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3.28 01:19

진상(進上) 갑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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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327 - 진상(進上) 갑돌이?

 

자본주의와 민주주의는 제대로 양립하기 어렵다는 말이 있다. 복잡한 사상과 논리들을 따지지 않고도 작금의 우리 사회를 보면 자본주의의 가장 좋지 않은 면과, 겉만 민주주의일 뿐 왕정시대와 다를 바 없는 모습이 적나라하게 펼쳐지고 있는 것을 보면 충분히 이해가 된다. 예전엔 졸부 근성이라고 치부해 버렸지만 어느새 자본의 유무에 따른 계급 내지 신분이 자연적으로 형성되고 그 안에는 자동적으로 갑을(甲乙)관계가 형성된다. 자본과 정보를  독점하는 자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며 벌건 대낮에 버젓이 통치자랍시고 연일 곳곳을 활보한다. 그런 이들을 향하여 비난과 조소를 보내면서도 어느새 자신도 그런 권력을 쥐고자 부나방처럼 살아가는 많은 이들에게 민주주의는 교과서에만 있는 이야기일 뿐 그 책임과 의무는 상관이 없는 얘기로 치부된다.

 

최근 100여명의 고객들이 알바생들을 감동시킨 영상을 보게 되었다. 이젠 우리 주위에 늘 상 접하는 알바생들을 하대하거나 무심코 하인 다루듯 하거나 퉁명스레 반응하거나, 아예 사람 취급을 하지 않는 모습이 대부분인데, 그렇게  상처받는 알바생들에게 말 한마디 미소 한번으로 얼마나 위로와 용기를 얻게 하는 지를 보여주는 그림이었다. 알바생들을 통하여 전해지는 진상(進上 ; 허름하고 나쁜 것을 속되게 이르는 말, 또는 물건을 말할 때 쓰는 말이다. 더 근접하게 말하자면 하는 짓이 옳지 않고 못되어 남에게 피해를 끼치는 것을 뜻하는 것이고, 진상의 뜻은 갖다 붙이는 것에 따라 조금씩 변형될 수 있다)고객의 실태는 상상을 초월한다. 그렇게 진상 짓을 하는 근저에는 알바생들을 인격적으로 대우하는 것은 고사하고 마치 뭔가 가난하고 부족하기에 자연스레 자신의 신분은 그들에게 충분히 손님으로 왕노릇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은연중에 작용한 모양이다.

 

여전히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어린이집 폭력사건은 좋은 쪽으로 개선되어야 할 긍정적인 고민도 안겨주었지만 그보다 더 많은 현장의 보육교사들과 관계자들에게 더 없는 상처를 주고 말았다. 선생님과 아이들, 그리고 부모와의 관계에서 의심의 눈초리와 생각없이 묻는 대화 속에는 비수가 되는 말들도 있고 더불어 서로 불신을 안고 살아갈 수 밖에 없게 만들었다. 무자격 교사도 문제이지만 그보다 더 무자격 부모도 문제다. 아무리 돈을 받고 아이를 봐주는 일을 한다 하더라고 우리 아이의 양육을 맡아 부모를 대신하는 선생님을 향해서 갑질을 한다는 것은 스스로 부모로서의 권위를 실추시키는 일일텐데 나이를 무론하고 그렇게 진상부모가 있다는 이야기들을 들었다. 며칠 동안 같은 속옷을 입혀 보내거나, 어린 아이들의 입에서 불쑥 불쑥 아이들이 쓰지 말아야 할 말들이 나온 다거나, 등하교에 대해서 소홀히 한다거나 하는 일들은 둘째 치고 교사들을 향해 하대하거나 막 대하는 언사와 태도들은 정말 부모의 자격이 있나 의심스럽고 그런 환경에서 자라는 아이들이 불쌍하다는 생각마저도 들 때가 있다고 했다.

 

어디 어린이집에서만 그럴까? 직장의 갑질과 상점들에서도 이미 우리 사회 곳곳에는 어느새 갑을신분 사회로 급격하게 고착되어가는 형국이다. 차를 운전해도 그렇고, 관공서에 가도 그렇고, 학교에서도 그렇고 심지어 종교단체 안에서도 이러한 일들이 은근히 자행되는 것을 보면 아직 우리가 가야 할 건강한 사회로의 길은 요원하기만 한 것처럼 보인다.

 

옆 고을에는 아이들 밥 먹는 일로 소란스럽다. 애초에 의무교육이라 하면 국가가 그에 걸맞게 시스템을 운영해 가야 하는데 이것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며 도의를 저버리는 일들은 있어서는 안되는데, 그렇게 있어서는 안될 일들로 며칠 전엔 기어이 아이들이 학부모와 등교를 거부하는 사태로까지 치닫게 되었고, 이 일이 어디까지 확산될지 알 수가 없다. 그렇게 남이 하는 일에 불륜이라 하고 정작 자신이 걸렸을 땐 로맨스처럼 생각하는 정치인에게 역지사지와 진정 서민과 국민을 위하는 진상(眞想;참된 생각)을 기대하는 건 무리일까? 표를 구걸하다 당선된 후에 무슨 벼슬인마냥 군림하며 국민이 어리석은 백성인냥 가르치려 들며 거들먹거리는 모양새를 보면, 많은 이들을 경악케 했던 폭력교사보다 더 잔인한 폭력으로 도민을 괴롭히는 것임을 아마 당사자는 끝내 모를 것이다.

 

우리사회의 이런 진상 갑질은 언제나 근절될 수 있을까? 권불십년(權不十年 ; 아무리 막강한 권력이라도 십년을 가지 못한다)이라 했고,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 꽃은 열흘 가는 꽃이 없다)이며, 물성즉쇠(物盛則衰 ; 우주만물은 성하면 쇠하게 되어 있다)하는데, 우리네 인생이 그런 줄 안다면 하늘 아래 뫼일 뿐인 알량한 소유로 자랑할 수 없는 생을 그런 부질없는 것들로 허비할 수 없을 터인데...


웃는사람 라종렬

광양시민신문 쉴만한물가 기고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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