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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920 - 가을의 이름들


가을은 이름이 참 많습니다. 그만큼 풍성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어떤 이름을 붙여도 어울릴 뿐 아니라 그 안에 무수한 이야기와 전설들이 가득할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그 가을의 이름들 몇 가지 불러봅니다.


가을은 제일 먼저 ‘독서의 계절’이라고 부릅니다. 푸른 하늘, 무르익어가는 황금 들판, 열매 맺는 나무들, 낙옆, 바람, 그리고 그 사이를 오가는 사람들과 유, 무생물들의 이야기들은 자연스레 문학에 어울리는 그림들입니다. 거기다 여기저기 붙어 있는 풍성한 독서 행사들까지 가을을 독서의 계절로 만들어 줍니다. 그래서 왠지 이 가을을 책 한 권 안 읽고  그냥 지나 가는것은 책에게도 가을에게도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그래서 저는 토스토예프스키의 소설들을 읽어보려고 합니다.


가을은 ‘시의 계절’입니다. 대번에 정호승의 ‘가을의 기도’가 생각납니다.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사랑하게 하소서… 호올로 있게 하소서…] 사랑하면 시인이 된다고 누군가 그랬습니다. 찬바람 부어오면 외롭고 고독해지고, 고독해지면 생각이 많아지게 되고, 생각이 많아지만 시인이 됩니다. 삶을 반추하며 오늘의 나를 살펴보게 되고, 그러면 지금 내 주위에 있는 이들이 얼마나 고마운 존재이며, 살아 있음 그 자체만으로도 감사하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렇게 가을은 우리에게 시상(詩想)과 더불어 사랑과 감사로 기도하게 합니다. 그래서 정호승님은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기도하며 가을의 이름을 노래한 것 같습니다.


가을은 ‘노래의 계절’입니다. 하지만 사계절 중에 가을 노래가 제일 적습니다. 가을을 노래하는 곡은 적지만 가을엔 어떤 음악이든 그 의미를 더 풍성하게 하는 마법을 가진 계절입니다. 시간의 숨결, 서글픈 상념, 허위의 길들, 안일한 만족을 떨쳐 버리고 잊혀져간 꿈들을 다시 찾고자 가을 하늘에 편지를 쓴다고 노래한 김광석의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노래가 일번으로 생각납니니다. <시월의 어느 멋진 날에> 노래는 사랑을 고백하기 위해 가을을 고대하게 만드는 노래입니다. 정치 종교 국가간의 분쟁을 일으키는 탐욕을 버리고 함께 공존하며 평화롭게 살아 가고픈 꿈을 노래한 존 레논의 <Imagine>이라는 노래는 혼탁한 이 가을에 분쟁의 현장에 있는 모두 이들에게 반복해서 들려주고 싶은 노래입니다.


슬럼프로 방탕한 생활을 하다가 새로 태어난 아들에게 좋은 아빠 되기 위해서 가족의 품에 돌아왔는데 어느 날 자신을 기다리던 아이가 추락해서 사망하고 맙니다. 그 아들에게 다 전하지 못한 마음을 담아 만든 노래가 있었습니다. 아들에 대한 그리움으로 노래한 이 노래를 1992년도에 발표하고 난 뒤 10여년 만에 더 이상 이 노래를 부르지 않겠다고 선언합니다. 이제는 그 아들을 떠나 보낼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다시 10년 만에 그는 이 노래를 부릅니다. 오래 전 떠나 보냈다고 했지만 다시 이 노래를 부르는 그의 얼굴엔 여전히 떠난 아들이 가슴깊이 사무쳐 있음을 느끼게 했습니다. 에릭 클립튼의 <Tears in Heaven - 천국의 눈물>이라는 노래에 담긴 사연입니다. [내가 너를 천국에서 만난다면 너는 내 이름을 알까… 천국에서 널 만나면 내 손을 잡아 주겠니… 더 이상 천국에서 흘리는 눈물도 없을 거라고...]


가을은 ‘꽃의 계절’이기도 합니다. ‘낙엽의 계절’이 더 어울리는데 8-9월 무렵 피는 ‘상사화(꽃무릇)’라는 꽃 때문에 이 이름을 먼저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엄밀하게 말하면 ‘상사화’와 ‘꽃무릇’은 개화시기나 원산지 그리고 모양 등이 조금씩 다릅니다. 그리고 꽃에 얽힌 전설도 다릅니다. 상사화는 우리나라에 전설이 있습니다. 어느 스님의 이루어질 수 없는 연모의 정이 상사화가 된 것이고, ‘꽃무릇’의 전설은 일본에 있는데 이루어 질 수 없는 남매의 사랑에 얽힌 꽃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꽃말이 이루어 질 수 없는 사랑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아이러니 하게도 가을은 또 ‘결혼의 계절’이기도 합니다. 누군가에겐 ‘잊혀진 계절’이라고도 하고...


가을의 이름들을 불러보니 이름들이 풍성하긴 했지만 그 안에 담긴 사연들은 모두 고독과 외로움을 떨쳐 버릴 수 없습니다. 풍성한 추석 명절이 코앞인데 문득 많은 이들에겐 그리움이 더 사무치는 계절이 되겠구나 하는 맘이 가을 바람 든 가슴을 더 시리게 합니다. 책, 노래, 시, 꽃이 다 담겨 있는 가을의 고향에서 좋은 소식 가져올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웃는사람 라종렬

광양시민신문 쉴만한물가 칼럼 기고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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