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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410 - 사실(事實)과 진실(眞實) 그리고 진리(眞理)

 

우리가 흔히 쓰는 말들이지만 많이 혼돈하고 있고, 또 속고 속이며 왜곡된 것 중에 하나가 사실(事實)과 진실(眞實) 그리고 진리(眞理)라는 말이다. 보통 ‘사실’이라고 하면 ‘눈에 보이는 그대로의 실제로 일어났던 일이나 현재 있는 일’등을 말합니다. 그래서 보통은 눈에 보고 듣는 대로 ‘사실을 안다’라고 말하고, 그런 사실들을 모은 것을 ‘자료’라고 한다. 하지만 그 사실에 대한 기록의 행간과 눈에 보이는 그대로의 일 이면에는 보이지 않는 속사정이 있다. 그런데 그것은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다. 당사자의 진술과 사건 이면의 숨겨진 이야기를 알고 나서야 사실에 대한 해석과 판단이나 진정한 의미를 이해하게 되는데 바로 이것을 진실(眞實)이라 할 수 있다.

 

사전적인 의미보다 이런 이야기로 사실과 진실에 대해서 구분해 보면 좋겠다. 오래전 존 콜리어의 <고다이바 부인>이라는 나체로 말을 탄 여인의 이야기를 본 면에 칼럼으로 소개한 적이 있다. 그와 유사한 그림이 있는데 루벤스의 <노인과 여인>이라는 그림이다. 이 그림은 두 손이 묶여 있는 노인이 젊은 여인의 젖을 먹는 그림이다. 포르노그래피같은 그림이 푸에르토리코 국립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고 한다. 모르는 사람들은 의아해 하지만 그 나라 사람들은 그 그림 앞에서 숙연해 한다고 한다. 여기서 사실은 적나라한 그림에 대한 설명이지만, 진실은 사람들이 숙연해 하는 데 있다. 이 그림에 나오는 노인은 바로 여인의 아버지이다. 노인은 푸에르토리코 독립을 위해 싸우다 감옥에 갇혀 오래도록 굶주려 있는 사람이었고, 그런 아버지가 곧 돌아가실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면회하러 간 딸이 죽어가는 아버지에게 기꺼이 해산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불어 있는 가슴을 열어 아버지에게 먹인 것이다. 있는 그대로의 사실과 진실은 이렇게 상황과 현실에 대해 달리 이해하고 해석하게 되는 것이다.

 

저널리즘은 일차적으로 사실을 찾고 그 사실 이면의 진실을 규명하는 일을 넘어 인과관계와 원리 또는 법칙들까지 세우고 밝혀 갈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 사실 보도에 머무르거나 조금 더 고민하면 진실까지 가지만 그보다 더 넘어서는 일들은 시간을 핑계 삼거나 여타의 핑계로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래서 언론이 가끔은 진실을 숨긴 채 사실을 호도하며 온갖 상술과 기만으로 점철된 그림들로 도배되는 현상들을 접하게 된다. 그렇게 왜곡된 사실과 진실을 접하는 이들의 사고와 삶은 속고 속이는 인생으로, 그런 세상으로 부패하고 왜곡된 사회로 전락하고 만다. 보고 듣고 생각하고 있는 것들에 대해서 늘 그 한계를 인정하면서 점검하지 않으면 안되는 세상이다.

 

진리(眞理)는 왜곡되지 않은 사실과 진실이 함축되어 세워진 법칙이나 원리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은 사변이나 사견으로 왜곡될 가능성이 더 커진다. 종교적 신념으로 진리에 대해서 나름의 원리에 고착되면 만일 그것이 진리이면서 ‘진’(참)이 아닌 것이 된다면 그것은 거짓된 원리로 모든 것을 판단하며 비상식적, 비진리적, 무식하다 하는 삶으로 점철될 수밖에 없다.

 

통상 진리(眞理)는 세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이라고 말한다. 첫째로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 나는 누구인가? 하는 근원이나 정체성 에 대한 질문, 둘째로 우리는 왜 사는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하는 실존(實存)에 대한 질문, 마지막으로 우리는 어디로 가는지, 죽음에 대한 이해나 그 이후에는 어떻게 되는지에 대한 질문이 그것이다. 이것에 대한 답을 제시할 수 있을 때 그것을 진리라고 말할 수 있다. 많은 이들이 알게 모르게 나름의 진리에 대한 답을 가지고 살아가거나, 혹은 너무 분주하게 살면서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을 외면하거나 망각한 채로 닥치는 대로 살아가는 경우들을 본다.

 

모든 학문은 바로 이 진리를 탐구한다고 한다. 그렇게 형성된 나름의 진리를 가치관과 세계관으로 표현할 수 있다. 그런데 인간은 나름의 사견(私見)을 삶의 경험을 통해 형성한 진리로 사는 이들이 있다. 이들에게는 때로 사실과 진실에 대해서도 왜곡된 자기 신념으로 부정해 버린다. 지금까지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폭로와 진실 게임, 그리고 진실을 밝히거나 왜곡하는 언론, 진실 여부를 판가름하는 수사와 판결 등을 보면서 우린 그것들을 진실이라 인정하지도 않고 진리로도 수긍하기 어렵다. 하지만 자꾸 진실과 진리를 뒤흔드는 왜곡에 세뇌되어 가는 현실에 있다 보니 진리에 대한 목마름마저도 요원해지고 삶에 대한 성찰도 버린 채 감각적 쾌락만을 추구하며 살아가려 한다. 오늘 다시 사실과 진실을 찾아 진리를 추구해야 할 이유를 간절히 찾고 구하며 살아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웃는사람_라종렬
광양시민신문 쉴만한물가 기고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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