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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사기 13:15-25 쥘 수 없는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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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전한 신앙은 하나님을 다 알아내어 내 손에 쥐는 데서 자라지 않고,
끝내 쥘 수 없는 분 앞에 손을 펴고 엎드리는 데서 깊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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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이름을 모르는 것 앞에 오래 서 본 적이 있습니까. 사람은 이름을 얻으면 안심합니다. 오래 아프던 몸이 진료실에서 병명을 듣는 순간, 아픔은 그대로인데 마음 한쪽이 놓입니다. 이름이 붙으면 다룰 수 있을 것 같고, 다룰 수 있을 것 같으면 덜 무섭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무엇이든 서둘러 이름을 붙입니다. 마음의 기복에도, 관계의 어긋남에도, 오래 응답 없는 기도에도 이름표를 하나씩 달아 둡니다. 그런데 오늘 본문에는 이름을 묻고도 끝내 얻지 못한 사람이 나옵니다. 그리고 그 빈손에서 예배가 시작됩니다. 오늘 이 말씀 앞에 앉으신 여러분의 하루가, 아직 이름을 붙이지 못한 것들까지 함께 품어 안으시는 분의 넓은 손 안에 놓이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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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는 아들을 주시겠다는 전갈을 받은 사람입니다. 기쁘니 상을 차리고 싶었습니다. 그는 손님을 붙들어 앉히고 염소 새끼 하나를 준비하겠다고 청합니다. 그 시절 상을 차려 나그네를 대접하는 일은 사람이 할 수 있는 가장 높은 예의였습니다. 그러니 이 청은 신앙심이 얕은 사람의 말이 아니라, 받은 은혜에 무엇으로든 응답하고 싶은 사람의 말입니다. 그런데 사자의 대답이 그 정성을 비껴갑니다. "네가 비록 나를 머물게 하나 내가 네 음식을 먹지 아니하리라 번제를 준비하려거든 마땅히 여호와께 드릴지니라"(삿 13:16). 상 위에 오를 것이 대접이 아니라 번제여야 한다는 말입니다. 화자는 곧 한마디를 덧붙입니다. 마노아는 그가 여호와의 사자인 줄 알지 못했습니다. 알아보지 못한 사람의 정성은 늘 방향이 한 칸씩 어긋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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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긋남은 다음 물음에서 더 또렷해집니다. 그는 이름을 묻고 이렇게 덧붙입니다. "당신의 말씀이 이루어질 때에 우리가 당신을 존귀히 여기리이다"(삿 13:17). 약속이 이루어지면 하나님께 영광을 돌려야 하는데, 그는 눈앞의 이를 높이겠다고 말합니다. 고맙다는 마음 자체가 나쁠 수는 없습니다. 다만 그 세계에서 이름을 안다는 것은 부를 수 있다는 뜻이었고, 부를 수 있다는 것은 어느 정도 다룰 수 있다는 뜻이었습니다. 이름을 알고 나면 다음에 또 청할 수 있고, 다음에도 오시게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야곱도 브니엘의 어둠 속에서 밤새 씨름하고는 상대의 이름을 물었다가 끝내 답을 얻지 못했습니다. 사람은 은혜를 받으면 그 은혜보다 통로를 먼저 붙들고 싶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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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의 대답은 설명이 아니라 되물음으로 시작합니다. "어찌하여 내 이름을 묻느냐 내 이름은 기묘자라"(삿 13:18). 기묘자로 옮긴 히브리 말은 놀랍다, 헤아릴 수 없다, 비밀이다라는 뜻을 함께 지녔습니다. 원문을 그대로 옮기면 그것은 이해할 수 없는 것이라는 말에 더 가깝습니다. 기묘자라는 이름을 알려 주신 것이 아니라, 내 이름은 너희 이해 밖에 있다고 답하신 것입니다. 이름을 얻어 쥐려던 손에 돌아온 것은 빈손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빈손이 손해가 아니었습니다. 붙들 것이 없어진 자리에서야 그는 처음으로 제단을 쌓습니다. 매일의 묵상 속에서 믿음이 자라는 것도 아는 것이 늘어나는 일이기도 하지만, 알 수 없는 것을 끝까지 견디는 힘이 굵어지는 일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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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하나님이 자기를 감추기만 하신 것은 아닙니다. 