버리지 말고 제대로 된 규명이 이루어진다면 그로부터 신뢰가 형성되고 회복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면서 하나하나 실타래처럼 풀리고 회복되어 갈 수 있는 것이다.


다시 새 아침이 되었다. 오래 어둡고 추웠던 시간들 속에서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며 반갑게 맞이했을 그 아침. 모든 얼어버린 것들이 서서히 녹아 다시 순이 나고 꽃이 필 그 날을 맞이할 회복의 소망을 품어갈 수 있는 해가 되길 새해의 수많은 바램위에 하나 더 얹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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