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5.23 23:59

오월의 시(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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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523 - 오월의 시(詩)


어린이들만큼 푸른 하늘과 고운 웃음이 어디에 있으랴 / 변해 가는 것들 속에서 변하지 않는 아이들의 해맑은 순수 온 누리 가득한 일체의 평화로움이 어디에 있으랴 / 아이들은 어른의 스승이요 나와 더불어 살아가야 할 인생 문득 뒤얽힌 날들 속에 그 옛날 어린 시절의 마음으로 돌아가 바라보면 다시 환한 또 하나의 행복이 나를 바라보고 있는 / 어린 날들만큼 꿈 많은 봄 같은 계절이 어디에 있으랴 그 사랑스런 눈빛 아름다움이 또한 어디에 있으랴(어린이 날 - 나명욱)  산골짜기 그 하늘 아래에서 세상은 참 좁았다. 그래서 보이는 것이라곤 하늘, 땅, 산, 냇물, 나무와 철 따라 피는 꽃이 전부였다. 그런 부족함 속에서 꿈꿀 수 있는 것은 제한적이었지만 그래도 꿈 많던 그 시절은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며 꿈꾸고 배우며 행복했었다. 아이야! 너희도 늘 그렇게 꿈꾸며 살아가렴...


어머니에게서는 어린 날 코에 스민 아른한 비누냄새가 난다./ 보리대궁이로 비눗방울을 불어 울리던 저녁 노을 냄새가 난다./ 여름 아침 나절에 햇빛 끓는 향기가 풍긴다./ 겨울밤 풍성하게 내리는 눈발 냄새가 난다./ 그런 밤에 처마 끝에 조는 종이초롱의 그 서러운 석유 냄새/ 구수하고도 찌릿한 백지(白紙) 냄새/ 그리고 그 향긋한 어린 날의 젖내가 풍긴다.(어머니의 향기(香氣) - 박목월) 어머니의 향기를 기억하는가? 많은 시인들이 그런 향기를 글에 담았다. 그 품에서 맡았던 어머니의 향기는 모든 두려움에서, 모든 아픔에서, 모든 복잡한 세상에서 가장 평화로운 숨을 쉴 수 있게 해 주었다. 이젠 노모가 된 어머니에게서 그 시절 그 향기를 기억해 낼 수 없지만, 기억할 수 없는 그 향기의 포근함 만큼은 결코 잊을 수 없다. 어머니 여전히 거기 계신가요?


날려 보내기 위해 새들을 키웁니다. 아이들이 저희를 사랑하게 해 주십시오./ 당신께서 저희를 사랑하듯 저희가 아이들을 사랑하듯 아이들이 저희를 사랑하게 해 주십시오./ 저희가 당신께 그러하듯 아이들이 저희를 뜨거운 가슴으로 믿고 따르며 당신께서 저희에게 그러하듯 아이들을 아끼고 소중히 여기며 거짓없이 가르칠 수 있는 힘을 주십시오./ 아이들이 있음으로 해서 저희가 있을 수 있듯 저희가 있음으로 해서 아이들이 용기와 희망을 잃지 않게 해 주십시오(하략).(도종환의 <스승의 기도> 중에서) 제자를 바라보는 스승의 마음은 무엇일까? 정해진 기한 내에 떠나보내야 하는데, 지금의 가르침이 제자의 평생에 영향을 미칠 것이기에 말한마디 행동하나 몸짓 하나에 심사숙고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런 선생님 앞에서 경거망동하며 불경하고 무시했던 일을 생각할라치면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다. 무지한 이들을 깨우기 위해 온몸으로 가르침을 주셨던 그 스승들이 오늘의 나를 빚었음을 고백하고, 어딘가에서 다시 또 다른 제자를 가르치시는 노스승의 숨결이 마침내 아름답게 결실하기를 기도해 본다. 선생님! 제가 지금 가르침을 따라 바로 살아가고 있는건가요?


나로 사는 것이 아닌 너로 살아서 나를 완성하는 것입니다/ 서로의 낯을 살리는 옷 매무새로 찬바람을 막기도 부끄러움을 가려주기도 하는 방패막이로 사는 앞단추처럼/ 그렇게 그렇게 살아내는 것입니다.(부부란 - 오영록) 화성에서 온 남자와 금성에서 온 여자가 만나 그렇게 한 집에 살면서 나로 아닌 너로 살아야 하는 그 시간들이 생각해 보면 신기하고 신비하다. 함께 살아가는 것이 신기하고, 오래도록 생면부지였던 이를 만나 함께 동거숙하는 것이 어찌 신비롭지 않겠는가? 미우면 그대로 남이 되지만, 사랑하면 백년을 함께하며 보고 살아도, 여전히 보고 있어도 보고 싶은 관계가 부부 아니던가! 나 그대를 사랑합니다. 그리고 함께 살아줘서 고맙습니다!


(상략)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한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 싸움은 용감했어도 깃발은 찢어져 세월은 흘러가도 구비치는 강물은 안다/ 벗이여 새날이 올때까지 흔들리지 말라 갈대마저 일어나 소리치는 끝없는 함성 일어나라 일어나라 소리치는 피맺힌 함성 앞서서 나가니 산자여 따르라 산자여 따르라(하략)(묏비나리 - 백기완) 황석영이 개사하고, 김종율이 작곡한 <님을 위한 행진곡>으로 더 유명한 시이다. 젊은 춤꾼에게 띄우는 시로서 백기완 선생께서 피를 토하듯 뿜어낸 시다. 벌써 이 노래를 불러 온지도 수십년이 지났건만 아직도 그와 민중은 여전히 길바닥 거친 춤판위에 늘 함께 있다. 오늘 그 춤판에 함께 춤을 추고 있는가? 언제쯤 그 춤이 승리의 춤으로 바뀔 수 있을까?


5월의 매일은 기억하고 상기해야 할 날이 빼곡한 날들이었다. 노래와 시만큼 그 기억을 되새기고 유지시켜 줄만한 것이 없는 것 같아 이렇게 찾아 보았다. 시어(詩語) 하나하나에 담긴 이야기들을 되새기며 푸른 오월을 아픈 가슴 부여잡고 흐드러진 꽃을 즈려밟고 넘어가고 있다. 하여 꽃이 아름다운 만큼 지나는 가슴은 더욱 저미도록 시리고 아프다. 그렇게 오늘 남은 오월의 끝자락을 살아간다...


웃는사람 라종렬

광양시민신문 <쉴만한 무가> 기고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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