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9.19 14:57

가을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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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906 - 가을 앞에서


500여일 전에 우리는 많은 아이들의 주검을 봐야 했다. 해가 바뀌고 수 일이 더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진상규명도 책임자에 대한 처벌도 이뤄지지 않고 있고 그리고 상처입은 자들에 대한 위로나 치료도 더 깊어만가고 있다. 그렇게 의문의 역사로 묻어가야 하는가 하는 안타까움이 든다. 아직 포기할 수 없지만 책임있는 기관과 당사자들은 도무지 맘이 없는 것 같다. 그 일이 있고 난 후 많은 것들이 변해가는 줄 알았는데 오히려 이전보다 더 악화 되어 곪아가고 있다. 더 어처구니 없는 일들이 이젠 대놓고 발생하고 사건을 사건으로 덮어지고 가려지고 있는 형국이다. 분명 인재가 맞는데? 왜 이런 일이 끊이지 않는 것인가?


시리아 난민 중 세 살 배기 아일란 쿠르디의 주검이 지중해 바닷가로 떠밀려와 엎드린 사진이 사람들을 또 아프게 했다. 지구 반대편의 한 해변에서 일어난 사건이지만 한 장의 그림이 난민과 전쟁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했다. 폭력적인 이슬람 세력(IS)을 피해서 고향을 떠나 난민이 된 아일란의 가족들은 차디찬 바다에서 이 땅에서 더 이상 갈 곳이 없다는 사실을 절감한 채 죽음으로 이별해야 했다. 이 일로 유럽과 서방에서는 난민 정책에 대한 재고의 움직임이 있다.  하지만 얼마나 더 죽어야 내전으로 인한 난민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고 지긋지긋한 전쟁을 멈출 수 있을까?


인재와 전쟁은 왜 일어나는가? 우발적으로 어느 날 갑자기 이러한 인재와 전쟁은 결코 발생하지 않는다. 오랜 시간 동안 쌓이고 쌓인 문제와 문제들이 폭발하거나, 여러 조건들이 조합되어서 구실이 만들어지면서 발생한다. 그래서 모든 전쟁에는 반드시 그렇게 해야만 하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핑계없는 무덤이 없는 것처럼. 그런데  이 전쟁은 반드시 권력자에 의해서 시작된다. 무엇보다 그의 탐욕이 원인이다. 더 근본적으로는 자신이 가진 권력이 위협이 되거나 도전을 받게 될 때 권력 유지를 위해 마지막으로 선택하는 것이 전쟁이다. 그래서 전쟁을 통해서 이기게 되면 권력을 유지할 수 있지만 실패하면 자신의 목숨을 잃을 수도 있게 된다. 마치 권력을 두고 목숨을 거는 게임과도 같다.


결국 전쟁은 철저하게 권력을 가진 이들의 생명을 건 잔치다. 이 전쟁으로 인해 자신들의   권력 유지 뿐 아니라 많은 문제들을 잠재운다. 무엇보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경기가 부양된다. 복잡한 상황들에 대해서도 하나의 가치로 획일화 시킬 수 있으면서 독재를 해도 당연시 여겨지게 된다. 살기 위해서는 어떤 상황도 감내하게 되고 폭력은 정당화 되면서 뭔가 빠르게 변하고 바뀌는 것 같은 일이 발생하는 것이다. 권력자들을 위한 전쟁에 정작 피해를 입고 죽어가는 이들은 민초들이다. 말은 민초들을 위해서라고 말하지만 그것은 권력자들의 기만이다. 하지만 이것을 모르고 전장에 나가고, 알면서도 끌려가야 하는 것이 전쟁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 보려는 혁명들이 있었지만 세상은 여전히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 있으면서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금까지 발생한 수많은 전쟁이 그랬고, 지금도 전세계적으로 발생한 전쟁과 내전등은 모두 이러한 목적에 의해서 발생되는 인재임이 틀림없다.


세계가 지구촌이 되고 인터넷의 발달로 세상의 일들이 빠르게 전달되다 보니 조금만 눈을 뜨면 전해지는 뉴스는 우리를 이상하게 만들어 간다. 여기 살아 있음에 감사한 마음보다 언제고 그런 일들이 우리에게도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과, 어쩌면 우리도 소용돌이 한 복판에 있으면서도 다만 무지와 외면으로 일갈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도 생각하게 된다. 더욱 충격과 죽음에 대해서도 무디어지게 되는 일도 그 폐해 중에 하나라 할 수 있다. 이 전쟁에 자유로운 사람이 지금 지구 위에 있을까? 국내 사정은 더 심해서 사 는게 사는 것 같지 않은 상황들의 연속이다. 그러면서도 애써 시선은 먼 곳을 향해 있다.

언제나 차가웠던 바다에서는 지난 여름 수많은 이들이 찾아 왔었지만 어느새 자신들의 자리로 돌아가고 지나간 흔적들도 파도에 휩쓸려 사라지고 있다. 그런데 그 바다에서 들려오는 소식은 아프고 절망적인 일들이다. 이런 현실들을 외면하면서 가식적으로 포장된 것들을 볼 때마다 오장육보가 뒤틀린다. 욕망의 꿈틀거림도 한몫하는 것이리라.


욕심을 부리지 않아도 어느새 가을은 찾아 온다. 그런 철을 따라 살아가야 할 진대, 왜 그리 탐욕을 버리지 못하고 나 하나에서 부족하여 가족도 이웃도 아프게 하며 살아가는 것일까? 어느새 찾아온 가을 앞에서 탐욕도 성냄도 벗어 놓고 물처럼 바람처럼 살다 가라 하는 청산의 소리를 마음에 품어본다.


웃는사람 라종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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