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4.04 00:54

꽃잎처럼 뿌려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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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403 - 꽃잎처럼 뿌려진


지난 반세기 남도는 수많은 꽃잎이 흩뿌려진 곳이다. 그보다 더 오랜 500년의 역사 가운데도 그렇게 난세 속에 수많은 양민이 학살되어 스러져간 곳이다. 임진왜란 때에도 난중일기의 많은 지명가운데 우리에게 익숙한 지명들은 모두 남해안 일대가 아니던가? 농민들의 난에 언급된 지명들도 남도의 익숙한 지명들이 언급된다. 일제강점기의 수탈된 수많은 곡식과 물자들의 집결과 수송도 남도의 지명들이 상당하다. 격변의 시간들이 지난 후 해방을 맞이하며 더는 그런 아픔이 없을 것이라 여겼을 우리네 선조들에게 해방은 모든 것의 끝이 아니라 더 큰 고통과 분열 그리고 억울한 이들이 죽어서도 차마 눈을 감을 수 없는 안타까운 일들의 연속이었다. 같은 민족에게, 같은 우리 군경에게, 같은 국민에게, 같은 지역에 이전에 함께 살던 이들에게 당한 것이니 그 상처와 아픔은 이루 말할 수도 없었다.


해방 후에 정부 수립 과정에서 발생한 좌우의 분열과 대립은 친일의 역사가 미처 정리되기도 전에 발생한지라 자연적으로 일제강점기의 친일파들은 좌우 분열을 자신들의 숨기고픈 이력을 가리기에 더없이 좋은 수단으로 철저하게 이용했다. 혼탁한 틈을 이용해 먹고 살기 바쁜 민초들은 제 목숨 하나 부지하기 위해 전전긍긍 하던새 돈을 쥐고 있던 이들은 그 틈에서도 적산지 땅이나 여타 주인없는 물자를 비롯한 많은 것들을 통해서 돈을 벌어 축적해 가는 일에 물불을 가리지 않았다. 눈치 바른 이들은 그 틈에서 분명 뭉칫돈을 쌓아가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 돈이 깨끗한 돈일리는 없었다. 그 과정에서 힘없는 이들은 착취 당하거나 일제 강점기에 빼앗긴 것보다 더 서럽고 억울하게 돈 있는 이들에게 울며 겨자먹기로 착취 당하면서도 하소연하거나 억울함을 풀어줄 이는 없었다.


정치적 야망을 가진 이들은 자연적으로 이렇게 재력을 가진 이들의 검은돈이 자신들의 권력 쟁취의 중요한 재원 조달처가 되는 것을 원했기에 부정하고 검은 돈들을 가진 친일파들과 그 외에 부정한 방법들로 재원을 조달했던 이들이 정치적인 힘이 필요했기에 자연스레 합작하게 되고, 어떤 줄에 서야 할 지를 가늠하면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계속하던 시기가 있었다. 혼탁하던 때에 결국 남북이 각각 단독 정부를 수립하는 일에 몰두하면서 결국 단독정부의 수립이 진행되는 과정 속에서 남도는 또다시 슬픈 혼돈의 역사를 맞이해야 했다.


제주 4.3사건과 연관된 여순사건의 발발로 많은 양민들이 사건 과정에서 죽고, 수습 과정에서 죽고, 후유증으로 또 죽고 죽어 스러져 간 이들만 해도 수 백명이다. 이후로 발생한 한국전쟁은 또 어떠한가? 전국이 다 전쟁터였던 그 시기에도 양민은 누구 하나 돌봐주지 않는 비참한 상황 속에서 스러져 가야했다. 좌우의 이념전쟁에서 도피한 자들도, 민중의 저항과 여타 사건으로 도망한 억울한 누명을 쓴 많은 이들도 백운산 지리산 대둔산등의 산으로 숨어들어 갔었다. 그렇게 죽어간 이들도 안타까운데 그들의 가족과 그들을 조금이라도 도왔다거나 연관된 이들에게도 잔인한 대살(代殺)이 진행되므로 인하여 또 얼마나 많은 이들이 꽃잎처럼 흩뿌려져 갔던 곳이 또 이 남도 아니던가? 그것도 모자라 지난 수 년 동안 크고 작은 사건들이 생길 때마다 그냥 간 것도 아니고 억울하게 생을 마감해야 했던 수많은 이들이 그렇게 꽃잎처럼 스러져 갔었다. 80년 그 날도, 벌써 일 년 전의 일도 모두 남도라니...


그래서였을까? 남도엔 유달리 꽃이 많다. 잎이 나기 전부터 피어 대는 산수유, 매화, 벚꽃, 배꽃들, 그리고 또 한참 뒤의 복숭아꽃 살구꽃, 거기다 조용히 피고 지는 동백과 이름 모를 들꽃 대궐이 이렇게 많은 이유는? 혹 그렇게 떠난 이들이 흩뿌린 눈물이 아닐까? 유달리 그 꽃이 화사 할 때면 여지없이 봄비가 온다. 하여 이 꽃들이 화려하고 흐드러지게 더 많이 피고 질 때마다 아름다움의 눈물 뒤엔 슬픈 그 아픔이 기억되어 마냥 즐거워할 수 없는 꽃이 남도의 봄 풍경인 것으로 보인다. 하여 잊지 말아 달라고, 기억해 주라고 그렇게 한번만 봐 달라고 꽃 피워진 그 꽃들을 볼 때마다 기억하고 되새겨서, 그 이들의 희생 위에 오늘을 사는 것에 감사하며,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풀리지 않은 진상들이 규명되어 차마 감을 수 없는 눈을 감고 그렇게 흩뿌려 지기를 위해 조용히 두 손을 모아 본다. 그래서 흩뿌려진 그 꽃잎을 보여진 그대로 아름답게 볼 수 있는 날이 오길 소망한다.


웃는사람 라종렬

광양시민신문 쉴만한물가 기고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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