마노아는 대접하려던 염소 새끼를 그대로 가져다가 바위 위에서 여호와께 드립니다. 그러자 제단의 불꽃이 하늘로 오르고, 그 불꽃에 사자가 함께 휩싸여 올라갑니다(삿 13:20). 머물러 주소서라고 청했던 손 위로는 불꽃만 남았습니다. 하나님은 자기를 숨기신 것도 아니고 손에 쥐이신 것도 아닌, 그 사이의 방식으로 자기를 보이셨습니다. 그러나 그날 이름을 감추셨던 그분이 뒷날 스스로 이름을 주셨습니다. 처녀가 잉태하여 낳을 아들은 임마누엘이라 불리게 되었고, 자기 백성을 저희 죄에서 구원할 자의 이름은 예수라 하라 하셨습니다(마 1:21). 기묘자는 끝내 이름을 알려 주시려고 그날 이름을 감추고 계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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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신앙에도 하나님을 대접하려는 손이 있습니다. 이만큼 드렸으니 이만큼은 돌아오리라는 셈, 정성을 쌓아 하나님을 내 편으로 돌려 놓으려는 마음입니다. 그 손은 누구보다 부지런하지만 예배는 아닙니다. 예배는 내가 상을 차려 하나님을 모시는 일이 아니라, 내 것을 태워 그분이 주인이심을 인정하는 일입니다. 교회도 개인도 오랫동안 참 많은 것을 차려 왔습니다. 건물과 행사와 통계가 그렇게 쌓였습니다. 그 상 위에 정작 태워 드린 것이 얼마인지는 따로 물어야 합니다. 그리고 존귀는 사람에게 돌리지 마십시오. 좋은 설교자, 고마운 성도, 마음을 흔든 책이 다 통로일 뿐이고, 통로를 주인 자리에 앉히면 그 순간 예배가 흐려집니다. 아침마다 묵상으로 그 방향을 고쳐 잡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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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알 수 없다는 말이 게으름의 변명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신비를 품는다는 것은 아무것도 모른 채 손을 놓는 일이 아닙니다. 마노아가 하나님을 보았으니 반드시 죽으리라며 떨 때, 그의 아내는 차분히 세어 봅니다. 죽이려 하셨더라면 우리 손에서 번제와 소제를 받지 않으셨을 것이요, 이 모든 일을 보이지 않으셨을 것이며, 이런 말씀도 이르지 않으셨으리라는 것입니다(삿 13:23). 이름은 몰라도 성품은 읽을 수 있습니다. 앞날을 점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일어난 일에서 뒤쪽 뜻을 읽는 것입니다. 이미 받은 은혜가 곧 그분 마음을 읽는 자료입니다. 이름조차 적히지 않은 한 여인이 이 장에서 가장 밝게 보았습니다. 묵상은 그렇게 받은 것을 하나씩 세어 보는 자리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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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을 물었던 사람은 이름을 얻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이름을 지을 아이를 얻었습니다. 그 여인은 아들을 낳아 삼손이라 이름합니다. 해를 뜻하는 낱말에서 온 이름, 작은 태양이라는 뜻입니다. 블레셋의 사십 년 어둠 위에 떠오른 작은 해 하나입니다. 큰 해가 아니라 작은 해인 것이 이 구원의 결입니다. 하나님의 이름은 비밀로 남았고, 사람의 손에는 부를 수 있는 이름 하나가 놓였습니다. 우리가 쥐지 못한 대신 부를 것을 받은 것입니다. 그러니 오늘 여러분 손에 쥐이지 않는 그 일 앞에서 서둘러 이름을 붙이지 마시고, 대신 손을 펴 보시기를 바랍니다. 쥘 수 없는 분이 부를 수 있는 이름으로 오신 은혜가 여러분의 하루에 가득하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간절히 축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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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길벗_라종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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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에서 보기

https://youtu.be/LzQ5kw-Nld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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