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5.31 02:04

20150530 - 6월의 장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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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530 - 6월의 장미


하늘은 고요하고 땅은 향기롭고 마음은 뜨겁다 //숱하게 많은 일들 속에서 5월이 지났습다. 꽃 안피는 5월 없다던 대로 지천이 꽃이었고 무엇보다 화려한 것은 장미였습니다. 애초에 군락을 이루는 꽃이어서도 탐스런 봉우리 때문이어서도 더더욱 장미는 정열적으로 피어났습니다. 그래서 푸른 오월 하늘 고요함 아래 땅은 장미로 향기로웠고 그 꽃을 보는 우리네 마음도 붉게 물들어 뜨거웠습니다. 아무리 포즈를 취하고 곁에 다가가 사진에 담아보지만 장미의 아름다움에 묻힙니다. 장미를 향한 사람들의 시샘이 더 뜨거워서일까요?


6월의 장미가 내게 말을 건네옵니다. 사소한 일로 우울할 적마다 '밝아져라' '맑아져라' 웃음을 재촉하는 장미 // 사랑을 고백하며, 축하할 일들을 만날 때면 우리는 마음을 장미에 담아 꽃다발을 전합니다. 그래서 혼탁한 세상에 지친 이들을 향하여 어두운 현실을 넘어 사랑하는 이가 있다는 것을, 그리고 누군가 나를 기억하고 있음을 통해 그런 현실을 극복하도록 위로와 용기로 미소 짓게 합니다. 그 아름다운 장미의 미소 앞에서는 금새 마음이 녹습니다.


삶의 길에서 가장 가까운 이들이 사랑의 이름으로 무심히 찌르는 가시를 다시 가시로 찌르지 말아야 부드러운 꽃잎을 피워낼 수 있다고 // 그래요 얼마나 많이 아팠나요? 그리고 가장 가까이에 있는 이들을 얼마나 많이 아프게 했나요? 관계 속에서는 많이 아프고, 아프게 하는 일이 얼마나 허다한지 모릅니다. 함께 아름답게 꽃 피우라고 그렇게 더불어 살라고 사람인데 우리는 내 안에 가시로 무수히 사랑해야 할 이들을 아프게 했고, 인생의 여정에 함께 하는 동행을 무수히 괴롭혔던 여정에서 생채기 난 꽃잎을 수도 없이 떨궜습니다.


누구를 한 번 씩 용서할 적마다 싱싱한 잎사귀가 돋아난다고, 6월의 넝쿨 장미들이 해 아래 나를 따라오며 자꾸만 말을 건네옵니다. // 심하게 아파서 몸저 눕고 난 뒤에야, 내게 너무도 소중했던 이들을 아프게 한 일들이 몸서리쳐 지도록 후회하게 됩니다. 마음을 굳게 먹고 손을 내밀고 미안하다 사랑한다 고백하며 상처 난 자리를 어루만지며 장미 한 송이로 건넨 마음이 햇살같은 미소를 머금어 화해의 포옹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그럴 때마다 이전에 없던 사랑이 싹트고, 이전보다 더 돈독해지며, 조금씩 그렇게 화해의 꽃을 피우고, 무성한 잎사귀 어우러진 틈 사이로 소근소근 장미꽃이 말합니다. 사랑한다고, 이젠 사랑하며 살아가자고...


사랑하는 이여 이 아름다운 장미의 계절에 내가 눈물 속에 피워 낸 기쁨 한 송이 받으시고 내내 행복하십시오. // 누군가를 용서하기가 얼마나 어려운가? 그를 품기까지 흘렸던 눈물이 마침내 사랑이 거름이 되어 꽃을 피우고 그로 말미암아 이전의 모든 아픔을 잊어버릴 만큼 달콤한 행복을 선물 받게 됩니다. 그대가 행복할 수만 있다면 당신에게 장미 장미 한 송이, 한 다발, 한 아름 안겨 드리고 싶습니다.


이해인 수녀님의 <6월의 장미>라는 시(詩)에 담긴 마음을 읽어 보았습니다. 무지몽매하고, 혼탁한 인간들의 진상들 속에서도 화려하게 꽃을 피우는 장미를 바라보며 6월의 첫날 장미꽃이 전하는 화해와 용서의 메시지가 사람들의 관계와, 이 땅 구석 구석에 꽃 피우길 기도해 봅니다. 용서 받아야 할 자의 진정어린 참회와, 용서할 자의 넉넉한 마음이 어우러져 선열들이 붉은 장미처럼 뜨겁게 흘린 그 피로 세워진 이 모든 것들을 우리도 잘 지키고 보존하여 후손들에게 더 나은 내일을 전해 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6월의 장미 앞에 부끄럽지 않게...


웃는사람 라종렬

광양시민신물 <쉴만한물가> 기고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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