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2.15 00:42

명절과 역사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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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215 - 명절과 역사교육


“섣달 그믐날 저녁에 자면 눈섭이 희어 진다”, “까치 설날은 어저께고 우리 설날은 오늘이다”, “떡국을 한 그릇 먹어야 나이도 한 살을 먹는 것이다”, “윗 어른들을 찾아 뵙고 세배를 드리는 것이 예의다”, “우리 집안의 어른은 누구 누구이시다”, “설은 서러워서 설이라고도 하고, 설해서 설이라고도 하고…”, “새해에 덕담과 복을 빌어주는 것은 전통이다”, “차례를 지내면서 조상들에게 감사한다”, “윷놀이, 널뛰기, 연날리기, 제기차기, 투호 등의 전통놀이를 하는 명절”, “평소 뵙지 못하고 부르지 않던 낯선 친지들의 명칭들을 듣게 된다(당숙, 당숙모, 백부, 고종사촌등등)”, “떡국에 꿩고기를 보통 넣는데 없을때 닭고기를 넣어서 꿩대신 닭이라는 말이 생겼다나?”.... 모두 설과 연관해서 듣는 여러 전통과 전래된 이야기들이다.


유대인들에게는 매우 중요하게 여겨지는 세 가지 절기(명절)가 있는데(유월절(무교절), 오순절(칠칠절, 초실절), 초막절(장막절, 수장절) - 괄호 안은 같은 절기의 다른 이름들) 이중에서 유월절(逾越節) 또는 과월절(過越節))이 제일 먼저 생겨났다. ‘유월’이라는 말은 ‘지나가다, 넘어가다’라는 의미인데 이집트에서 오래도록 노예로 살던 이스라엘을 모세가 이끌어 나올 때 이집트에 10가지 재앙이 내려지는데 당시 파라오 왕은 이들을 내어 줄 경우 경제적 기반이 무너지는 것과 동시에 자신의 신적 권위를 비롯한 모든 것이 무너지기 때문에 필사적으로 막다가 결국 이집트의 모든 초태생이 죽는 재앙이 시작되자 이스라엘을 쫓아내다시피 보낸다. 이 재앙이 이집트를 덮을 때 양의 피를 문설주에 바른 집은 죽음이 ‘유월’해서 살아 남는다. 그렇게 해서 이스라엘은 이집트에서 해방된다. 이렇게 이집트에서 해방(구원)된 날을 기념하기 위해 생긴 절기가 바로 ‘유월절’이다.


초태생이 죽는 재앙이 있던 날 양의 피를 바른 집 안에 있던 사람들은 잡은 양을 구워 먹고 더불어 쓴나물과 누룩을 넣지 않은 빵(무교병)을 함께 먹었다. 그것도 지팡이는 들고 신발을 신고 허리띠를 맨 채로 급하게 먹게 된다. 이러한 일을 기념하기 위해서 매해 동일한 행동을 취하는데, 특별히 이러한 절기를 제정하면서 강조한 점은 자손들이 만일 왜 이런 행동을 하는지 왜 이런 것들을 먹는지 그 뜻을 묻는다면 ‘하나님이 우리를 구원했다’는 것을 가르치라고 명한다. 사실 이 부분이 참으로 중요하다. 출애굽은 이스라엘에게 있어서 민족의 해방을 기념하는 오늘 우리로 치면 광복절과 같은 날이다. 그런 절기를 지키면서 자신들의 정체성을 역사교육을 통해서 늘 상기하도록 했던 것이다. 그래서 하나님의 정의로운 심판과 구원의 은혜를 생각한다면 결코 다른 누군가를 억압하거나 망령된 행동을 하지 않는 거룩한 백성 거룩한 나라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기억하고 살도록 했다.(물론 지금의 이스라엘은 이런 절기를 지키고는 있지만 원래 하나님께서 성경을 통해 가르친 교훈들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팔레스타인을 무단점령한 후에 온갖 못된 짓은 다하고 있는터라 그들을 성경에 나온 이스라엘의 전통을 잇는 이들이라고 보긴 힘들다.)


설 명절을 맞이하여 부각되는 문제는 여성들의 음식 만들기, 시어른들과의 스트레스와 더불어 혼합된 종교문제로 인한 갈등과 오래도록 떨어진 친지들이 만나는 자리이다보니 관심이 때로 상처가 되는 일 등으로 최근엔 명절의 원래 의미들이 많이 퇴색된 것이 사실이다. 차례를 지내는 일들이 농사의 소출로 정성들여 음식을 만들고 밥한 그릇 제사상에 올려 놓으면서 조상들의 이름과 내력들을 가르치고, 가문의 유래와 고인들의 유훈들을 되새기며 자손들이 덕을 끼치며 살아가도록 가르치는 일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져야 하는데, 사실 심하게 왜곡되어 간다. 핵가족화 된 아이들은 가문의 유래는 관심도 없고 세배를 드리자 마자 세뱃돈을 달라하고, 복은 어른들이 빌어주어야 하는데 아랫사람들이 새해 복 많이 받으라 한다. 최근에야 여성들도 차례를 지내는 일에 참여하긴 하지만 여전히 배제된 가정이 많은 것으로 안다. 거기다 종교적인 이유로 명절을 기피하는 일이 생기다보니 명절에 배워야 할 가문과 가족의 정체성들 그리고 역사의 산 교육들은 세뱃돈과 연예인들의 신변잡기와 예능들로, 그리고 젊은이들은 처음 보는 먼 친지들의 낯선 만남 이후에 손에 든 스마트폰으로 맘을 빼앗기고,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게임기만 들여다본다. 그나마 어르들은 술상 앞에서 옛일들을 되새기거나 그리워하고, 때론 정치적 견해 차로 싸우기도 하고, 섣부른 오해로 문제가 되기도 하고, 화투를 치다 놀음이 되어 또 의가 상하는 일도 생기는 듯 하다.


차례를 지내던지 예배를 드리던지 설 명절을 통해서 우리가 다시 되찾고 세워가야 할 것은 기복적 숭배가 아니라 역사교육이어야 한다. 개인과 가문의 역사를 비롯하여 민족의 역사까지 전수되어 지속될 때 비로소 개인과 공동체의 정체성들이 바로 세워지고, 잊지 말아야 할 역사들을 되새기며 잘못된 전철을 밟지 아니하고 가문과 나라를 바로 세워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럴 때 무지하고 무능한 정치인들의 권모술수에 놀아나는 나라가 아니라 선조들이 그토록 세우고 싶었던 나라, 후손들에게 자랑스럽게 물려줄 그런 나라 세워가는 희망이라도 꿈꿀 수 있지 않을까?


웃는사람 라종렬

광양시민신물 쉴만한물가 칼럼 기고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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