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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124 - 우왕(愚王)과 우민(愚民)


이솝우화에  “왕을 원한 개구리들”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평화롭게 잘 살던 그들이 부족함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두려움 때문에 자신들을 지켜줄 왕을 원한다. 신은 그들에게 먼저 통나무를 보내주었다. 처음엔 쉼터도 되고 먹을 것도 걸리는 그 통나무를 좋아했으나 이내 움직이지 않는 그 통나무에게 무례를 범한다. 재차 왕을 요구하는 그들에게 보내준 왕은 황새였다. 풍채도 위엄도 있어 보이는 그 황새 왕의 모습을 좋아했지만 가까이 가자마자 잡아 먹히고 말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연못에 더 이상 개구리는 살 수 없었다는 이야기다.


성경에도 이와 유사한 이야기가 있다. 고대 이스라엘이 왕이 없던 시기가 있었다. 그 때는 ‘사사’가 있었는데 이들은 특별한 재능들을 가지고 있어서 위기때마다 백성들을 돌보고 지켜주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이들은 주별 열강들처럼 왕을 원한다. 이때 신의 명령을 전하는 한 선지자가 왕이 세워지게 되면 생기는 문제들에 대해 여러가지를 언급한다. 아들들은 왕의 병거와 말을 들고 지켜야 하며, 왕의 군대가 되어야 하고 왕의 밭을 갈아야 하며 왕의 병거들을 만들어야 한다. 또한 딸들은 왕을 위해 요리해야 하고, 소출의 제일 좋은 것을 왕과 그의 신하들에게 주어야 하며, 세금 또한 거두어서 관리와 신하들에게 주어야 하고, 더 많은 소유들을 왕을 위해 내어야 한다고 말한다. 결국 신 앞에 평등하던 그들이 이제는 인간 왕의 종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경고했지만 결국 그들은 눈에 보이는 왕을 원했고 이어 세워진 왕은 결국 이 선지자가 말한대로 백성들을 힘들게 했다.


조선 후기 외세의 침략과 위협 속에서 서학(西學)이라고 해서 들어온 천주교가 학문으로서 식자들에게 접해진 것과 더불어 백성들의 마음을 샀던 것은 신 앞에 모든 사람들이 평등하다는 사상 때문이었다. 그러나 당대 유교를 기반으로 하는 분위기 속에서 이에 반하여 조상을 멸시한다는 이유로  정쟁이 잦던 시기에 정적(政敵)을 제거하는데 철저하게 이용된다. 그렇게 생긴 많은 정변가운데 무고한 이들이 희생되고 만다. 이 때에 (儒)·(佛)·(仙)의 교리를 토대로 '인내천(人乃天 사람이 곧 하늘이므로 모든 사람은 멸시와 차별을 받으면 아니된다.)사상을 가지고 서학(西學)에 반하여 ‘동학’(東學)운동이 시작되고 이는 당대 정치와 사회불안 외세의 침략등으로 피폐해진 민중들의 안식처로 각광받게 된다. 그러나 이 역시 조선의 지배논리인 신분·적서제도(嫡庶制度) 등을 부정하는 현실적, 민중적인 교리에 대해 민중들은 지지했지만 권세가들은 혹세무민한다는 핑계로 창시자를 처형해 버리고 추종자들은 여러갈래로 흩어지고 만다.


사회가 조직화되면 반드시 거기에는 권력의 편중으로 인한 계급이 형성된다. 종교든 정치든 마찬가지다. 사회학자들이 말하는 생산수단이나 정보력이나 자본의 축척이 권력을 형성하게 되고 이는 곧 주종관계가 형성된다고 하는데 멀리 가지 않더라도 지금 우리 사회를 보면 대번에 이해가 된다. 국민이 주인이고 국민으로부터 모든 권력이 나온다고 헌법에는 있지만 정작 자본가와 왕 같은 대통령이 군림하는 형국이다. 그런데 더 어처구니가 없는 것은 이솝우화가 재연되는 데쟈뷰가 진행중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은 이스라엘의 한 선지자가 말한 그런 일들이 수 년째 이어지고 있다. 국민을 위한 왕이 아니라 왕을 위한 국민으로 전락해 버리고 말았다.


증세없는 복지, 경제성장? 말 그대로 공허한 약속이 된 지 오래다. 증세는 있고 복지는 줄어들고 있으며, 경제는 창조(?)만 있고 이상하게 성장이 아니라 정체 내지는 피폐한 느낌이 든다. 너무도 큰 빈부와 세대와 좌우 내지 진보와 보수의 골이 도무지 좁혀질 기미는 보이지 않고, 우왕(愚王)주위의 교활한 간신들이 자기 배를 불리고, 법과 자본을 가진 이들은 혼탁한 틈에도 치밀하게 손익을 챙긴다. 그런 세상에 국민은 눈을 버젓이 뜨고도 우왕(愚王)을 위해 세금으로부터 시작해서 모든 것을 다 내어 놓는 형국이다.


어찌 이리도 오래도록 백성은 지혜로운 길을 포기하고 우민(愚民)의 길을 걷는 것인가? 정작 백성을 위한 이는 알아보지 못하고 스스로 밀어내고 어리석은 지도자를 왕으로 섬기면서 고작 하루살이처럼 이기적인 안일한 만족에 자위하고 마는 것인가? 그런 세상을 향한 지혜자들의 소리에 귀기울이고 눈을 떠야 한다. 결코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 모두 하늘 아래 평등하고 모두가 행복할 권리가 있으며 이미 생산된 것만으로도 분배의 정의만 이루어진다면 충분히 나눌 수 있는 그런 세상이기에 더더욱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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